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Museum of Qatar_ 카타르 국립박물관
사막의 장미(The Desert Rose)라는 자연 응결체를 모티브로 한...
옛 왕궁과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잇는 비정형 뮤지엄 건축의 수작
세계 곳곳에 눈길을 자아내는 새로운 뮤지엄·미술관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아라비아 반도의 카타르에 이색적인 박물관이 들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지로 잘 알려진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사막의 장미(Sand Rose)’를 형상화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그것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4만6596㎡ 규모로 지어진 박물관은 316개의 원형판이 다양한 각도로 뒤섞여 비정형의 외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색 있다. 외관을 랜덤하게 구성하는 사막의 장미는 사막 지형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사막의 해수가 증발하면서 침전물로 돌처럼 굳어 형성되는 신비로운 모래 덩어리를 일컫는 것으로 행운의 상징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원반을 구현하기 위해 총 76,000장의 콘크리트 패널을 공장에서 제작해 만든 섬유보강 콘크리트 패널(Fiber Reinforced Concrete)을 활용해 완성했다.
새롭게 지어진 카타르박물관은 1918년 즉위한 셰이크 압둘라(Sheikh abdullah) 국왕의 생가와 인접해 있다. 박물관의 배치 또한 옛 왕궁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형상이며, 복원 과정을 거쳐 탄생한 옛 왕궁은 새로 지어진 박물관의 남쪽과 북쪽을 서로 절묘하게 연결하며 맞물려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띤다. 옛 왕궁의 복원을 통해 카타르 왕실의 정통성을 잇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박물관과 연계성을 강화시킴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해준다.
박물관의 설계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맡았다. 옛 왕궁의 리노베이션은 독일의 Ziegert, Roswag, Seiler Architecture가 설계를 맡아 철저한 복원건축 공법을 동원하고 카타르의 고유 재료와 친환경 자재를 활용해 완성했다. 현대건설은 박물관 신축 공사와 옛 왕궁의 복원작업을 맡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3D BIM을 활용해 구현했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한 초기 원형 FRC 디스크판 하나를 완성하기까지는 약 4개월 이상이 걸렸다. 시공사는 마치 퍼즐 맞추기에 가까운 난이도 높은 기하학적인 FRC판 시공의 오차를 줄이고자 전체 건축물의 1/3 정도를 사전에 목업 제작한 후 4개월 동안의 품질 테스트를 거쳐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평균 180kg에 달하는 디스크 패널을 운반하고 설치하는 현장 운영 또한 만만치 않았다. 76,000장의 고성능 유리섬유 콘크리트 패널의 무게는 모두 합쳐 무려 3,000톤에 달한다. 박물관이 위치한 현장 또한 바다와 인접해 있기에 70~80에 육박하는 높은 습도가 숨을 막히게 했고, 50도가 넘는 폭염의 혹독한 기후, 물자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의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공사 자체는 쉽지 않았고 비정형 건축물의 공사의 난이도를 합쳐 공사 기간도 꽤나 오래 걸렸다.
