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스튜디오 일산
극대화된 개인 성향과 다양성의 사회문화를 포용하는 곳...
적층 구조와 박스 인 박스 개념을 적용한 합리적 공간 분할, 창조적 아이디어가 결합한 크리에이티브 팩토리(Creative Factory)이자 개방적인 콘텐츠 생산의 베이스캠프임을 효과적으로 제시해
고대 주술적인 의미에서 시작되어 중세 종교 권위의 대리 형태로, 또는 귀족들의 사유적 공간 개념으로 시작된 건축은 수많은 사조들을 지나서 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 “모든 현상의 흐름은 어떤 것이다”라고 명명할 수 없는 상태의 혼합과 혼선에 의해 이루어지고, 현대화된 규범과 다양한 문화가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통신의 기술로 빠르게 서로 전파되고 섞이는, 이른바 혼합과 혼선을 넘어서 혼혈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고체계와 물리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로 인해 비교적 유연한 개체들 간 혼혈물의 초시대를 살게 하고 있다.
JTBC 스튜디오 일산은 현 시대가 나타내고 있는 혼혈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극대화된 개인 성향과 다양성의 사회문화를 포용하는 곳이다. 우리 시대의 담론들과 조금은 천박한 욕망을 기록하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공간이면서, 경쟁력 있는 유통 콘텐츠 생산 공간의 의미를 내·외부에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게 부각된 프로젝트였다. 또한, 스튜디오가 위치한 일산은 많은 방송사, 콘텐츠 제작 시설이 집중된 곳으로, 그들 간에 보이지 않은 경쟁과 미묘한 시선들이 교차하며, 스타들을 보기 위해 먼 곳에서부터 팬들이 찾아와 분주히 움직이는 도시 공간이기도 하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건축가는 좁은 대지에 1개의 대형 스튜디오와 3개의 중·소형 스튜디오를 집어넣기 위해 스튜디오의 적층 구조를 적용했다. 무엇보다 거대한 스튜디오 매스를 순수 기능과 가로 및 주변 공원에 부합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이를 위해 4개의 스튜디오를 가장 단순한 구조의 박스로 정의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촬영, 세트 반입 등의 거친 제작 공정들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외부를 부속 지원 시설과 출연자, 스태프 공간 및 방청객을 위한 웰컴 공간으로 위요해 도시 가로와 외부 공간의 전이 공간으로 삼았다.
각각의 스튜디오 공간은 가급적 적층하고 인접한 스튜디오의 음향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박스인박스(Box in Box) 개념을 십분 적용하여 해결했다. 스튜디오를 구성하는 외피는 외부 소음을 반사하고 매스의 거부감을 상쇄시키며, 작은 결의 변화하는 적층 질감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스튜디오 내부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콘텐츠 생산 공정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며, 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외피와 스튜디오 매스 간의 건축적 여백은 출연자에게는 바쁜 일정 속 휴식 공간으로, 스태프에게는 기존 제작 스튜디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창의적 커뮤니티, 업무 공간으로 작용한다. 또한, 방청객들에게는 기대와 설렘의 자극을 주는 체험 공간으로 각각 작동할 수 있다. 내부에는 출연자와 스태프를 위한 쾌적하고 넓은 대기 공간과 사용자를 위한 업무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600석 규모의 이동식 수납형 객석을 반영해 제작 공간과 방문객의 순조로운 만남을 이어준다.
스튜디오 기능의 본질인 영상 제작 공정은 세트 제작, 해체 등 육체적인 노동을 수반하며 창조적 아이디어가 결합한 생산 공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건축가는 ‘크리에이티브 팩토리(Creative Factory)’라는 외피 콘셉트로 흔히 공장에서 보이는 굴뚝, 브레이싱, 루버, 골강판 등을 모티브로 인더스트리얼 룩 형태를 디자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건축물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생산과 재생의 화두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시각적 의미 또한 담아내고자 했다. 도시가로 정면에는 방문객들을 받아들이는 표현으로 새롭게 해석한 공장의 외피를 투명한 막으로 설정했다. 외부의 디자인 요소를 내부로 투영시켜 비록 개방 시설이 아닐지라도 사용자가 지향하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콘텐츠 생산의 베이스캠프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JTBC 스튜디오를 설계한 건원건축의 윤현석 DP는 “점차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콘텐츠 전쟁 속에서 일산의 방송관련 클러스터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유연하게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지닌 모습으로 JTBC 일산 스튜디오가 성장하길 바란다”고 설계 소회를 밝힌다. “특별한 괴짜 같은 혼합물이 도시 공간과 그 순수 기능에 대한 이해, 시각적 외피를 넘어서 현재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콘텐츠 환경과 가까운 장래 건축의 관계에 대한 모놀리스(Monolith)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건축가의 말처럼 JTBC 스튜디오는 방송 콘텐츠 제작 환경을 위한 합리적이면서 기능적인 공간으로 일산 장항동을 빛내줄 작지만 힘 있는 건축적 행보를 보여준다. JTBC 스튜디오는 기본 및 실시설계 단계에서 BIM으로 진행하여 2018년 BIM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미현 기자
건축총괄_ 윤현석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1사업본부 DP
자료_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사진_ 에이앤뉴스 김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