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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겸허한 모습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회복된 도시 경관을 통해 도시, 건축, 공간 환경을 건강히 살찌우는 프로그램이 넘쳐나야 할 것

등록일 2019년11월06일 13시1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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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겸허한 모습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회복된 도시 경관을 통해 도시, 건축, 공간 환경을 건강히 살찌우는 프로그램이 넘쳐나야 할 것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체신국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시민들의 즐겨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전시관 건물은 외부에서 볼 때 광장과 같은 낮은 플랫폼을 형성한다. 이유인즉 전시관 뒤편의 서울성공회당은 물론 덕수궁과 서울광장을 이어주는 경관축을 막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당초 부지는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의 사당으로 사용되었던 곳이었지만, 일제가 1937년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를 세웠다. 이후 1979년에 이르러 국세청 남대문 별관으로 활용되었고 현재의 도시건축전시관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한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일제에 의해 훼손된 대한제국의 숨결과 세종대로 일대의 역사성을 회복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역사문화 특화공간 사업이었고, 국세청 별관 철거는 그 시발점이었다. 우리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던 역사적인 자리에 들어선 건물 자체는 주변 도심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역사문화광장의 모습과 서울의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했었기에 각별한 설계를 필요로 했다.

 

설계공모와 공사 과정을 통해 지상 1층, 지하 3층 규모로 들어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낮은 풍경으로 인해 덕수궁 주변 일대의 과거 모습이 쉽게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서울의 근대 모습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서울시의회(구 경성부민관)와 서울도서관(구 경성부청사), 서울성공회당(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으로 이어지는 서울 근대기의 원풍경이 일정부분 회복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전시관의 옥상은 시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마루와 광장의 개념을 넉넉히 반영하고 있어 자못 신선하다. 그리 크지 않지만 세종대로와 맞다 있고 서울시청은 물론 서울광장과 긴밀한 축을 형성하면서 덕수궁 돌담과 수평으로 연결하는 여과 없는 도시적 흐름을 보여준다. 서울마루가 들어선 위치 또한 3·1운동(’19년), 4·19혁명(’60년), 6·10민주항쟁(’87년)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던 역사적인 장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역사적 시간성의 가치를 토대로 들어선 전시관이자 공공공간인 만큼 개관/ 이후에 시민들과 함께 하는 기념행사를 가짐으로써 열린 공간으로의 이미지를 넓혀가고 있어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마루 한쪽에 마련된 기존 건물의 콘크리트 기둥은 역사적 가치를 시민들 스스로 공유하고 기억한다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지하층에 마련된 3개 층 규모의 공간은 국내 최초의 도시건축 전문 전시관을 표방하고 있다. 갤러리1,2,3으로 구성되고 계단을 전시, 복도 공간을 두루 활용한 전시장은 서울의 도시 발전 과정과 미래 비전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도시, 건축, 공간 환경의 꽤나 듬직한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서울도시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전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이처럼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서울마루는 역사적인 장소성을 근간으로 면면히 흐르는 도시의 숨결을 낮고 겸허한 자세로 십분 녹여내고 있어 훌륭하다. 오랫동안 존재하게 될 역사적인 도시 현장에 들어선 좋은 건축물이기에 더없이 그 활용 방안도 중요하다. 전시관 내부에서 연중 운영하는 도시와 건축의 생생한 프로그램은 전시관의 내면을 더욱 살찌우게 되며, 회복된 도시 경관 속에서 세종대로 거리와 광장 곳곳을 튼실하게 채워줄 건강한 맥락성과 사람의 움직임을 통해 시민의 일상은 어느 때보다 경쾌하게 변화하고 있다.

김용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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