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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셰프

안정원의 발행인 칼럼_ 건축 및 디자인, 건설경제, 아트, 문화부문을 다양하게 아우르며 새로운 활력을 주는 매체로

등록일 2019년12월09일 09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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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셰프

 

 




 

 

대한민국은 지금 셰프와 사랑에 빠졌다. 요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져가면서 대중매체와 방송의 각종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더불어 요리의 수장이자 정찬요리의 명장을 뜻하는 셰프들의 명성도 연예인 못지않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 조사기관의 결혼 상위 순위로 꼽히는 직업 층이 셰프일 정도로 너도나도 요리의 삼매경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를 따라하며 주부들은 열렬한 팬들이 되기로도 하고, 중년의 남자들도 요리의 신세계로 빠져들기도 한다. 유명 인사나 연예인들 역시 요리 관련 프로그램의 촉매제 역할을 자임하면서 요리의 붐을 이끌고 있다. 더불어 요리 전문학교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서점가에는 요리책도 넘쳐난다. 가히 요리가 대세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영화와 드라마, 전시 등의 여러 문화 장르에서 요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요리사는 어느 정도 직업군에서 차별되어 왔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찬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들의 꽃이라는 할 수 있는 셰프를 너무 남용한 나머지 주방을 책임지고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주방장이고 셰프라는 오용을 남기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요리는 끊임없이 다른 장르와 컬래버레이션하며 진화하고 있다. 때론 전문화된 특성을 더욱 고조시키는가 하면,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는 친숙한 장르 속성을 바탕으로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요리의 세계는 때론 우리의 혀와 코, 시각을 즐겁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가족 간의 이해관계에 파고들어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저마다 요리에 대한 진한 추억이 서려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따뜻한 밥과 반찬, 국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나이 먹은 우리에게 잊혀 지지 않는 그리움을 남긴다. 세상의 어느 맛있는 요리가 어머니의 감동을 따라 할 수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행복을 같이 나눈다는 것과 같다. 서로에 대한 친밀함은 요리를 통해 더욱 배가되고 요리는 이내 행복의 전령사임을 자임한다. 음식을 먹는 시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간혹 쌓여있던 불신이나 앙금은 맛있는 음식을 통해 허물어지기도 한다. 음식이 베풀어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람들의 관계를 돈독하고 화목하게 만들어주는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먹는 음식은 정성과 건강함, 미적 효과를 두루 포함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는 의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처럼 좋은 음식을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속에 들어오기 전의 음식은 우리 스스로 조절할 수 있지만 이미 몸속에 들어온 음식이 우리 몸을 다스리게 되기에 요리의 기본이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진정성을 내포한 신선한 재료에서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이 탄생할 수 있듯이 요리의 기본이 되는 식재료 또한 중요한 것이다.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자라난 건강한 식재료가 곧 건강한 음식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질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요리사들은 정성과 지식을 덧대어 고객들에게 내놓게 된다. 주방을 책임지고 다수의 조리사들을 지휘하는 셰프들은 자신의 요리에 대한 진솔한 철학과 창의성을 가미함으로써 우리에게 사뭇 감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문 셰프들이 만든 음식에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맛과 감동의 세계로 우리를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음악은 여러모로 요리와 닮아있는 듯하다. 일본 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지브리 스튜디오 25주년을 맞이해 마련된 콘서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애니매이션을 펜과 음표로 그리는 두 거장의 만남은 오랫동안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속에서 더욱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기에 더욱 진솔하게 전해진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이 둘의 작품 세계에서 음식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함께 작업하면서 누린 시간만큼이나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시간의 기록들은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장면에 생생히 남겨져 있다.

 

이맘때면 더욱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고마운 음식, 함께 한 시간들, 잊고 있었던 행복의 레시피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세상의 모든 셰프’들… 고마워요!! ANN

 

안정원(비비안 안)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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