지난 3월 27일 개관식에는 카타르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과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알 타니 카타르 박물관청장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인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청장은 세계 현대미술계를 움직이는 중동국가를 대표하는 큰손으로 명망이 높으며, 카타르박물관 프로젝트를 만든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은 궁극적으로 사고하는 행위”라고 강조하는 장 누벨은 상황과 조건에 대응하는 분석적 사고를 통해 전통적 한계를 탈피한 혁신적이면서 창조적인 건축을 시도하는 건축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건축가 장누벨은 카타르의 원시적 자연과 아라비아 해와 접한 사막 특유의 지형적 특색에서 건축적 모티브를 얻었으며, 이를 3차원의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무려 350m에 이르는 거대한 원반의 유기적인 조합은 최첨단 건축 기술을 통해 구현이 가능했다. 날카롭고 넓게 엮어진 원형 디스크판은 내부에 견고한 철골 프레임을 머금고 있어 구조적으로 안전하다. 카타르박물관이 걸프만을 대표하는 문화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건축가 장누벨의 말처럼 박물관의 특별한 건축과 구조는 신비로움을 상징하는 사막의 정화이자 꽃잎 결정체로서 방문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여러 각도로 기울어진 디스크판으로 인해 건물 곳곳에는 그늘도 생기고 이러한 공간은 야외 행사와 공연, 작품 전시회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다이내믹하게 구성한 6개 층의 외관만큼이나 박물관의 내부 공간 역시 좁은 계곡을 따라 펼쳐지듯 역동적이며 유기적이다. 바닥과 벽, 천장을 구성하는 공간에 커다란 디스크판이 특별히 정해진 구분 없이 적당히 끼어들고 세워지고 이어짐으로써 공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내부 전시 공간은 고대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아랍과 카타르의 문화유산에서부터 폭넓은 컬렉션을 시작, 카타르의 삶, 카타르의 현대사라는 3개 파트로 나누어 선보인다. 각 파트에는 총 11개의 전시장이 있으며, 극장, 레스토랑과 오피스, 뮤지엄숍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전시장은 카타르의 사막과 바다, 오일과 가스 등을 주제로 다채롭게 구성된 곡면과 경사진 벽면과 조화를 이루는 화려한 영상물로 가득 채워진다. 태고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카타르 영토와 역사의 힘을 환기시키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뮤즈그래프를 통한 고화질의 영상은 사막의 기억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인구 274만 명의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는 사막과 바닷가와 어우러진 삶의 전통이 풍부하게 자리 잡은 천혜의 땅이다. 현대에 이르러 석유와 천연가스의 발견으로 카타르는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지만 석유 매장량의 고갈 이후를 준비하며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창조적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경제의 다변화 플랜인 야심찬 ‘2030 카타르 국가비전’에서 잘 드러나듯 카타르 왕실은 터키와 이집트 같이 중요한 문화유산이 없는 만큼 세계가 주목할법한 미술품을 수집해 문화강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졌다. 이러한 문화와 교육에 대한 카타르 왕실의 투자는 이슬람아트뮤지엄(2008), 아랍현대미술관(2010)로 이어졌고 다시 2019년 카타르 국립박물관 개관으로 이어지게 된다. 중동 산유국들은 막강한 석유 파워와 부를 앞세워 현대미술의 맹주가 되고자 뜨거운 문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2년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있는 카타르 왕실은 문화 소프트 파워를 통해 국가 차원의 자본 투자를 문화시설에 한껏 투자하며 중동아트 파워의 주도권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 그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변화의 흐름에서 카타르국립박물관은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했고 중동의 아트 머니는 들썩이고 있다.
박시은 기자
Architects_ Atelier Jean Nouvel, Architect in Charge_ Jean Nouvel,
자료_ AJN, National Museum of Qatar, Photo by Iwan Baan(Exterior), Danica O. Kus(Interior)
Architects: Atelier Jean Nouvel
Architect in Charge: Jean Nouvel
Project Manager: Hafid Rakem
Project Leader: Phillipe Charpiot
Lead Interior Designer: Sabrina Letourneur
Clients: Qatar Museums(QM), Clients assistance: ASTAD, Qatar Petroleum(QP), ADVISOR TO JEAN NOUVEL: Stéphane MARTIN, MANAGEMENT: Hafid RAKEM(Area Manager), Éric MARIA(General Manager), Brian WAIT(Project Delivery Manager – Studies)
Location: Al Corniche St, Doha, Qatar, Area: 52,000㎡, Habitable area: 30,000m², Surface area: 40,000m², Program: Permanent exhibition galleries, temporary exhibition gallery, auditorium(220-seats), forum(70-seats), two cafés, restaurant, boutique, Research Center, conservation laboratories, collection storages, office, public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