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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밥상, 그 첫걸음이 힘든가?

안정원의 발행인 칼럼_ 건축 및 디자인, 건설경제, 아트, 문화부문을 다양하게 아우르며 새로운 활력을 주는 매체로

등록일 2019년11월28일 10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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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밥상, 그 첫걸음이 힘든가?

 

 

 

 


 

 

지난 9월 말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도 그런 것이 법안 적용 대상자가 공직자는 물론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 제법 범위가 넓고 그 배우자까지 포함한다면 족히 400만 명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꼭 업무와의 연관성을 제쳐두고라도 서로 혈연, 지연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이 법에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2011년 ‘벤츠 검사 사건’으로 불거진 거액의 금품 수수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직자의 부정부패 방지에 대한 법안의 필요성을 불러 일으켰다. 내연관계에 있는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벤츠자동차와 샤넬가방 등 고가의 선물을 제공받았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게 되면서 사건의 파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2012년 8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게 되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는 김영란법 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이후 사회 전반의 파급력이 큰 법안인 만큼 여러 차례 수정과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제외되면서 반쪽 입법 논란을 거쳐 가까스로 2015년 3월 국회에 통과되기에 이른다. 이해충돌 방지란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공직자 등이 직무수행 시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 와중에 대한변호사협회와 기자협회 등에서 헌법소원을 내면서 위헌 시비에 휘말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리게 되면서 법안이 발의된 지 4년여 만에 시행되게 된 것이다.

 

김영란법의 4가지 쟁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 배우자가 수수가 금지된 금품을 받은 경우 공직자 등이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조항, 음식물·경조사비 등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가액의 상한을 법으로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한 부분도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탄력성이 있는 행정 입법에 위임해야 한다는 점, 김영란법에 적시된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쟁점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영란법에 적용을 받는 곳은 구체적으로 4만 919곳에 달한다. 공공 분야에는 국회·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선관위·인권위 등 6곳, 중앙행정기관 42곳,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260곳이다. 여기에 국회의원은 물론 공직유관단체 982곳과 공공기관 321곳이 포함된다. 교육 분야는 총 2만 2412곳으로 유치원 8930곳, 초·중·고등학교 1만 1799곳, 외국인학교 44곳, 일반대·전문대·대학원 398곳, 사립학교 1211곳, 기타 학교 30곳이 법에 적용받는다. 언론사는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는 1만 7210곳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김영란법의 시행을 통해 현재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는 김영란 교수가 덩달아 유명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기도 한 김 교수는 2011년 제3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김영란법을 발의한 장본인으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김영란법에 대한 애매모호함도 적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럽다고 말하곤 한다. 특정인을 처벌하는 직무관련성의 범위와 국민권익위의 가이드라인도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2018년 말까지는 시행령 개정을 할 수 없다는 국민권익위의 입장에 기대볼 때 우리 스스로 가급적 애매하거나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은 하지 마는 것이 상책일 따름이다.

 

공정하고 투명함이 넘쳐나는 사회를 향한 움직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 팽배했었던 대가성 접대와 향응, 부정청탁, 금품 수수와 촌지 등이 우리 사회를 그늘지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 건축계와 디자인업계, 건설업계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본격적인 ‘1/n’시대로 불리는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보다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선진화된 사회를 향해 반드시 거쳐 가야할 산통으로 여겨야 할 때이다. 깨끗하고 건전한 사회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가볍다. ANN

 

안정원(비비안 안)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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