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호 주거 문화 논단> 우리의 주거 문화, 아파트를 말하다 02
대량 건설과 사회적 환경에 부합한 합리적인 주택 정책 제도를 세우다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은 1960년대 이후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경제개발정책에 따라 발생한 급격한 도시화, 핵가족화 등 인구 구조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물량 공급 중심으로 진행했다. 민간부문에서도 주택의 대량 건설이라는 정책 목표에 따라 중고층 주택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값싸고 신속하게 건설될 수 있도록 생산의 표준화 합리화 작업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따라서 아파트 중심의 공동주택의 건설은 쾌적한 주거 환경 창출이라는 주택의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하기 보다는 표준화 획일화된 주택을 전국에 걸쳐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한편,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위주로 구성되는 주거단지는 경제‧사회‧문화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 공공재의 성격 때문에, 법 제도 또는 규제라는 형태로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개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택지, 설계, 분양 및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1960년대는 정부의 주도로 별도의 주택 정책을 마련하고 주택을 공급하기보다는 민간부문의 주도 아래 즉, 시장을 통해 주택의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1962년 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립함으로써 비로소 주택의 양적인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정책 목표는 주택 부족율을 23.6%에서 22.3%로 줄이는 것으로써 5년 동안 총 건설량은 33만 호 수준이었다. 또한 이 시기는 1962년 대한주택공사(현 LH공사)가 설립되고 각종 개발 관련 제도가 정비되는 때였다.
<동부 이촌동 전경 ©LH>
한편, 경제개발계획의 추진으로 산업화 및 도시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주택 보급률이 현저히 떨어지게 됨으로써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의 추진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도시계획법, 건축법 및 공영주택법 등 각종 개발 관련 법률이 제정‧개정되었다. 이 기간 중에는 서울로의 인구 집중 및 산업의 집중으로 인한 택지 수요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형 신시가지 개발이 요구됨에 따라 도시개발 수법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했다. 이는 당시의 빈약한 도시 재정상 비용을 들이지 않고 도시 기반 시설을 갖춘 시가지를 비교적 용이하게 개발할 수 있는 대표적 개발 수법인 토지 구획 정리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도시계획법의 토지구획정리조항을 독립하여,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을 제정했다. 이후 주택관련입법으로는 주택건설촉진법(1972), 주택개량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1973) 등이 있었다. 특히 주택건설촉진법은 주택의 공급, 생산 및 기금 등 주택에 관한 전 과정을 포괄함으로써 이후 우리나라 주택건설의 모법(母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부는 1972년 서민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하여 임대주택 건설뿐만 아니라 연립주택과 아파트 건설을 장려하고, 민간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 체제를 정비하고 강화함과 동시에 주택 자재의 표준화와 규격화 통한 양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주택 가격의 안정화를 위한 250만호 주택 건설 10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반포1지구 배치도 © LH>
<반포1지구 적용 32평 C형 아파트 평면 ©LH>
이 계획에 의하면 1972∼1976년 동안 100만 호, 1977∼1978년 동안 150만 호 주택 건설을 계획하고, 이를 위해 주택건설촉진법을 개정했다. 한편 세제 개편을 통하여 각종 세금을 면제하도록 추진했다. 주택건설촉진법의 하위 규정으로 제정된 기준은 주거단지가 주택의 집합에서 벗어나 일정 기준 이상의 기반 시설 및 편익 시설을 갖춰 하나의 일원화된 체계를 이룰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
<반포1지구 전경 ©LH>
<반포1지구 외부 공간 ©최두호>
<반포1지구 어린이놀이터 ©LH>
당시 도시계획법의 주요 개정 내용은 토지이용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개발 행위 허가 제도와 1976년 법제화된 아파트지구의 도입 및 도시재개발법의 독립 등을 꼽을 수 있다. 건축법의 주요 개정 사항은 건폐율 완화와 1972년 법 개정과 1976년 시행령의 개정으로 용도 지역별 대지면적의 최소한도를 의무화하고 그 이하의 대지 분할을 제한했다. 1977년 주택분양가 규제를 시작으로 1978년 주택청약예금제의 실시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제정함으로써 주택 공급의 기초가 마련했다. 1979년 한국토지개발공사의 설립과 1980년 택지개발촉진법의 제정, 1981년 국민주택기금의 설립 등이 이어졌다. 1978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의 전문 개정 시 주택의 건설 기준에 관한 사항을 별도의 독립된 시행규칙으로 제정(1979)함에 따라 주택단지의 시설 기준에 대한 제도적 체계를 마련했다.
1980년 8월에는 공공주택건설 및 택지개발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주요 내용은 1981년부터 1991년까지 500만 호의 주택을 건설하여 주택 보급률을 77%에서 90% 이상으로 제고하고, 이에 필요한 택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공공부문 1억8천 평, 민간부문 1억7천2백만 평을 조성키로 하는 것이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했는데 택지개발촉진법은 현재까지 신규 조성하는 주택단지의 택지 확보를 위한 근거법(根據法)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기간 중에는 대도시 택지 공급 확대 방안으로 대도시 택지 공급 확대 방안으로 목동 신시가지 개발과 같은 공영 개발 방식을 적극 도입했다.
