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건축상의 면모,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엿볼 수 있어...

해마다 이맘때면 좋은 건축물의 가치를 평가해 건축상을 선정하고 수상하는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서울 도심지 내에서 도심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주변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건축물을 선정하는 서울시건축상도 그 중 대표적인 건축상이다. 올해의 서울시건축상 대상에는 서울 마포의 문화비축기지가 선정되어 관심을 모은다. 문화비축기지는 지난 41년간 통제된 1급 보안시설로 버려지고 방치되어 왔던 낡은 산업시설을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그 리모델링된 규모는 축구장 22개 규모로 14만22㎡로 문화마당을 중심으로 6개의 탱크가 주변에 넓게 펼쳐져 있는 독특한 배치 구조를 띤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었던 낡은 탱크는 가솔린, 디젤, 벙커씨유 등의 유류를 보존하던 곳으로 기존의 내외장재, 옹벽 등을 그대로 살려 재활용하는 재생 방식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했다. 어떤 탱크는 철재 부분을 제거한 후 공연장과 야외무대로 활용하고, 기존 옹벽을 남기고 콘크리트 옹벽을 활용한 유리 파빌리온은 공연과 전시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한다. 또한 기존의 탱크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건축 투어 장소로 활용하기도 하고, 미디어 전시 같은 다목적 전시가 가능한 공간과 석유비축기지의 40년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 해체된 탱크의 철판을 재활용해 신축한 커뮤니티센터 등이 다채롭다. 문화비축기지의 중앙에 조성된 문화마당은 야시장, 음악·전시·공연, 파머스 마켓, 제작 문화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장소로 활용된다.

이처럼 문화비축기지는 기존의 탱크 시설의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건축공간과 문화 프로그램을 반영한 수준 높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공간 곳곳에 적용한 신재생에너지와 중수처리시설과 빗물저류조 등 친환경시스템도 문화비축기지의 지속가능한 개발의 좋은 본보기로 평가할 수 있다. 도시 재생이 커다란 시대 흐름에 맞추어 산업화 시대의 낡은 공간을 시민을 위한 질 좋은 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상 이외에 빛과 동선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공공시설이자 종교적 상징 공간, 공원시설인 서소문역사공원 및 역사박물관, 주변의 도시 맥락과 흐름을 맞추는 동시에 단아한 흰색의 사각 매스로 더욱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외부를 관통하는 풍부한 경관을 연출한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위상학적 계단 공간과 과거의 흔적과 공공성, 도시의 사회화를 향한 열린 공간을 통해 공공성과 장소성을 극대화한 KB청춘마루, 서촌의 도시적 맥락과 조화와 공공성을 추구한 종로 무목적은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메마르고 무표정한 도심 환경에 오아시스같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좋은 건축물로 선정되었다. 그밖에 우리문화재단, 사비나미술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식물원, 얇디얇은 집, 더 넥센 유니버시티도 그 공간 구성의 우수성으로 우수상으로 당당히 선정되었다.

점차 복잡하고 다변화되는 작금의 건축 현실에 맞추어 도심 속 건축물의 변화도 높은 건축문화 수준과 건축기술 발전의 빠른 궤도에 보폭을 맞춰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서울시건축상도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며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한 건축물과 공간 환경을 제고한다는 취지에 부합하여 더욱 그 존재 의미를 더한다.

김용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