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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지현의 철도 공공건축 칼럼 2

철도역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

등록일 2024년08월05일 15시4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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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지현의 철도 공공건축 칼럼 2

철도역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 “한번쯤 가보고 싶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적인 장소, 누군가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는 철도역”

 

연재 순서_ 역의 아이덴티티 찾기 ❙ 철도역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 ❙ 동선 분석 ❙ 철도역의 상징물 ❙ 상업시설

 

한국의 철도역은 일제 강점기부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뼈아픈 역사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 인프라 구축의 중심에 있는 시설로 그 시절의 요구를 가장 적절히 충족시키는 형태로 변화해왔다. 그러다보니 형태적으로나 재료 선택 면에서나 그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되기에는 초라해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고속철도의 건설과 더불어 역의 규모가 커지면서 또다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기회가 생겼다. 경부 고속철도를 시작으로 여러 개의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건설된 신 역사들은 독특한 형태와 공법으로 랜드마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리모델링 또는 증축의 경우, 역의 편의성과 접근성은 살렸으나 이 과정에서 기존 역들의 이미지가 대부분 사라져버렸고, 거대한 상업시설과 함께 유치되어 ‘철도역’이란 상징성이 상쇄된 경우가 많다.

 

사진_ 용산역

사진_ 서울역

 

철도역 운영에 있어 수익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 상업시설 유치는 철도역 설계에서 큰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역의 기능보다 상업시설이 더 강조된 수많은 철도역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철도역에 유치되는 상업시설은 역이라는 시설이 끌어들이는 유동인구가 잠재적 클라이언트로 기본적인 수익성을 보장한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므로 철도역의 상징성을 보존한다고 해서 상업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각각의 고유의 기능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 편의성은 확대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철도역만이 가진 독창적 이미지를 보장하면서 편의성과 상업성 또한 개선시킬 수 있을까?

계획 시 역의 기본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역이란 장소만이 가지는 상징적인 공간들을 제대로 살려내 그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그 중 역 광장과 주출입구(파사드), 그리고 대합실이 역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광장 및 주출입구 (파사드)

유동인구 1위인 서울역의 경우, 역의 광장과 주출입구의 개념이 모호하다. 선상역사로 지으면서 역의 레벨에 맞추어 광장을 새로 만들었으나, 지하철 입구가 쇼핑센터쪽으로 향하고 모뉴멘털한 계단이 추가되면서 시선이 분산되어, 어디가 역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같은 재료의 여러 개의 매스는 역의 경계를 나타내지 않고, 두개의 거대한 역 명판은 어디가 역인지 더더욱 헷갈리게 한다.

 

사진_ 쇼핑시설이 더 강조된 서울역 광장

 

철도역에서 광장은 매우 상징적인 공간이다. 모든 동선이 집약되고 철도역이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나의 목적지를 파악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역 광장의 형태는 단순하고 역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동선 파악이 쉬워야한다. 역의 특성상 여러 개의 출입구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주출입구를 가시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여 역 내부 주요 공간으로 통하는 입구임을 각인시킨다. 광장에 택시 및 버스 등의 차량 동선이 있는 경우, 보행자 동선은 더욱 단순화시키고, 가능하면 역의 주출입구의 축과 일치시킴으로써 방향성을 확실하게 제공한다.

 

사진_ 주출입구가 명확하게 보이는 부산역 광장

 

대합실

역의 주출입구로 들어가면 처음 눈에 들어오게 되는 역의 상징적인 공간인 대합실은 역의 파사드만큼이나 중요한 건축적 요소다. 압도적인 공간에서 이용객들은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빨리 찾아야한다. 기차를 타기 전 또는 누군가를 마중 나와 기다리게 되는 장소이자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통과하는 공간으로 매우 동적인 장소이며, 수많은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므로 정보 전달력이 매우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때 기차역 기능에 필요한 정보와 상업적 광고를 어떻게 구분하고 질서를 부여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유동인구가 많은 이유로 유치된 거대한 상업광고들이 기차에 관련된 정보들보다 더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사진_ 서울역 대합실

사진_ 부산역 내부

사진_ 파리 리옹역, 멀리서도 바로 눈에 들어오는 열차 정보

사진_ 파리 몽빠르나스역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계획 시 공간 및 건축 요소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전체적인 공간 파악이 가능한 열린 공간을 만들어 동선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역이라는 장소에서 가장 먼저 제공해야 하는 정보들은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여 여행객들을 안심시킨다. 필요한 정보를 획득한 여행객들은 그제야 공간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고 광고판에서 제공하는 정보들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필자는 잠재력이 풍부한 한국의 역이 그저 빨리 스쳐지나가는 광고판 같은 공간이 아닌, 한번쯤 가보고 싶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적인 장소, 누군가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건축 계획 프로세스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도 운영기관의 열린 시각이 절실해 보인다. ANN

 

김지현 아틀리에 제이아이 대표, 프랑스공인건축사 DPLG

 

 

 

 

필자 김지현은 1999년 도불하여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국립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철도청 SNCF 산하기관 자회사 건축 엔지니어링사 AREP에서 근대문화재 현대화 및 철도시설 전문가로 프랑스 남부 지방 복합 프로젝트 팀장으로 활동하였다. 최근 작품으로는 뚤루즈 철도역사 현대화 프로젝트와 니스 셍오귀스탕 복합환승시설이 있고, 올해 초 귀국하여 아뜰리에 제이아이 대표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안정원·전예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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