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래의 ‘늘 푸른 생명의 원천에 뿌리를 내리다 – 생명의 그물망’에 흠뻑 취해보다
이길래의 자연의 생명력과 생성 원리에 대한 통찰력 있는 성찰, 지구 환경과의 조화로운 관계, 생태계의 중요성 그리고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을 제시한 이길래의 포용적이면서 통합적인 사고를 감상할 수 있어
독특하고 강렬한 조형언어로 자연의 생명력과 생성원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길래 작가의 개인전이 1월 25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마련된다. 이번 작가는 전시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소나무 뿌리와 돌을 형상화한 대규모 설치 조각과 드로잉, 재료적 대조와 변형, 형태와 질감, 곡선과 직선, 지속 가능성을 실험하고 탐구한 신작 106점을 선보인다.
이길래 작가는 한국의 대표적 식물상징인 금강송 특유의 형태와 모티프를 통해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한 소나무 연작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작가에게 소나무는 특유의 강인한 몸체와 줄기, 바늘처럼 가늘고 뾰족한 푸른 잎, 오랜 수명, 자연재해에 대한 저항력 등으로 힘과 영원성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이길래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예술적 탐구를 기반으로, 소나무 뿌리와 돌의 결합, 자연물과 인체가 융합된 형태의 신작들을 대거 선보이며 고유의 세계관을 더욱 깊고 넓게, 자유롭게 펼쳐낸다. 전시 작품에서 잘 드러나듯 작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국 적송의 뿌리와 돌을 대비시킨 거대한 설치 조각을 주요 작품으로 등장시켜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뿌리는 나무가 자라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과 에너지를 흡수하며, 이것은 생명체가 성장하고 생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거대한 뿌리 작품은 생명력과 활력, 자연의 강인한 힘을 상징한다. 이렇듯 작가는 뿌리를 통해 연결된 생태계 시스템을 강조하기 위해 설치 방식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시장 2, 3층을 관통하는 뿌리줄기(650cm) 위쪽은 하늘로 향하고 뿌리줄기 밑 부분은 14개의 크고 작은 뿌리들(1000cm)이 2층 전시장 바닥으로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도록 연출했다. 2층에서 뿌리줄기를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거나 3층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게 배치한 것은 땅속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에너지가 뿌리에서 흡수되어 줄기를 타고 위로 뻗어가는 과정을 은유한다. 이는 생명체들이 뿌리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작용하며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요 뿌리에서 여러 개의 작은 뿌리들이 갈라져 뻗어 나가는 사이에는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이 흩어져 놓여 있다.
“돌은 수세기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고요한 불변의 물질로써 시간에 저항하는 강인한 특성을 지녔다. 뿌리와 돌이라는 대립적인 속성 간의 결합은 생명과 불변, 변화와 안정, 유기체와 무기체 등의 상반된 요소들이 연결되어 함께 존재할 때 자연은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길래, Millennium-Pine Tree Root 2023-2, 2023, 650x730x900cm, copper welding
이길래의 세계관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거쳐 왔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작가는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해체와 융합을 핵심 주제로 삼아, 깊어진 사유를 통해 작품세계를 더욱 독자적이고 자유로운 차원으로 이끌어냈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대표적으로 동파이프 소재로 만들어진 나무이자 사람, 나무이면서 돌인 작품들은 식물, 인간, 무생물, 자연, 인공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와 에너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우주적인 세계관을 탐험하려는 독창적 시도로 읽혀진다. 인간, 소나무, 돌을 결합한 작업은 애니미즘과 통합적 세계관에 대한 개념을 담고 있다. 애니미즘은 사람, 동물, 식물, 사물 등 모든 존재가 에너지와 영혼을 지닌다고 믿는 사상이다. 통합적 세계관은 서로 다른 형태와 속성을 가진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우주적 생명체를 형성한다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새로운 작업을 통해 차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포용하는 세계관을 오롯이 제시하고 있다.
