김태호의 중첩한 다색 층 속에 드러난 오묘한 ‘질서의 흔적’

인내와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내재율과 깎아내는 역설적 행위를 통해 드러난 ‘질서의 흔적’을 찾아서

"우연성에 온전히 기대지 않고 그 질서를 기반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리듬과 규칙이 공존하는 우주적 공간의 신비로움"

김태호 Internal Rhythm 2022-57, 92x73.5, Acrylic on Canvas, 202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표갤러리에서 한국 단색화의 거장이자 추상회화의 전설인 김태호의 작품전이 10월 14일까지 열린다.

‘질서의 흔적’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화가 김태호에 내재된 한국 단색화의 깊이 있는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흔히 단색화라고 하면 쉽게 단일 색조를 의미하지만, 한국의 단색화는 반복적 행위와 동양 사상의 정신성에 초점을 둔다.

김태호 작가의 작업 과정은 인내와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치밀성이 더해져 ‘내재율’을 탄생시킨다. 작가는 수없이 쌓아 올린 붓질로 스무 겹 이상 덧칠해진 안료가 어느 정도 굳으면 칼로 긁어낸다. 이때 표면의 단일 색면 밑으로 중첩된 다색의 색 층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깎아내는 역설적 행위를 통해 숨겨져 있던 ‘질서의 흔적’이 드러나는 것이다.

김태호 Internal Rhythm 2022-80, 92x73.8, Acrylic on Canvas, 2022

김태호는 캔버스 평면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회화의 존재적 근원에 도전해 온 작가로 익히 정평이 나있다. 수직 수평의 그리드 구조로 칠해진 두터운 색 층을 깎아 일렁이는 듯한 물감 층의 리듬을 생성하고, 빼곡하게 채워진 사각의 작은 방들은 사뭇 웅장함을 자아낸다.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수행과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자신의 작품 안에서 질서를 확립한 작가의 작품이 오묘한 빛을 드러낸다. 이는 마치 우연성에 온전히 기대지 않고 그 질서를 기반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리듬과 규칙이 공존하는 우주적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김태호 Internal Rhythm 2010-20, 66x5, Acrylic on Canvas, 2010

한국 단색화의 정신을 추구하면서도 한 시대의 미의식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김태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더 면밀하고 생동감 있는 내재율을 선보인다. 특히 은 가장 최근 제작된 내재율 작품으로, 이전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내재율 시리즈 중에서 작품 과정의 현재 상태를 가장 잘 보여준다.

김태호(1948~) 작가는 1972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동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를 취득했다. 갤러리현대, 조현화랑, 성곡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L.A. Andrew-Shire Gallery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서울시립미술관, 일본 미야자키현미술관, 후쿠오카 아세아미술관, 중국 광동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다양한 단체전에 참가했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후반까지 다수의 국전에 참가해 입선, 1976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 1980년대 최우수 프론티어상을 수상했다. 1987년부터 2016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역임했으며,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과 한국예술총연합회 이사 등을 맡기도 했다. 현재 김태호 조형연구소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ANN

김태호 화가, 김태호조형연구소 대표

자료_ 표갤러리

김태호의 질서의 흔적 전

전시 기간 | 2022년 9월 15일 - 2022년 10월 14일

전시 장소 | 표갤러리 본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5길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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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데일리 에이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