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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지현의 철도 공공건축 칼럼 1

역의 아이덴티티 찾기, "기억속의 역, 변화하는 역에 대한 철도 이야기"

등록일 2024년07월29일 19시3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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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지현의 철도 공공건축 칼럼 1

역의 아이덴티티 찾기, "기억속의 역, 변화하는 역에 대한 철도 건축 이야기"

 

연재 순서_ 역의 아이덴티티 찾기 ❙ 철도역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 ❙ 동선 분석 ❙ 철도역의 상징물 ❙ 상업시설에 대하여

 

기억속의 역, 변화하는 역은 어디론가 떠날 때 무의식중에 스쳐가는 장소,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던 장소, 어떤 도시나 마을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마주하는 장소이다. 이 모든 순간들의 설렘과 흥분을 나누는 공간이 바로 역이다. 특히 오랜 기간 살아왔던 도시의 역은 수많은 추억을 나눈 장소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유동 인구의 변화와 요구의 다양화로 역들도 조금씩 그 모습을 변화시켜왔다. 어떤 역은 이용객의 부재로 역으로의 기능을 상실하여 폐역이 되고, 어떤 역은 이용객이 많다는 이유로 상업시설로 전락한다. 어느 날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를 방문했는데, 내가 알던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어진 것을 느낀다면, 마치 그 시절을 송두리째 도둑맞은 듯한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다.

 

사진_ 지금은 폐역이 된 경주역

사진_ 동대구역의 옛 모습

 

공공시설인 철도역이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낯선 장소가 되어버린 오늘의 철도역은 새로운 세대에게는 또 다른 추억의 장소로 자리매김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습 또한 몇 십 년 후에 또다시 변화할 것이고, 또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꼭 필요한 철도역, 수백 년을 같은 자리에서 존재하게 되는 상징적인 이 건축물이 수백 년을 살아온 기억들도 다 품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역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도시 맥락적 의미도 크지만, 그 장소성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

 

철도시설 전문 건축가로서 프랑스 파리에서 18년간 활동했던 필자는 프랑스인들의 건축물에 대한 기본 인식에 항상 감탄하곤 했다. 그 건축물 자체가 가진 역사성과 장소성을 언제나 높이 평가하여,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존의 형태를 보존하는 것에 매우 관대하다. 그렇다보니, 유동 인구가 크게 늘어난 철도역사 리모델링을 할 때에도 기존 형태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는 매년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역»을 선정한다. 각 도시의 역들은 각각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정기적인 리모델링을 하지만 그 역만이 가진 특색은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역이 선정되면 그런 랜드마크를 가졌다는 사실에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그만큼 역이라는 건축물이 가진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진_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역 투표 (프랑스)

 

 

우리나라의 경우 KTX를 도입한 후 수많은 기차역들이 증축 및 리모델링을 하였고, 그 결과 안타깝게도 각각의 역들이 가지고 있던 특색들이 사라지고 모두 비슷비슷한 얼굴을 한 건축물들이 되어버렸다. 수익성 보장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검색창에 특정 역을 검색해 보면 역의 사진보다 백화점 또는 쇼핑센터의 사진이 먼저 검색되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이미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역들에 철도역만이 가질 수 있는 상징성을 다시 찾아줄 방법은 없을까?” 만약 어떤 역의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조금 더 철도역다운 건축물로 디자인할 수 있을까?” 하는 건축가로서의 무거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ANN

 

 

김지현 아뜰리에 제이아이 대표, 프랑스공인건축사 DPLG

 

>>필자 김지현은 1999년 도불하여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국립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철도청 SNCF 산하기관 자회사 건축 엔지니어링사 AREP에서 근대 문화재 현대화 및 철도시설 전문가로 프랑스 남부 지방 복합 프로젝트 팀장으로 활동하였다. 최근 작품으로는 뚤루즈 철도역사 현대화 프로젝트와 니스 셍오귀스탕 복합환승시설이 있고, 올해 초 귀국하여 아뜰리에 제이아이 대표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안정원·전예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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