깊어지다(Deepening), 자생력과 생명의 에너지라는 주제 의식의 심화
작가의 세계관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은 이전에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나 복합성에 대해 더 깊게 탐구하거나, 소재, 구성 방식, 표현 기법 등에서 깊이 있는 측면을 추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독창적 조형 기법을 발전시키며 자생력과 생명의 에너지라는 주제 의식을 더욱 심화시켰다. 일찍이 동파이프를 사용해 자연의 형상을 빚어내는 표현기법을 개발하여 독자적인 작업 스타일과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동파이프는 일반적으로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소재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비생명적인 소재를 작업에 사용하여 역설적으로 자연의 생명력과 힘을 표현하고 있다. 동이라는 유연한 재료는 용접기술이 지닌 독특하고 정교한 제작 과정을 거쳐 고리(세포)들이 반복적으로 결합되며 전체 나무 형태를 만든다. 이것은 개별적인 세포들이 서로 어우러져 나무를 형성하는 자연의 과정을 나타내며, 용접은 나무가 성장하고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자연적인 힘과 상호작용을 상징한다. 작은 세포들은 조직적으로 연결되고 통합되어 전체적인 나무의 형태에 기여하고, 전체는 작은 부분들의 합으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이길래, Root, 2023, copper welding, 130X92X104cm
이길래, Millennium- Pine Tree Lump 2023-2, 2023, copper welding, 148x87x85cm
이길래, Pine Tree With Three Roots 2017-1, 2017, copper welding, 328x150x80cm
이길래 작가가 동파이프를 작업의 재료로 발견하게 된 계기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 괴산 작업실에서 대학에 출강하던 시절, 고속도로의 화물차에 적재된 동파이프의 단면을 우연히 목격한 것에서 비롯되죠. 다발로 묶인 동파이프 단면의 구조적인 형태에서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세포 이미지를 발견했고 이는 문명의 상징인 동파이프와 생명의 상징인 세포의 이중적 소성을 결합한 작품 구성으로 이어졌어요. 처음으로 동파이프로 표현한 작품은 과일, 채소 혹은 열매와 같은 일상적인 자연 소재의 형태였죠. 이후 작업실 주변의 소나무의 거친 껍질에서 동파이프의 찌그러진 단면과 같은 형상을 발견하고 자연의 원형의 상징인 나무,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정신을 표상하는 소나무 형상으로 작품세계를 확장시킨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넓어지다(Broadening),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작업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
작가의 세계관이 더욱 넓어졌다는 것은 이전에는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 주제, 스타일 등을 탐구하고 새로운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을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작업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예전 작업이 소나무 형상을 빌려 생명력의 근원과 동양적 세계관을 제시했다면 새로운 작업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나무뿌리와 무생물인 돌덩어리와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자연의 요소를 포함하며 예술적 개념의 확장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전시장 2층에 설치된 거대한 뿌리 작품에서는 주요 뿌리에서 여러 개의 작은 뿌리들이 갈라져 뻗어 나가는 사이에 크고 작은 돌덩어리들이 흩어져 놓여 있다. 소나무 뿌리와 돌을 등장시킨 대규모 설치 조각은 재료적 특성의 대조와 변형, 형태와 질감, 곡선과 직선, 색상 대비, 지속가능성 등을 실험하고 탐구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다양성과 확장성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길래, Millennium- Pine Tree, 2017-2022, copper welding
자유로워지다(Unrestrained), 새로운 발상과 혁신적인 표현을 통해 창의성을 더욱 자유롭게 펼쳐 보여
작가의 세계관이 더욱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기존의 규칙이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과 혁신적인 표현을 통해 창의성을 더욱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동시에, 창작의 열정이 어떠한 틀에도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표현의 자유를 모색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길래의 세계관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거쳐 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단순한 진화가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표현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서 새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해체와 융합을 핵심 주제로 삼아, 깊어진 사유를 통해 작품세계를 더욱 독자적이고 자유로운 차원으로 이끌어냈다. 대표적으로 동파이프 소재로 만들어진 나무이자 사람, 나무이면서 돌인 작품들은 식물, 인간, 무생물, 자연, 인공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와 에너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우주적인 세계관을 탐험하려는 독창적 시도로 간주된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예술이 어떻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길래, Root, 2015, copper welding, 265x255x115cm
이길래, Millennium- Pine Tree 2023-7, 2023, copper welding, 160x1390x8cm
이처럼 이길래의 세계관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거쳐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해체와 융합을 핵심 주제로 삼아, 깊어진 사유를 통해 작품세계를 더욱 독자적이고 자유로운 차원으로 이끌어냈다. 대표적으로 동파이프 소재로 만들어진 나무이자 사람, 나무이면서 돌인 작품들은 식물, 인간, 무생물, 자연, 인공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와 에너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우주적인 세계관을 탐험하려는 독창적 시도로 간주된다. 인간, 소나무, 돌을 결합한 작업은 애니미즘과 통합적 세계관에 대한 개념을 담고 있다. 애니미즘은 사람, 동물, 식물, 사물 등 모든 존재가 에너지와 영혼을 지닌다고 믿는 사상이다. 통합적 세계관은 서로 다른 형태와 속성을 가진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우주적 생명체를 형성한다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새로운 작업을 통해 차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포용하는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서로 다른 형태, 성질, 속성을 지닌 다양한 존재들이 상호작용하고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는 통합한 세계관을 의미한다.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은 지구 환경과의 조화로운 관계, 생태계의 중요성,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 등을 포함한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이길래, Drawing, 2017-2023, Ink on paper, Dip pen
작가 이길래는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학과 조소 전공으로 졸업했다. 2020년 오페라갤러리, 2015년 겸재정선미술관, 2012년 갤러리BK, 2010년 사비나미술관 등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한강조각 프로젝트>(2023, 한강공원 일대, 서울), <영감의 원천>(2023, 주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예술품박물관, 상하이, 중국),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2020, 사비나미술관 서울, GS예울마루, 여수), <현대용접조각전-불로장생>(2018, 성남큐브미술관, 성남)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사비나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문화재단, CJ문화재단, 포항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두루 소장되어 있다. ANN
이길래 조각가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자료_ 사비나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