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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만찬

안정원의 발행인 칼럼_ 건축 및 디자인, 건설경제, 아트, 문화부문을 다양하게 아우르며 새로운 활력을 주는 매체로

등록일 2019년12월24일 09시0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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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만찬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원기를 북돋아준다. 자연의 순리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가며 땅의 기운이 키워낸 계절의 음식은 소박하지만 자연스러운 삶을 표방하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우리 땅, 우리의 풍토가 빚어낸 계절의 맛과 향기를 맛보고자 나도 모르게 그 향기에 이끌려 계절OO을 찾게 된다.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계절OO에는 우리의 눈을 번뜩이게 만드는 화려함도 우리의 혀끝을 자극하는 기괴한 맛도 없다. 그저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맛과 향기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하는 순수함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 밥상 속에는 식물이 병충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제철의 기운이 담겨져 있고, 우리의 몸이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려는 마음이 듬뿍 전해지기에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먹거리에 대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먹거리의 숨겨진 진실과 이면을 고발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되찾게 해준다는 이 프로그램에서 누구나가 공감하고 양심적인 식당을 발굴하여 선정하는 착한식당은 한편으로 씁쓸함을 전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정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숨겨진 요리가들이 존재함을 당당히 입증시켜 주고 있다. 우리가 평범하게 즐겨 먹던 먹거리와 음식들이 그저 일부 식당들의 장사 속으로 이용되고, 소비자나 음식 애호가들의 건강은 뒤로 하며 상업적인 잣대만으로 취급되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몸을 위해 당연히 제값내고 먹는 한 끼 식사들이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눈속임하고 거짓으로 포장하는 못된 행태에 커다란 실망감을 넘어 심한 분노감까지 표출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러한 형편없고 못된 음식을 자신 스스로와 자신의 가족이 먹는다고 한다면 어찌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일지 반문해본다. 못 먹는 먹어서는 안 될 재료를 음식에 넣는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범죄인 셈이다. 무엇보다 요식업체 종사자나 요리가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은 손님에게 제공되는 음식이 바로 내가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함을 프로그램은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최근 들어, 요리에 관심이 내 속 저편에서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나 스스로의 건강함을 위해, 때론 주변 지인들을 초대하기 위해 차츰차츰 시작된 요리의 과정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요리를 배워가며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흡사 우리의 삶의 과정과 닮아있다. 사람이 먹어서 좋은 건강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 고민하기도 하며, 적당한 요리시간과 자신만의 비법을 한 끼의 요리에 담아감으로써 이내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기쁨과 화목함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요리의 과정은 잘 짜인 드라마 각본과도 같다. 아니 한 발치 떨어져 그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저널리스트에게는 신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는 건축을 구현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좋은 콘텐츠와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려는 용기와 진정성 있는 가치를 전해주려는 필력 등이 필요하듯, 좋은 건축과 디자인을 위해서는 좋은 땅과 대지와의 조화로움을 담아내기 위한 건축가의 창의적인 고뇌, 이를 뒷받침해줄 건축주나 발주처의 패트론적 태도, 시공자의 장인정신이 발현되어야 함은 당연한 요소일 것이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건강한 터전과 주변 환경에서 건강한 밥상이 나오듯, 좋은 건축과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질 좋은 건축문화 환경을 위해 관계당국과 관계기관은 물론 건축계와 디자인계의 긴밀한 협조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부터 한양대학에서 실내건축디자인학과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 역시 교육적인 측면과 건축디자인 언론인의 입장에서 동시에 좋은 건축, 좋은 디자인의 터전과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우리 사회를 위한 작은 실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ANN

 

안정원(비비안 안)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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