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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교수의 서울 도시 형태의 진지한 회고록, “9가지 키워드로 읽는 도시 서울의 정체성” 읽기

건축학자의 시선으로 도시형태의 특성 분석, ‘서울 어바니즘’ 정체성을 가진 도시의 건강한 미래를 그려가기 위한 밑그림이 되어주기에 충...

등록일 2022년11월20일 10시2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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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교수의 서울 도시 형태의 진지한 회고록, “9가지 키워드로 읽는 도시 서울의 정체성”

건축학자의 시선으로 도시형태의 특성 분석, ‘서울 어바니즘’ 정체성을 가진 도시의 건강한 미래를 그려가기 위한 밑그림이 되어주기에 충분, 물리적 조건, 도시계획, 행정적, 법적 규제가 중첩되면서 형성된 서울의 정체성을 ‘서울 어바니즘’이라고 명명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드 뫼롱이 수년 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서울은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도시다.”라고 말했다. 강남 도산대로변에 들어설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청담동 일대를 살펴본 헤르조그는 미학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추한 상업 빌딩 일색인 도시 풍경을 보며 “일관성도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평한 것이다.

왜, 어떻게 서울은 오늘날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를 두고 ‘정체성이 없다’고 진단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 혹 우리가 서울에 잠재하는 질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이를 모르기 때문에 서울이 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상헌 교수의 『서울 어바니즘』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 책이다. 대학에서 20년 넘게 도시와 건축의 역사 및 이론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저자 이상헌은 봉건 시대의 한성에서 식민지기 근대 경성을 거쳐, 현대 거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긴 진통의 역사 속에서 변화해온 서울 도시 형태의 형성 과정과 원리를 이해하고 잠재적 질서를 발견하기 위한 ‘도시형태 읽기’를 시도한다. 『서울 어바니즘』은 지금껏 명확한 형태 원리 없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온 서울의 도시 형태에 대한 자전적 분석인 셈이다.

 


 

뚜렷한 일관성 없이 복잡한 모습을 가진 서울의 도시 형태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건축학자 이상헌은 서구 중심의 도시이론으로는 서울을 해석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물리적 조건, 도시계획, 행정적, 법적 규제가 중첩되면서 형성된 서울의 정체성을 ‘서울 어바니즘’이라 이름 짓는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도시형태 읽기’를 시도하면서, 도시 근간이 만들어진 조선시대부터 근대화가 진행된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의 변화과정을 9가지 키워드 ‘길-필지-블록, 건물, 영역, 슈퍼블록, 조각보, 시설의 배치, 가로경관, 공공공간, 자연’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책은 저자가 동서양 도시를 비교하며 분석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324개의 도판을 수록했다. 『서울 어바니즘』은 서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와 시민들이 정체성을 가진 도시의 건강한 미래를 그려가기 위한 밑그림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책의 구성으로 1장은 서울의 길과 필지, 블록의 관계를 분석한다. 유럽 도시와 달리 길과 필지가 만나 형성된 나뭇가지 형태의 가로구조를 근간으로, 근대화 과정에서 등장한 가로에 둘러싸인 필지블록을 통해 도시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핀다. 2장은 건물과 가로, 필지의 관계를 분석한다. 건물이 가로에 면하지 않고 필지 안에 들어서서 바닥(필지)의 조직을 만든 특성이 이격거리, 사선제한과 같은 필지별 건축 규제에 적용되어 현대 서울의 도시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3장은 근대 서울의 영역이 급격히 확장되었던 과정을 소개한다.

식민정부의 주도 아래 도입된 도시계획과, 1960~1970년대 근대적 개념의 도시계획이 적용되며 오늘날 도시 구조와 형태를 갖춘 과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서울 도시구조의 대표적인 특징인 슈퍼블록을 살핀다. 형성 과정과 형태와 기능, 성격 측면에서 서양 근대 도시의 슈퍼블록과는 다른 고유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5장에서는 서울 슈퍼블록의 내부에 있는 대형 필지조각이 구성적 질서를 갖지 못하고 단편화되는 현상을 조각보 개념으로 분석한다. 6장에서는 주거와 상점의 배치 방식, 조닝 등 시설의 배치에서 서양도시와 다른 서울의 차별성을 분석하고, 이 특성이 서울의 고유한 도시구조와 가로경관을 형성함을 밝힌다. 7장은 근대화 과정에서 가로를 도시공간으로서 인식하지 않아 발생된 서울 가로경관의 특징과 문제점들을 분석한다. 8장에서는 공원, 광장과 같은 서양 도시의 공공공간이 서울에 도입된 과정과 그 차이점, 형태적 특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자연이 근대화를 겪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형태적 변화 과정을 추적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써온 대하소설과 같은 거대도시 서울, 그 정체성에 관한 해석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으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지나온 길의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지금 서울의 도시형태가 만들어진 과정도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흔적을 찾아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100여 년에 걸친 서울의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회고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 이상헌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건축역사 이론 비평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건, 정림건축, 인우건축 등에서 실무를 했으며 한국과 미국의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1998년부터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근현대 건축 및 도시의 역사와 이론을 공부하며 한국의 현실에 맞는 실천적 건축 및 도시 이론을 모색 중이다. 최근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2013), 『한국건축의 정체성』(2017) 등 한국 현대건축과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ANN

 

이상헌 저자

출판_ 공간서가

 

안정원‧김용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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