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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지현의 철도 공공건축 칼럼 5

상업 시설에 대하여 ; 한국의 철도역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 ‘내 도시의 멋진 상징물’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

등록일 2024년08월26일 11시1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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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지현의 철도 공공건축 칼럼 5

상업 시설에 대하여 ; 한국의 철도역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 ‘내 도시의 멋진 상징물’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 21세기의 이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재 같은 존재

 

연재 순서_ 역의 아이덴티티 찾기 ❙ 철도역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 ❙ 동선 분석 ❙ 철도역의 상징물 ❙ 상업 시설

 

 

상업 시설에 대하여

기차역의 상업 시설 유치는 프랑스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필자가 작년 뚤루즈 역 준공식을 할 때도 프랑스 철도 노조의 철도역 상업화 반대 집회가 함께 열렸다. 역의 운영을 자체해결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상업 시설 유치는 필수적인 조건이 되었다. 지자체와 국가 보조금을 유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비는 상업 시설의 성공적 유치로 충당한다.

프랑스에서 철도역에 본격적으로 상업시설을 유치한 실험적인 역은 파리 셍라자르역이다. 전면 파사드 뒤쪽의 공간을 열어 모두 상업 시설에 임대했다. 지하철에서 역으로 올라오는 주동선도 상업 시설을 통과한다. 어마어마한 반발과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 수익성이 입증되었고, 예상 밖으로 여행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후 파리를 시작으로 프랑스 주요 역들의 상업화가 가속화되었다.

 

사진_ 프랑스 파리 셍라자르역

 

공공 시설로서의 철도역 계획에서 상업시설 유치 시 가장 힘든 점은 각각의 업체의 요구와 역 전체 이미지의 충돌을 해소해야 할 때다. 업체들은 그들의 상호명이 가장 눈에 띄길 원하고, 매장의 독특한 디자인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길 원한다. 그러나 역에서 가장 눈에 띄어야 하는 것은 열차 정보와 출입구 및 기타시설 위치에 대한 정보다. 앞선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정보의 위계질서가 사라지면 공간은 혼란스러워진다. 내 업체 간판이 더 커야 눈에 띄어 매출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크고 작은 간판들이 겹쳐 설치되면 가독성이 떨어져 또 다른 홍보 수단을 추가로 설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꾸준히 설득하고 조율해내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다.

전체 계획은 한 명의 건축가가 맡아서 하지만, 각각의 상점 공사를 맡는 수많은 건축가와 업체들을 동일한 콘셉트로 이끄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운영사의 강한 의지를 등에 업은 총괄건축가의 단호함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콘셉트를 해치지 않도록 매우 세밀한 규정을 각 상점에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간판의 위치 및 크기, 재질까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을 때의 업주들의 반발은 심하다. 이 과정을 극복하고 파사드에 통일감을 줄 때, 각각의 상점들의 인테리어가 돋보이게 되고 가독성은 최고치에 이른다.

 

그림_ 상점 파사드 디자인 가이드 예시

사진_ 가이드라인대로 설치된 간판들 예시

사진_ 파리 리옹역

 

코레일의 디자인센터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철도역 내부의 상업 시설 간판들은 아주 많이 규격화되었다. 튀는 간판들이 사라지니 오히려 모든 상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본의 규모와는 별개로 공평하게 같은 조건을 주고,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공공 공간으로서 당연한 역할이기도 하다. 몇 해 전 디자인센터의 심의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_ 동대구역 내부 상점 간판

 

부산역의 경우, 모든 상점들의 간판은 정해진 규격을 맞추어 설치되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무슨 이유일까? 앞서 몇 번이나 강조했듯이, 과도한 정보 노출이 그 원인이다. 광고판 한 줄 만을 없앤 아래의 사진에서는 정보에 대한 가독성이 향상됨을 볼 수 있다. 기둥에 설치된 거대한 정보판을 광고판을 없앤 자리에 적절히 배치하면 공간은 더 열리고, 열차정보 및 상점에 대한 정보도 훨씬 더 눈에 들어올 것이다. 좌측 벽면에 설치된 광고판은 오른쪽 상점 파사드 계획의 연계선상에서 크기를 맞추어 계획하면 더 많은 광고판 설치도 가능하다. 광고판 수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가독성은 더 살릴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사진_ 부산역 내부

 

철도 건축은 공공 시설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의 원리로 “철도 건축”이라는 상징성이 너무나 많이 사라진 현실이 안타까워 지난 몇 주간 다섯 가지 테마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글을 쓰면서 고민도 많았다. 한국의 수많은 전문가들 앞에 감히 나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했다. 급격한 변화를 오롯이 맞으며 변화해온 한국의 철도역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 <<내 도시의 멋진 상징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한국의 역>>으로서의 특징을 찾아내고 그 아이덴티티를 조금씩 살려내어 모든 이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22세기에는 21세기의 이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재 같은 존재가 되길 희망해본다. ANN

 

사진_ 광명역 (한국의 철도역 스페셜 에디션 – 국가철도공단)

 

 

 

김지현 아뜰리에 제이아이 대표, 프랑스 공인 건축사 DPLG

자료_ 아뜰리에 제이아이

 


❙필자 김지현은 1999년 도불하여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철도청 SNCF 산하기관 자회사 건축엔지니어링사 AREP에서 근대 문화재 현대화 및 철도 시설 전문가로 프랑스 남부 지방 복합 프로젝트 팀장으로 활동하였다. 최근 작품으로는 뚤루즈 철도역사 현대화 프로젝트와 니스 셍오귀스탕 복합환승시설이 있고, 올해 초 귀국하여 아뜰리에 제이아이 대표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안정원·전예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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