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옛 부두 베르겐 지역(Bergen),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브뤼겐 거리(Bryggen)

피오로드와 어우러진 높고 낮은 산과 아름다운 호수, 항구도시의 모습이 조화롭게 펼쳐진 베르겐

Key Words ; Bergen, Bryggen, Edvard Hagerup Grieg

노르웨이의 옛 도시 흔적을 찾아보려고 하면 옛 항구도시 베르겐을 찾아 거닐어보는 것도 좋다. 중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베르겐은 1070년에 형성된 도시로 12세기에는 노르웨이의 수도였다. 14세기경에는 영국 선원들이 주요 거점항으로 삼았고 중세 한자동맹의 도시 중 하나로 상공업이 발달했다. 한자동맹 소속 상인들이 베르겐에 거주하면서 무역활동을 하던 북해지역 사무소였던 셈이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서남부, 호르달란주에 있는 제2의 도시로서 서남부 해안 깊숙이 형성된 피오르드에 자리하며, 수도 오슬로에서 서북쪽으로 4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수도 오슬로에 비해 항구로의 접근성이 탁월해 수백 년 동안 노르웨이의 최대 도시 로서 해상무역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대서양 연안의 작은 만에 다소곳이 들어선 베르겐은 인구 약 28만명(2021년 기준)으로 꽤나 한적하다.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연중 270일 가량 비가 내린다. 베르겐의 도시 시가지의 모습을 감상하려면 플뢰엔산 케이블카(후니쿨라)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해발고도 320m인 플뢰엔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베르겐은 피오로드와 어우러진 높고 낮은 산과 아름다운 호수, 항구도시의 모습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어 장관이다.

베르겐의 오래된 역사와 옛 부두의 향취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은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브뤼겐 거리가 제격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더욱 유명해진 브뤼겐 거리 역사지구는 오래된 목조 가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곳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군의 점령을 겪으며 다소 쇠퇴의 길을 겪기도 한 브뤼겐 거리는 18～20세기 발생한 여러 차례의 화재로 인해 크게 훼손되기도 한다. 당시 소실된 건축물은 과거의 양식과 건축 방식을 잣대로 그대로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을 지닌다. 형형색색의 뾰족 지붕들로 구성된 62채 가량의 목조 건축물을 바라보며 수백 년의 역사 속으로 거닐어본다. 잠시지만 나는 중세로 돌아간 듯한 멋진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항구도시의 분주한 면모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베르겐 어시장이다. 베르겐 어시장은 토르게 어시장이라고도 불리며 11세기 초 베르겐 항구가 형성되면서 자연적으로 시작된 곳이다. 어시장은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40여개의 상점과 노점들로 형성되어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의 하나이다. 연일 관광객들로 붐비는 어시장에는 대구, 연어, 새우, 고래 고기 등 신선한 해산물들이 거래되며, 기념품, 수공예품, 꽃, 과일 등도 판매되어 볼만하다.

베르겐을 방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노르웨이의 국민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의 생가이다. 그리그가 노년을 살았던 트롤하우겐(Troldhaugen)은 집과 작업실, 박물관, 콘서트홀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요정이 사는 언덕이란 의미처럼 그리그는 부인 니나와 생애 후반기인 22년간 함께 보내면서 곡을 썼다. 붉은 색 오두막에서 그리그는 페르귄트의 모음곡에 있는 ‘솔베이지의 노래’를 작곡했다. 박물관에는 그리그의 삶과 음악세계를 연대기식으로 전시하고 있고, 작업실에는 평소 그리그가 사용하던 피아노와 가재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절벽 옆 콘서트홀 ‘그리그홀’은 베르겐 시민들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으로 여름철 매일 오후 1시에는 음악회가 열린다. 언덕 아래 절벽에는 그리그와 부인 니나가 함께 묻힌 무덤이 있어 애잔함을 더한다. ANN

안정원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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