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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 시각적 착시 현상을 통해 인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깨뜨리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

기존에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인식’이라는 주제에서 나아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

등록일 2019년12월26일 10시2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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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 시각적 착시 현상을 통해 인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깨뜨리며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

기존에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인식’이라는 주제에서 나아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개인전

 

 

탈의실, Changing Rooms, 가변 설치, 나무, 금색 프레임, 거울, 스툴, 커튼, 카펫, 조명, 2008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개인전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를 12월 17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개최한다.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주로 거울 등을 이용한 시각적 착시를 적용해 엘리베이터, 계단, 수영장 등 친숙한 공간을 소재로 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물리적 체험이 가능한 작품들을 전시해 왔다.

 

북서울미술관이 개최하는 이번 전시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에서는 이전의 전시에서 작가가 주로 다루었던 인식이라는 주제에서 나아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관람객들은 허구와 실재의 공간이 공존하는 그의 설치 작품을 보며 ‘눈으로 보이는 것이 실재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이번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에서는 나(혹은 주체) 와 타자 사이의 모호하며 비고정적인 경계에 주목한다.

 


커밍 순, Coming Soon, 가변설치, 오일 페인팅, 나무 프레임, 카펫, 나무, 브라켓 조명, 문, 2019

 

총 4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된 전시는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영화 포스터 13점으로 구성된 공간인 <커밍 순>으로 시작한다. <커밍 순>은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어린 시절 본인의 상상력과 영감을 키워주었던 영화들을 떠올리며 만들어낸 공간이다. 작품의 본래 맥락에서 벗어나 이미지에서만 출발해 자유롭게 이름 붙여진 영화 포스터들은 관람객에게 작품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더 뷰, The View, 가변 크기, 비디오 설치, 55“ 모니터, 나무, 199

 

 

엘리베이터 미로, Elevator Maze, 338 cm × 292 cm × 260 cm (W×D×H), 혼합재료, 2011

 

잃어버린 정원, Lost Garden, 가변 크기, 거울, 목재, 벽돌, 인조식물, LED, 2009

 

다음으로 작품마다 색다른 체험 요소가 있는 <더 뷰>, <엘리베이터 미로>, <탈의실>, <잃어버린 정원> 등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탈의실, 정원, 엘리베이터 등 친숙한 공간 혹은 건축적 요소를 활용한 이들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관습적인 지각과 인식에 대한 동요를 경험하게 한다.

 

 


탑의 그림자, In the Shadow of the Pagoda, 920 cm × 560 cm × 900 cm (W×D×H), 혼합재료, 2019

 

이어 만나게 되는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탑의 그림자>로 대형 스케일로 압도감을 선사한다.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탑의 그림자>는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인기작인 <수영장>의 구조를 발전시킨 것으로 석가탑의 또 다른 이름인 ‘무영탑’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히 제작한 신작이다.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이야기 속의 반영 이미지를 실제 물리적 공간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이러한 우리의 불완전한 인식의 투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동시에 바깥에서 수면을 바라보았을 때와 작품 안에서 수면을 올려다볼 때 관람객이 경험하게 되는 시선의 교차를 통해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그림자는 단순한 반영 이미지를 넘어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서의 불완전함, 혹은 주체의 불완전한 인식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타자나 외부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자동차 극장, Car Cinema,가변 크기, 모래 자동차, 비디오 프로젝터, 스피커, 2019

 

<자동차 극장>은 모래 자동차 13대로 구성된 작품으로 영상 속 자동차와 모래 자동차 사이의 시선을 통해 존재와 비존재, 주체와 타자, 물질과 이미지 등에 대한 시선의 교차를 보여준다.

 

 

(좌) 구름(남한), (우) 구름(북한), (L) The Cloud(South Korea), (R) The Cloud(North Korea), (each) 205 cm × 67 cm × 199 cm (W×D×H), 유리에 세라믹 인쇄, LED 조명, 나무 비트린, 2019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남한, 북한 지도를 모티브로 한 조각 작품 <구름(남한, 북한)>으로 전시를 마무리한다. 남한과 북한의 지도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각각 열한 개의 프린트된 유리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실체의 ‘경계 없음’ 혹은 ‘무상함’을 보여준다. 바람을 따라 흩어졌다 모이며 형태가 유동적인 구름처럼 개별 주체들의 의미와 본성도 주변 조건에 따라 변함을 의미한다. 남한의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영향 받고, 사람들은 북한의 그것과 비교해 우리 사회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실체는 없으며 결국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사이의 경계는 희미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에서는 서로 상반되는 것들이 공존하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해진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은 작가 특유의 재치 있고 기발한 발상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전시로, 세계적인 수준의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ANN

 

자료_서울시립미술관

박은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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