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수열의 건축이야기 10 ‘보존의 틀, 회랑 네트워크 건축 National Intangible Heritage Center’
Architecture Story of Architect Sooyoul Lee
"무형의 틀은 전통을 지키려는 성(城)이며, 풍경을 담는 창(窓)이며, 행위를 담는 마당(場)이다"
‘보존의 틀, 회랑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통해 다양한 무형 문화유산의 보존·전승·교류를 담당할 국립무형유산원, ‘조각보 마당, 하늘 마당, 마을 숲 풍경’이라는 따뜻한 건축 언어가 ‘상생 프로그램’을 통해 고스란히 녹아들어
무형유산의 보존·전승·교류 기능을 수행할 종합정책집행기관인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시 동서학동에 새롭게 들어섰다. 옛 전북도 산림환경연구소 터에 살포시 자리 잡은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며 브랜드화하기 위해 총사업비 759억 원을 들여 건립한 건축물로 문화재청이 직접 운영을 맡게 된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에 연면적 2만9615㎡로 들어선 국립무형유산원은 토문건축과 운생동건축에서 설계하고 현대건설에서 시공하였으며 지난 2010년 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3년 4월에 마무리하였다.
국립무형유산원의 개관에 따라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의 이행과제와 새롭게 제기되는 무형유산보호 정책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국립무형유산원 측은 “무형유산 전승자, 국민과 하나가 되어 무형유산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립무형유산원의 준공에 맞추어 전주시는 “건물 앞을 한글과 전통 과학기구의 만남이라는 특색거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무형문화 유산의 가치를 어떻게 건축과 공간으로 유형화 할 것인가?” 설계를 맡은 토문건축에서는 ‘보존의 틀, 회랑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의 틀로 다양한 무형 문화유산을 보존 공유하며, ’조각보 마당, 하늘 마당, 마을 숲 풍경‘이라는 건축 언어를 통해 전통이 펼쳐지는 현대적 공간을, ’상생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그릇으로서 작용하도록 계획하였다. ’보존의 틀‘이란 의미처럼 건물을 에워싸는 틀 밖의 숲을 보존하고 틀 안의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고자 하였다. 그 속에 건물과 마당, 사람의 활동과 인연을 담고, 숲이 지녔던 땅의 기억과 틀 안에서 만들어질 내일의 기억을 함께 보존하고자 한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장인 마을 숲 풍경의 개념은 기존의 숲과 내부 공간을 매개하는 틀로서 사람들과 정서적 교감을 하며 마을과 함께 기억을 만들어가는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 이야기를 의미한다. 상생 프로그램의 개념은 회랑과 마당, 마루를 넘나들며 사람들의 행위와 기억들이 적층되고 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상호작용은 생명력 있는 전승의 장소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이다. 회랑 네트워크(Network Corridor)에서 잘 드러나듯 기능을 분산 배치하면서 연결된 회랑은 마치 궁궐의 회랑처럼 9개의 센터와 마당은 복도와 데크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며, 건물과 건물을 서로 이어준다. 커다란 큰 틀 안의 조각보 마당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 프로그램에 의해 구분된다. 사람들은 마당을 넘나들며 전시, 공연, 전통 정원을 경험하며 마당의 조각들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체험의 장소를 만든다. 숲속에 자리 잡은 하늘 마루에서는 하늘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인다. 하늘 마루는 전시하고,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고, 담소를 나누는 편안한 공간이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마당을 만나며 자연을 느끼게 된다.
