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빛났다

젊은 청춘의 빛나는 열정을 본다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렇기에 건축이나 공간디자인 관련 학과에서 4년의 대학생활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평가하는 졸업 작품전은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된다. 그동안 자신이 학습하고 배웠던 내용을 최적의 전시 결과물로 옮겨가는 학생들도 그러하고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지도교수의 입장도 수업 기간 내내 늘 긴장되게 만든다.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의 졸업작품전 지도를 맡으며 보낸 올 한해는 현업을 병행하는 겸임교수 입장에서 그리 녹녹치 않았던 시간이었다. 각기 학생들의 공간 작업의 완성도를 높여주기 위해 수업시간 이외에도 별도의 시간을 내서 계속적으로 지도와 평가를 해야만 했던 탓이다. 그 지내온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막상 전시회를 통해 마무리된 작업의 결과물을 보니 이내 가슴이 뭉클하다. 전시를 마무리하며 들떠있는 제자들이 고마운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하기에 묵은 고민이 확 내려가는 듯하다.

올해로 15회로 열렸던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졸업 작품 전시회의 주제는 “세상에 전하는 이야기, 공간의 고백”이란 다소 편안하면서도 솔직담백한 내용을 담아낸다. 전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도시재생의 진보적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했으며, 36명의 학생들이 12개 팀을 이뤄 저마다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업으로 화답했다. 많은 작업들은 서울 곳곳의 노후하고 쇠퇴한 지역을 대상지로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시 작품은 사회에서 저평가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낡고 힘을 잃어가는 지역에 새로운 생명력을 전해줌으로써 공간 회복을 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로 풀어낸 다채로운 재생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향한 따뜻하면서도 진솔한 치유의 디자인 언어로 전해지기에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전시 작업은 최근 저출산·저성장·고령화 산업구조로 급변함에 따라 쇠퇴하고 방치된 낡은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시재생의 언어를 끄집어냈다. 멈춰지고 가려지고 버려진 지역을 대상으로 건물의 기억, 터의 이야기, 지역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네트워크화된 도시 성장의 의미를 둔 프로그램, 친환경을 고려한 설계, 랜드마크 디자인으로 풀어내고자 했기에 더없이 참신하다. 이번 전시는 오래된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과거 흔적과의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거나, 기존의 도시 맥락을 고려하여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을 새로 짓는다는 점에서도 도시재생의 시너지로 바라봐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도시재생의 훈풍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지역의 전통성과 맥락성을 인정하면서 보다 유기적인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도시재생은 물리적 정비사업은 물론 문화와 사람을 중심에 둔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의 주입을 통해 한층 진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세상에 전하는 이야기, 공간의 고백’전은 우리 사회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 경청하고자 하는 도시재생의 차별화되고 실험적인 시도로 읽혀진다.

비비안 안 발행인 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