당시 주택 200만 호 건설을 위한 법령의 제·개정 사항 중 건축법시행령 개정(1989.8)과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 및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의 제정(1991) 등을 주요 변경으로 들 수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주택 건설에 관한 모든 기준을 단일법 체계 속에 규정하기 위하여 건축물의 물리적 형상을 좌우하는 요소를 제외한 모든 시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한데 모아 신설한 것이었다. 세부적으로 200만 호 주택 건설 지원을 위해 공동주택의 용적률 제고를 위한 건축 기준 조정과 공동주택의 고층화를 위하여 높이 제한, 인동거리 등을 완화했으며, 기타 공동주택의 지하층 활용 촉진, 복합 용도의 촉진을 위한 세부 지침을 마련했다. 계획적 측면에서 보면, 주거단지의 주요 변화의 흐름은 새로운 주거단지의 출현, 근린주거론 개념의 등장, 생활권 개념과 대단위 주거단지 계획, 도시차원 개념의 계획, 종합적 사고에 의한 도시 공간 계획, 지속가능한 주거단지 개발 계획, 그리고 통합 설계 방식을 도입한 커뮤니티 중심의 계획의 새로운 전개로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잠실 1-5아파트 지구 배치도 ©LH>
<잠실 1-5아파트 지구 전경 ©LH>
이처럼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주택 건설 관련 정책과 제도는 주택 건설의 양적 확대를 위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제반 사회적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현행 주택 건설 관련 제도는 법적 지위가 일반법 보다 우선하는 특별법적 성격으로 시대별로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상계신기가지 건설 전경 ©LH>
시대별 주택 정책·제도의 흐름으로 볼 때, 1960년대 주택정책 제도는 주택 수요에 대한 공급 부족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이 시기 정부는 제1차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했고, 대한주택공사를 설립(1962)하는 것은 물론 공영주택법의 제정(1963)과 공동주택단지 건설 전담을 위한 공사를 설립했다. 1970년대에는 주택 건설 10개년 계획(1972), 주택 건설 촉진법을 제정(1972)하고 주택 건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정(1979), 한국토지개발공사법을 제정하여 택지 개발 및 공급을 촉진했으며 공동주택 단지의 설계 기준을 설정했다. 1980년대에는 택지개발촉진법 제정(1980), 임대주택건설촉진법 제정(1984),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1988),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상계신시가지 건축물 계획 이미지 스케치 ©LH>
1990년대에는 신경제 5개년 계획(1993)이었다. 이 시기는 국토이용 관리법을 개정하여 준농림지역 개발을 허용(1993)했다. 또한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1988), IMF 전후 공동주택단지의 질적 향상을 위한 설계 기법을 도입하고 도시설계제도를 도입했다. 2000년대 주택정책 제도는 도시개발법 제정(2000),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2001),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2), 주택법 개정(2003), 기업도시 개발 특별법(2004), 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2005)이 있고, 택지 개발과 주택 단지 개발의 일원화, MA 제도와 지구단위계획제도를 도입했다.
<과천신도시 전경 ©LH>
<과천3단지 커뮤니티 ©LH>
<과천 중앙공원과 고층 아파트 ©LH>
<과천 연립주택 ©LH>
또한 2000년대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정(2003),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2003.12.31.)과 보금자리주택특별법(2009.04.21.), 공공주택특별법(2014.01.14.),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2006), 경관법을 제정(2007)했다. 이를 통해 주거 사업 법률을 일원화할 수 있었고, 낙후된 구시가지 정비사업의 활성화와 경관의 보전·관리 및 형성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이후의 주택정책 제도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2013), 보금자리주택특별법(2009.04.21.), 공공주택특별법(2014.01.14.), 경관법 개정(2014),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2015),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2010)을 통한 공공관리 제도 신설, 빈집 등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정(2018), 수도권정비법 개정(2014)을 통한 민영 주택의 소형주택 건설 의무 비율 폐지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주거·경제 등 도시기능 재생을 지원하고, 개발사업 및 건축물에 대한 경관심의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규제 완화 및 민간 임대 주택을 확대하고, 정비 사업 관리·지원 강화 및 투명성 제고 유사 사업 통폐합 등 제도를 개선했으며, 빈집 정비 및 소규모 정비 사업을 유도할 수 있었다. ANN
최두호 ㈜토문건축사사무소 대표
필자 최두호는 1952년생으로 청주고등학교, 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을졸업했다. 건축사와 도시학 박사로서 대한주택공사(현 LH공사)에 근무(1977~1990)했으며, 1990년 9월 15일 ㈜토문건축사사무소를 창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외 활동으로는 건설교통부 중앙건설 심의위원, 서울시공공건축가 총괄계획가,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 한국주거학회 부회장, 한양대학교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