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Foreverism: Endless Horizons
‘영원히 지속되는 과거’를 시각문화의 요소로 돌아보는 상반기 기획전
홍보 포스터
전시개요
일민미술관은 4월 12일부터 6월 23일까지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를 연다.
최근 사회, 문화, 정치 전반의 영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대부분이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감정과 연결된다. 과거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트래픽을 일으키는 소셜 네트워크가, 지난 세대의 대중문화를 끊임없이 리바이벌하는 아이돌 그룹이 그렇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인의 선거 전략 역시 좋았던 시절을 거듭 회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리움이 현실을 지배하는 유력한 감정이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전술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소비자, 관객, 유권자는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현실보다 친밀하게 받아들이면서, 실제로 소유하지 않았던 대상에 대해 애착과 상실의 감정을 느낀다. 문화비평가 그래프톤 태너(Grafton Tanner)는 이 현상을 영원주의(Foreverism)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1전시실 전경
《포에버리즘》은 우리 사회 전반에 도래한 영원주의를 관찰하며 영원함의 속성을 돌아보는 동시대 작가 12팀을 소개하는 전시다.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미술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선형적 흐름을 이탈해, 과거의 역사와 방법론을 전유하거나 재매개함으로써 ‘무시간’에 가까운 시간 감각을 만들어 왔다. 2000년대를 전후로 미술계에 등장한 포스트프로덕션 담론은 샘플링이나 리믹싱 등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작가들에 주목하고, 이 같은 기술의 대중화가 현대미술에 더욱 급진적인 힘을 부여할 것이라 예측한 사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 그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에서 나아가 무엇도 종결되지 않는 특유의 영속성이 일상화되었다. 이처럼 과거의 흔적만으로 재구성된 현재가 영원히 계속되는 듯한 감각은 예술이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에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한다.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으로 노스탤지어가 독점되기도 한다. 즉 영원주의의 출현은 예술을 상투적이고 제도적인 반복으로, 혹은 시장의 유행에 부응하는 유사 파생 상품으로 의심하게 만들고, 미술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을 순환논증으로 굴절시킨다.
2전시실 로비 전경
2전시실 전경
12팀의 작가는 노스탤지어의 생성과 작용을 포함해 현재의 독특한 시간성이 현실을 이루는 방식을 관찰한다. 이들은 점점 빠른 통신망과 인터넷이 전세계에 보급되며 촉진한 ‘연결의 과열’ 속에 성장했다. 또 스마트폰과 대용량 저장장치를 비롯한 매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시각 이미지의 과다’를 직접 체험한 세대다.
작가들은 이러한 환경을 현실의 새로운 토대로 받아들이는 한편, 시청각 이미지와 그 혼합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서사, 정체성, 감정의 변화를 면밀히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의 작품은 현실 세계의 공회전으로부터 자의적인 표류를 시도하며, 동시에 이러한 도약을 통해 우리가 아직 닿지 못한 시간의 지평선 너머를 엿보려 한다. 이와 같은 모색은 영원함이 주는 안온함에서 벗어나 현재의 의미를 찾고 진지하게 현실 세계를 성찰하는 동시대 미술의 노력이다. 일민미술관은 작가들과 함께 지금 우리 삶에 나타나는 영원주의의 징후, 시각문화의 흐름을 검토함으로써 영속성에 갇힌 시간 바깥을 상상하고 노스탤지어의 외부를 그린다.
3전시실 전경
전시에 맞추어 연계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4월 11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오프닝 리셉션을 연다. 5월에는 참여작가와 이론가가 참여하는 〈심포지움〉을 개최하며, 6월에는 영미권에서 2023년 출간된 관련 단행본을 다루는 〈역자후기30〉을 진행한다.
총 63일간 진행되는 《포에버리즘》은 매주 월요일 휴관하고, 금·일요일 오후 3시에 현장 신청자를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시 부제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는 문학동네시인선 200호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가 수록하고 따온 시인 안희연의 글에서 인용했다. ANN
자료_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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