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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관으로 도약하는 전북도립미술관의 야심찬 ‘감각적 환경’에 대한 시도 ‘JMA예술정원 프로젝트’

미술관의 안과 밖은 어디에서 나뉘고, 어떻게 서로 관계하는 것일까?

등록일 2022년06월03일 08시0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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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관으로 도약하는 전북도립미술관의 야심찬 ‘감각적 환경’에 대한 참식한 접근 ‘JMA예술정원 프로젝트’ 시리즈

미술관의 안과 밖은 어디에서 나뉘고, 어떻게 서로 관계하는 것일까? 야외 조각설치전 ‘감각의 뜰’, 안과 밖 사이에 놓인 공간인 뜰을 주제 삼고 도립미술관의 공간을 달리 경험하도록 기획한 이색적인 문화 체험의 장

 

 

 


공동작업_끝말잇기

 

전라북도립미술관이 미술관 앞마당에 『JMA예술정원프로젝트』를 론칭하고, <감각의 뜰>이라는 설치전을 9월 18일까지 도립미술관 광장에서 가진다.

  올해 3월 1차 리모델링을 통해 미술관 입구와 야외 경관을 새단장한 전북도립미술관은 ‘감각적 환경’을 주제로 인간과 비인간이 대지 위에 맞물려 있는 복잡한 배치와 상황을 달리 인식하고 새롭게 관계하도록 시도하는, 인간중심주의 너머의 다채로운 미술 실천을 제안하고 있다.

 

Christophe CUZIN_01
크리스토프 퀴장, ‹밤이 피어오르다›_ 미술관에 광장에 들어서면 정원을 덮고 있는 검은 비닐을 보실 수 있다. 농사 때 잡초가 나지 않도록 땅을 덮어 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이 검은 비닐은 바로 설치미술가 크리스토프 퀴장의 작품, ‹밤이 피어오르다›의 일부이다. 이 작품은 퀴장의 개념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술관 뒤편에 자리한 모악산의 능선을 미술관 잔디밭 위에 일정 비율로 축소하여 그리고, 밤을 연상할 수 있는 검은색 비닐을 산의 윤곽을 따라 덮은 것이다. 퀴장의 작업은 미학적 아이디어나 계획이, 캔버스나 물감 같은 미술의 행위를 위한 물리적인 매체에 앞서 있다는 점에서 개념 미술이라는 장르로, 또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감각을 인식시킨다는 점에서 과정 미술이라는 장르로도 볼 수 있다. ‹밤이 피어오르다›는 모악산 중턱이라는 특정한 장소성을 강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장소 특정적 미술 이라는 장르의 작품처럼 보인다. 지구의 표면 위나 표면 자체에 어떤 형상을 디자인하여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대지 미술이라는 장르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전시는 새롭게 조성된 미술관의 외부공간과 잔디광장은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설치전 《감각의 뜰》은 안과 밖 사이에 놓인 공간인 뜰을 주제 삼고 도립미술관의 공간을 달리 경험하도록 기획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팬데믹의 환경에 놓인 현재, 안과 밖의 문제는 인간과 비인간의 지속 가능한 공존과 순환을 위한 중요한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Elodie BOUTRY_01

엘로디 부트리, ‹오토테만›_ 기하학적 형태로 쌓아 올린 세 개의 알록달록한 나무 상자 탑은 프랑스 파리와 노르망디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엘로디 부트리의 작업이다. 부트리는 공간과 색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텅 비어 있는 장소에 원색의 기하학적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때로는 공원에, 때로는 고원에, 때로는 도심의 건물 앞에 작품을 설치하기도 하고, 실내 전시 공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작품을 설치하기도 한다. 작품의 명제 ‹오토테만›은 미국 원주민 오지브와족의 말로 토템을 뜻한다. 토템은 원시 사회 또는 현대의 일부 지역에서, 자신들의 부족 또는 씨족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믿고 신성하게 여기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토템은 하면 안 되는 것을 지시하는 금기의 대상 즉, 터부의 상징체계이기도 하다. ‹오토테만›의 알록달록한 색채는 한국의 전통 장례식에서 망자의 시신을 나르는 가마형태의 도구인 상여를 장식하는 목각 부속물, 꼭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감각의 뜰》 설치전에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니멀리즘 계열의 다섯 명의 작가인 크리스토프 퀴장, 이수경, 실비 뤼오, 엘로디 부트리, 유혜숙이 참여한다. 미술관측으로부터 커미션 작업을 의뢰받은 참여 작가들은 5월 내내 미술관 정원에 머물며 ‘JMA 예술정원’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다.

