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의 건축분야 마지막 전시로 기획된 윤승중
건축, 문장을 그리다’에 담겨진 주옥같은 삶의 언어,
도시 건축 다큐멘터리적인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와
건축, 도시, 사람의 문장에 대한 역사와 논리, 관계, 문화를 그리고자, 지속적인 건축 작가 시리즈로 전시 스토리를 이어가야 할 것
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의 마지막 건축분야 전시로 ‘윤승중: 건축, 문장을 그리다’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어 참으로 뜻 깊게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50여 년 동안 일관된 흐름으로 건축의 외길을 걸어온 한 건축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솔하면서도 당당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뉘고 150여개의 도면과 스케치, 모형, 텍스트 등의 작품들로 잘 정리되어 채워진 전시는 건축가 윤승중의 작업의 면모를 통해 그를 둘러싼 우리 건축의 산 역사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그 속에는 도시에 새겨놓은 건축이란 문장이란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만드는 효과적인 건축 언어가 뒷받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의 핵심 주제인 건축적 문장을 통해 건축가 윤승중이 그동안 보여준 도시에 대한 태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짚어보고자 한 것이다.
전시를 통해 건축가 윤승중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다. 윤승중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건축 언어이자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전시의 제목에서 잘 드러나듯 건축가의 작업이 마치 문장을 구성하듯 일관된 논리가 담겨져 있다는 논지로 이해한다면 전시를 감상하기 더욱 편리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 도면과 사진, 텍스트를 담은 패널과 모형의 집합으로 인식될 수 있겠지만, 가만히 그 속내를 들여다본다면 이내 그 작품이 결국 우리의 삶이고 사회의 자화상임을 목격할 수 있다. 그동안 건축가 윤승중이 자신의 건축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흐트러짐 없이 지속적으로 도시와 사람에 대한 태도와 예의를 갖춰갔음을 빼곡한 문장과도 같은 텍스트를 통해 읽어볼 수 있다.
전시를 구분하는 여러 가지 섹션은 대화와 건축, 도시, 사람의 문장에 대한 역사와 논리, 관계, 문화를 그린다는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순히 한 건축가의 인생 여정을 전시장에 담아내기 보다는 건축의 진정성을 읽고 풀어내고자 한 의도를 지켜볼 수 있다. 대화의 문장을 역사로 풀어낸 섹션에서는 윤승중의 건축세계를 역사적 순간과의 관계를 짚어봄으로써 건축이 우리의 이웃과 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나아가 사회적 역할자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건축이란 문장이 논리를 그려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해석 역시 도면을 통해 건축가가 사람과 건축, 도시를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한국적 도시의 원형을 되새겨본다는 취지로 읽힌다. 도시라는 문장에 관계를 만든다는 표현은 건축가에게 건축되는 도시란 정제된 건축의 조화로운 결합인 동시에 건축이 도시적인 질서 안에 공존하며, 도시의 역사성과 장소적 맥락성을 포함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러한 건축가의 논리적 흐름을 이어가고 전시의 후반부에서는 사람의 중요성을 건축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고, 건축가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윤리와 문화적 가치가 형성된다는 객관화된 시각이 고스란히 비춰진다.
물론 한 번의 전시를 통해 건축가의 삶의 철학과 작품관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처음부터 역부족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전시가 그렇듯 제한된 준비 기간과 정해진 전시 공간, 예산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50여년의 건축 여정을 뒤로 하고 현역에서 은퇴한 그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건축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채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건축은 한 시대와 지역에 종속되는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창조하는 작업이며, 그 건축이 속한 자연과 도시와 사회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갖습니다. 또한, 앞으로 다양하고 건강한 환경과 인류문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건축이 매우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은 생태학적으로 전체 자연과 상호 의존적 관계이며,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인류와 상호의존적임을 인식하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지구환경, 자원고갈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동참이 매우 필요하다는 건축가 윤승중 회장이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이다.
이번 ‘윤승중: 건축, 문장을 그리다’전은 50여년에 걸쳐 평생 건축가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좋은 건축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의 진한 삶의 여정을 그
윽하게 담아내고 있다. 점차 각박해져가는 도시 속에서 바른 자세로 건축의 언어를 바로 세우고, 도시에 대한 넉넉한 배려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전하고자 한 윤승중의 건축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진한 울림을 전해준다.
건축이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오롯한 그릇이자 척도라는 점에서 볼 때 일관된 자세로 공공성에 가치를 두고 건축의 진정성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온 건축가의 모습은 가히 경의를 표할만하다. 그런 점에서 어느 예술과 공학적인 장르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의 2014년 김종성전과 2016년 김태수전에 이어 2017년 윤승중전을 통해 건축 분야 마지막 전시로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건축 기획전이나 다양한 건축 아카이브 박물관의 형태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전시 작가_ 윤승중 (주)원도시건축 회장, 한국건축가협회 명예회장, 이재준
리마크프레스 대표, 전시기획자, 국립현대미술관 강승완 과장, 정다영 학예연구사
자료_ 국립현대미술관, ㈜원도시건축 제공
전시 작가인 윤승중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였으며 김수근건축연구소의 계획실장과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도시계획부장을 거쳤다. 1969년 원도시건축연구소를 개설하였고 이후 변용과 파트너십으로 원도시건축연구소의 공동대표로 있었다.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 건국대학교 건축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고 대통령 표창과 문화훈장 옥관장을 받았다. 현재 (주)원도시건축 회장이자 한국건축가협회 명예회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