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맨위로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기억과 추억, 일상의 순간의 가치를 일깨우는...

등록일 2019년11월03일 21시1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기억과 추억, 일상의 순간의 가치를 일깨우는...

 

 

 

 

 

“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는 주제로 시각, 청각, 촉각을 극대화한 날씨에 대한 긍정적이면서 독창적인 표현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 중 하나인 날씨는 누구나 관심을 갖는 주제이다. “당산의 날씨는 어떤가요?”라는 질문처럼 던지는 이번 전시는 마틴 파(Martin Parr)부터 울리히 포글(Ulrich Vogl)까지 세계적인 아티스트 25여 명이 참여하는 흥미진진한 기획전이다.

 

 

 

오는 10월 28일까지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는 세계의 다양한 작가가 참여하여 사진, 영상, 사운드, 설치 작품 등을 통해 햇살, 눈, 비, 안개, 뇌우와 같은 저마다의 날씨에 대한 감수성 있는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전시의 주된 내용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여섯 가지 이야기가 담긴 한 권의 수필집처럼 구성된다. 역사의 지속적인 흐름을 짚어보더라도 날씨는 그리스 신화의 천둥번개, 19세기 영국 소설 속 폭풍우, 대중가요 가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거치며 오랫동안 예술, 문학, 철학, 패션, 디자인뿐 아니라 삶을 이루는 대부분 영역에서 필연적 원동력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라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 주제에서 잘 드러나듯, 전시는 작가의 독창적 미감을 보여주는 사진부터 촉각과 청각을 극대화한 설치 작품까지 다양하게 표현한다. “날씨가 말을 걸다” 장에서 날씨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들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일상 속 무심히 지나쳐오던 날씨를 재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의 시작은 빛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가 크리스 프레이저(Chris Fraser)의 설치 《Revolving Doors》를 체험하며 관람객을 날씨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어서 나른한 햇살 아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아날로그 카메라로 기록하는 마크 보스윅(Mark Borthwick)의 ‘햇살’과 궂은 날씨로 인식되는 날씨의 요소들을 서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눈, 비’ 섹션에서 요시노리 미즈타니(Yoshinori Mizutani)가 구현한 여름 날 내리는 포근한 눈의 비현실적인 이미지와 북극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낭만적이면서도 동화적인 시선으로 기록한 예브게니아 아부게바(Evgenia Arbugaeva)의 작품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날씨와 대화하다”는 두 번째 장에서는 시각, 촉각, 청각 기반의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며 날씨에 관한 다채로운 감각을 확장할 수 있다. 전시는 끝없이 푸르른 하늘의 존재를 문득 깨닫는 순간에서 오는 설레임에 주목한 이은선의 작품과 인공적인 염료나 물질로서의 색이 아닌 자연현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푸르름에 관한 ‘파랑’ 섹션으로 이어진다. 인류와 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살펴보는 무스타파 압둘라지즈(Mustafah Abdulaziz)의 프로젝트, 특정 시간대의 공간과 빛, 파란 그림자 등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제시한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의 시리즈는 관객에게 주변 환경에 대한 시지각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구름과 안개의 시각적, 촉각적 감각을 다루는 ‘안개’ 섹션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채널 영상과 함께 물리적으로 안개를 구현해 관객이 짙은 안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설치작품과 베른나우트 스밀데(Bendnaut Smilde)의 《Nimbus》 시리즈가 시적 오브제로서 구름과 안개를 다룬다. ‘빗소리’ 섹션 역시 관람객이 청각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디렉터 홍초선을 비롯하여 국내 사운드 전문가들이 채집한 빗소리가 30m 어두운 복도에 재현되어 색다르다.

 

 

 

“날씨를 기억하다”라는 세 번째 장에서는 ‘그곳에 머물렀던 당신의 날씨’를 통해 다섯 작가의 개성에 따라 날씨가 기록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주변의 사물들에 빛, 바람을 투영시켜 풍경을 기록하는 울리히 포글(Ulrich Vogl)의 설치부터, 매일 촬영한 사진에 같은 날의 세계적 이슈나 개인적인 사건들을 손글씨로 기록해 병치시키는 야리 실로마키(Jari Silomäki), 화면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중첩시켜 초현실주의적 장면을 연출하는 김강희, 우수 어린 날씨와 작가의 시적 글귀들을 기록하는 알렉스 & 레베카 노리스 웹(Alex & Rebecca Norris Webb) 부부의 사진을 페이지 넘기듯 이동하며 만날 수 있다. 아날로그 슬라이드 영상으로 채워진 명상적인 공간에서 지나간 햇살에 대학 노스탤지어를 나누는 마크 보스윅(Mark Borthwick)의 Abandom Reverie를 통해 전시는 끝을 맺는다.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Sunshine is delicious, rain is refreshing, wind braces us up, snow is exhilarating; there is really no such thing as bad weather, only different kinds of good weather.” 존 러스킨 John Ruskin의 말처럼 웨더(Weather) 전에서 스물다섯 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날씨에 대한 특별한 시선과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날씨의 기억과 추억, 일상의 순간의 가치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게 만든다.

 

 

손세진·신정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