 

Lee Soo Kyoung_01

이수경, ‹아리아드네의 실›_ 정원 바닥 위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색채의 추상회화가 걸려있다. 바닥에 걸린 회화 작품이라니, 아마 예상치 못하셨을 거예요. 추상회화작가 이수경은 직사각형의 나무 합판을 임의의 다양한 형태로 자른 후에, 그 조각들을 네 가지 색으로 달리 채색하고, 검게 칠한 또 다른 같은 크기의 나무 합판 위에 직소 퍼즐을 맞추듯이 색색의 조각들을 얹어서, 세 점의 그림을 제작했다. 분할된 조각들 사이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검은 바닥의 틈을 선으로 하고, 네 가지 색의 분할된 면들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이 기다란 회화를 바닥에 거는 것을 염두하면서 ‹아리아드네의 실›을 구상했다. 완성된 캔버스 표면 위의 색채는 시냇물처럼 흐르고 형상은 커다란 나무의 뿌리처럼 뻗어 나가는 것 같이 보인다. 캔버스의 표면이 운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운동성이 의식되면, 그림의 표면이 잔디로 뻗어 나가며 아래로, 위로, 옆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수경이 그린 그림은 단지 캔버스 프레임 안에만 있지 않다. 정원의 잔디와 대지가 모두 그녀의 캔버스인 셈이다.



Sylvie RUAULX_01

실비 뤼오, <ㅂㅈㄷㄱㅅㅛ 빌딩>_ 미술관 정원과 주차장 입구 잔디 위에서 반짝이는 색색의 아크릴이 매달린 철재 구조물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실비 뤼오의 작품이다. 광장 끝 쪽에 웅장하게 서 있는 5m 높이의 작품은 투명한 아크릴이 주변 풍경을 반사하며 장식물처럼 매달려 있다. 뤼오의 작업은 대체로 사물의 의미를 찾아 수집하는 수집가로서의 행위와 일면 맞닿아 있다. 뤼오는 어휘 조합의 우연성을 작품 제작의 원리로 활용하던 초현실주의처럼, 시적 상상력을 더한 조합으로 우연히 습득한 산업사회의 부산물을 작품에 활용하곤 했다. 감각의 뜰을 위해 뤼오는 한국어 간판 제작 과정에서 탈락한 폐기물을 모으듯이, 한글 자모음을 아크릴판 위에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파이프에 매단 세 개의 구조물을 제안했다.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자신이 디자인한 아크릴판의 글자들을, 수집가가 자신의 수집품을 과시하듯 야외에 걸어놓았다.

 

 


YOO Hye Sook_02 copy

유혜숙, <오프 월>(off-wall)_ 한가운데에 서 있는 ‘디귿자’ 형태, 혹은 요철(凹凸)의 ‘요’(凹) 형태의 하얀 구조물은 유혜숙 작가의 설치 작품 <오프 월>이다. 멀리서 하얀 벽처럼 생긴 이 구조물을 보면 그것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얀 칠이 된 외벽을 돌아 안쪽 표면을 보시면, 검은 페인트와 무수한 흑연의 궤적으로 표면 처리된 검은 흔적의 자리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유혜숙은 검은 머리카락을 흑연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드로잉 작업을 수행해 왔는데, 주로 검은 머리, 검은 털옷, 검은 털스웨터 또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검은 공간을 흑연이나 목탄, 검은 페인트로 그려왔다.

 

  전시 중에는 미술관을 달리 경험하고 ‘감각’할 수 있도록, 작가와의 대화, 연계 대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타임랩스 스크리닝, 명상과 체험 활동이 함께 진행된다. 6월 3일에는 초청 작가 5인과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평론가 로맹 마티유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를 마련하고, 이나현 전북대 무용학과 교수가 안무를 맡은 퍼포먼스가 미술관 로비 안과 밖에서 펼쳐진다. 7월 23일에는 김찬동 《2022금강자연비엔날레》 전시총감독과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미술계에서 다루고 있는 생태주의 실천과 미술관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김은영 전북도립미술관장은 “21세기 미술관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미술관 경관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야외공간을 마련했다”면서 “미술관 안팎으로 어떠한 감각적 환경이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엘로디 부트리 작가

