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맨위로

나이든 시인에게도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니

71년, 시작(詩作)의 세월을 응집한 황혼의 노래

등록일 2020년03월04일 11시2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남조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

시 인생 70년, 93세 시인이 쓰는 사랑의 노래


등단 나이 ‘고희(古稀)’를 넘긴 김남조 시인이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출간했다. 올해 만 93세를 맞은 그는 시인으로 살아온 세월 70년을 되돌아보며 시 52편을 모아 이번 책에 담았다.

 

‘고희’라는 단어의 의미는 ‘고래로 드문 나이’인바, 그는 7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시인’으로 보냈으면서도, 자신은 시인이 아닌 ‘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언제 어디서고 두 팔 벌려 안겨드는 시가 아니기에, 어느 날은 시를 ‘구걸’해야 하고, 어느 날은 ‘항복이라며 굴복’해야만 했다고 말한다. 명실공히 원로 시인이 된 지금도 그는 시 앞에서는 패배자였음을 고백하지만, 여전히 시를 사랑하며 70년 시의 길을 걸어왔다.

 

“사랑 안 되고/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긴 세월 살고 나서/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이즈음에 이르렀다/사막의 밤의 행군처럼/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그 이슬 같은 희망이/내 가슴 에이는구나/사랑 된다/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된다 다 된다” (‘사랑, 된다’ 전문)

 

상수(上壽·100세)를 목전에 앞둔 노시인에게도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다. 70년을 삶과 사랑에 대해 시로 노래했을 그지만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외치고픈 사랑의 시어들이 남아있다.

 

그는 “긴 세월 살고” 나서 이제는 “사랑 된다”고, 그것도 “무한정 된다”고 말한다. 그저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고백”까지도 무한정 가능해진 것이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이 “된다 다 된다”고 말하는 그 환희에 찬 탄성에는 ‘사랑’이 ‘되’도록 몸부림쳐 온 지난 세월의 숱한 고행의 흔적이 묻어난다.

 

시인 본인이 “나의 끝 시집”이라 일컬은 이 책 ‘사람아, 사람아’를 엮기 위해 김남조 시인은 갈마드는 한평생의 기억을 쓰다듬으며 한 줄 한 줄 시를 써 내려갔을 것이다.

 

한편, 김남조 시인은 1950년 연합신문에 시 ‘성숙’, ‘잔상’으로 등단한 이후 수많은 시를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의 대표 여류시인이 되었다. 정지용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숙명여대 명예교수이다. ANN

 

자료_문학수첩

 

 

박은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