 

  설치전 참여작가인 엘로디 부트리(Elodie BOUTR)는 1982년 프랑스 노르망디 에브루 출생. 파리와 노르망디를 오가며 작업한다. 작가는 텅 빈 공간을 일시 동안 점유하는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어 알록달록하게 칠하고 공간과 채색이 함께 벌이는 장면을 대지에 연출하여 그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공간과 색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텅 비어 있는 장소에 원색의 기하학적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작품을 만든다. 쌓아 올린 원색의 기하학적 구조물은 때로는 공원에, 때로는 고원에, 때로는 도심의 건물 앞에 설치하기도 하고, 실내 전시 공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설치하기도 한다.

 

크리스토프 퀴장

 

  파리 세르지 국립미술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 크리스토프 퀴장(Christophe CUZIN)은 1956년 프랑스 생시메옹 드 브레씨유 출생으로 파리에 거주하고 활동한다. 어떤 것도 새로 만들지 않는 작업 방식으로 장소의 주변적 요소로부터 장소의 특성과 공명할 낯선 인상을 포착하여 공간이 지니는 특유한 감각을 드러내 보인다.

 



 

  퀴장의 작업은 미학적 아이디어나 계획이, 캔버스나 물감 같은 미술의 행위를 위한 물리적인 매체에 앞서 있다는 점에서 개념 미술이라는 장르로, 또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감각을 인식시킨다는 점에서 과정 미술이라는 장르로도 볼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장소성을 강조하는 작업이 주로 실천하기 때문에, 장소 특정적 미술 이라는 장르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구의 표면 위나 표면 자체에 어떤 형상을 디자인하여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대지 미술이라는 장르의 작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수경, 작가

 

  이수경(LEE Soo Kyoung) 작가는 1969년 서울 출생으로 파리, 브뤼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다. 평면 위에 직관적이면서 명료한 형형색색의 추상적 형상들을 배치하고 구성하여 예기할 수 없는 표면의 흔적을 탐색하는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회화 매체에 관한 물음으로, 직관적으로 취한 형상과 감각적으로 택한 색으로 추상회화를 그린다. 그의 추상회화는 어떠한 의도 없이 우연을 받아들이면서 우발적인 사건들로 화면을 구성하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에는 나무판을 자르고 덧대어 붙여 채색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비 뤼오 작가

 

  베르사유 순수미술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실비 뤼오(Sylvie RUAULX) 작가는 1966년 프랑스 출생으로 파리와 노르망디를 오가며 작업한다. 뤼오는 프랑스 하이엔드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장 클로드 킬리의 스타일리스트와 프랑스 방송국 까날 플뤼(Canal+)에서 만든 저녁 여덟 시 인형극 방송 세트의 디자이너로도 활동한 바 있는, 멀티미디어 미술작가이다. 뤼오는 산업사회의 생산 과정에서 산출되는 원재료나 폐기될 운명의 부산물을 수집하고 그것들의 우연적인 형상에 주목한다. 그 같은 일종의 ‘파운드 오브젝트’(found object)을 작품으로 재구성하면서 그는 수집품의 장식성과 문화가치뿐만 아니라, 리사이클링 같은 경제적 순환성까지 연구해 왔다. 뤼오의 작업은 대체로 사용 가치보다 미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물의 의미를 찾아 수집하는 수집가로서의 행위와 맞닿아 있다.

 

유혜숙 작가

 

  유혜숙(YOO Hye-Sook) 작가는 1964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과 파리에서 활동한다. 작가는 드로잉의 형식과 수행적인 태도로 물질과 시간이 섞일 때 출현하는 내면의 자리를 캔버스의 표면에 출현시키는 작업을 추구해 왔다. 검은 머리카락을 흑연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는 지난 이십여 년 동안 주로 검은 머리, 검은 털옷, 검은 털스웨터 또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검은 공간을 흑연이나 목탄, 검은 페인트로 그려 왔다. 주로 드로잉의 형식과 반복적이며 지속하는 행위로 표면의 물성을 성찰하는 검은색 질료의 작업을 수행한다. 작가는 화면 위에서 반사하는 검은 자리를 내면의 무엇인가가 회화의 공간으로 변화하여 나타난 상황으로 의식한다고 말한 바 있다. ANN

 

김은영 전라북도립미술관 관장 김은영

참여작가_ 크리스토프 퀴장, 이수경, 실비 뤼오, 엘로디 부트리, 유혜숙

자료_ 전북도청, 전라북도립미술관

 

 

 

 

전시기간 : 2022.6.3 ~ 2022.9.18

전시장소 : 전북도립미술관 야외마당 

 

 

 

작품 설치 지도

1. 엘로디 부트리, <오토테만>, 2022, 각각 425x80x80, 290x80x80, 150x100x100cm, 페놀수지 합판에 채색

Elodie BOUTRY, OTOTEMAN, 2022, 425x80x80, 290x80x80, 150x100x100cm each, Acrylic on Phenolic plywood

2. 크리스토프 퀴장, <밤이 피어오르다>, 2022, 비닐, 철, 전북 완주군 모악산

Christophe CUZIN, NIGHT UP, 2022, PVC, Steel, Moak-Mountain, Wanju-gun, S.Korea

3. 이수경, <아리아드네의 실>, 2022, 3.6x122x976cm (3), 나무합판에 아크릴릭, 설치

LEE Soo Kyoung, Fil D’Ariadne, 2022, 3.6x122x976cm (3), Installation, Acrylic on plywood

4. 실비 뤼오, <ㅂㅈㄷㄱㅅ 빌딩>, 2022, 각각 600x50x50, 500x250x250, 250x250x250cm, 아크릴 플레이트, 철

Sylvie RUAULX, Edifices Azerty, 2022, 600x50x50, 500x250x250, 250x250x250cm each, Acrylic plates, Painted on steel

5. 유혜숙, <Off-wall>, 2022, 244x360x488cm, 페놀수지 합판에 채색, 설치

YOO Hye-Sook, Hors-mur, 2022, 244x360x488cm, Installation, Acrylic on Phenolic plywood

6. 공통작업, 〈끝말잇기〉, 2022, CG, 폴리에스테르에 인쇄, 전북도립미술관

Collaboration work, Cadavre Exquis, 2022, CG, printed on polyester, Jeonbuk Museum of Art

 

공동작업_끝말잇기

세 점의 대형 현수막이 미술관 건물의 세 개의 큐브를 감싸고 있다. 이 대형 현수막은 다섯 명의 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서양 미술에서 흔히 등장하는 일종의 삼면 패널화를 연상케 한다. 작가들은 끝말잇기 놀이처럼, 한사람이 던져준 제안을 그 뒷사람이 이어서 전개해 가는 방식으로, 패널에 시각적 요소를 집어넣으며 작업을 했다. 첫 주자는 크리스토프 퀴장이다. 그는 공간의 고유한 성격을 감별한 후 단순한 규칙이나 개념을 세워 장소를 변형하는 장소 개입의 프로토콜을 다른 작가에게 제안했다. 먼저 그는 미술관 외양의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었던 대리석 외벽의 줄눈을 비틀어 시각적으로 확연히 다른 미술관의 표면을 끌어냈다. 그 제안에, 엘로디 부트리는 미술관 내부의 전시장을 투사하는 도면의 라인을 새로운 레이어로 덧댔다. 실비 뤼오는 대리석 외벽의 사각형 줄눈 칸에 컴퓨터 자판의 의미 없는 기호를 기입한다. 미술관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그 기호는 장식적 요소가 되어 새로운 리듬을 패널에 부여하게 된다. 유혜숙은 통일한 그리드의 공간을 색을 달리하여 분리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이수경은 정원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를 줄눈의 그리드 여기저기에 흩트려 놓았다. 미술관 또한 이들의 끝말잇기를 따라,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의 전시 제목과 기간, 그리고 국영의 작가 이름으로 “끝말잇기”에 동참했다. 끝말잇기는 미리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실행하는 형식을 벗어나, 즉흥적이고 유연하게 진행함으로써 유희적인 요소가 자유롭게 안과 밖 사이의 표면 위에서 펼쳐지도록 했다. 그리고, 제안과 수용, 그리고 새로운 제안의 과정을 가감 없이 시각화함으로써 각 작가가 가진 조형감각의 차이가 일으키는 불협화음이 안과 밖의 순환으로 드러나도록 했다. <끝말잇기>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엉뚱해 보일 수 있는 이 작업은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도 이 놀이에 참여하여 그 다음으로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안정원‧김용삼‧손세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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