전체적인 입면 계획은 세라믹패널, U-GLASS, 화강석, 컬러 복층유리를 통해 전통의 무형공간을 현대적으로 담아내고자 하고 있다. 회랑을 재해석한 리듬감있는 브리지와 데크를 통해 입면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며 다양한 기능의 매스들은 유기적으로 회랑을 통해 통합된다. 기둥과 회랑 합로 진입하는 누하공간을 통해 전시, 공연, 전통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된 각각의 공간 구성 역시 무형문화유산원을 돋보이게 하는 풍성한 공간들이다. 공연 및 연희공간은 전승 및 가치 창출의 기능을 담당하며 다양한 전통공연이 가능한 무대가 된다. 워크숍 교육 공간은 보유자의 전승 활동을 위한 작업, 연습 공간이자 산업계와의 협업 작업을 통해 산출되는 작품 제작 공간으로 활용된다. 아카이브 전시 공간은 아카이브 자료를 제작하고 보관, 열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전시 및 상설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리셉션, 멀티미디어 공간은 방문자를 위한 정보 제공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교육형 전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아티스트 운영지원 공간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기획자, 마케터 등 관련자들 간의 교류의 공간이 되며 전당 내 각 공간을 연계하고 지원하는 사무공간이다. 250명이 수용 가능한 컨벤션은 국제 교류를 위한 핵심 교류 공간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이용자의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벽돌, 한지, 황토 등의 전통 소재를 사용한 현대식 계획과 더불어 추후 전통방식의 한옥을 증축할 수 있다.
건물 곳곳에 적용된 전통적 디자인 요소 역시 현대적으로 구현되었다. 공연장 상부는 전통 조각보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패턴을 적용한 펀칭 메탈 마감이고 2~3층의 건물을 연결하는 데크는 전통 마루의 패턴을 적용하여 디자인되었다. 무형문화유산원을 둘러싼 회랑은 기둥과 루버를 적용하여 전통 한옥의 열주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회랑과 계단의 난간 역시 전통 난간 문양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대공연장은 목재 리브의 높이 변화로 곡선의 느낌을 강조하였고 소공연장은 대청마루에서 울리는 우리의 멋을 나무 질감으로 연출하고자 하였다. 리셉션홀은 외부 마당의 전통 조각보 패턴을 응용하여 밝은 색상의 고밀도 목재 패널로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제회의장은 조각보 형태를 현대적으로 적용하여 세련된 이미지를 자아낸다.
외부 공간은 조각보 문양, 사물놀이 등 고유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하여 다양한 마당이 연계되어 있다. 북동 측의 풍류마당은 야외에서 공연, 놀이, 소리, 민속놀이 등이 벌어질 수 있는 복합마당이며, 시민체험마당은 중심광장의 비어진 마당으로서 다양한 야외 행사가 이루어지는 풍류마당으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북측 전수천과 인접한 휴게마당은 시원한 녹음 아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열린 휴게 공간이며, 서측 전통정원과 전시 공간은 전통문화에 어울리며 기존 수목 보존지역과 조화되는 전통정원 및 분수 연못으로 조성되었다.
“무형의 틀은 전통을 지키려는 성(城)이며, 풍경을 담는 창(窓)이며, 행위를 담는 마당(場)이다. 여기에 우리는 틀을 만든다. 옛 사람들의 춤, 노래, 삶의 흔적을 담기 위한 틀을. 그 틀은 시간을 넘어 이어지는 사람들의 기억과 장소에 녹아 들어간다. 원래 없었단 듯이. 여기에 우리는 틀을 만든다. 무형의 틀을.”
흡사 회랑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보존의 건축 틀 속에 오롯이 존재하는 9개의 센터와 마당은 서로 유기적으로 엮어가며 무형문화유산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 속에 적용된 문화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그릇이라는 상생 프로그램은 회랑과 마당, 마루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진한 건축의 생명력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ANN
최기철 토문건축사사무소 대표
이수열 토문건축사사무소 사장, 한국건축가협회 사업부회장
자료_ 이수열, TOMOON
이수열 (주)토문건축사사무소 사장, 건축가
건축가 이수열은 (주)토문건축사사무소 사장이자 한국건축가협회 사업부회장으로 있다.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거장 Giorgio Grassi와 논문을 같이했고, 스튜디오 Liverani/ Molteni와 함께 School Complex, Capiage-Intimano 국제현상설계에 참여해 1등에 당선되기도 했다. 오랜 유학 생활과 현지 실무 경험을 거치고 귀국 후 토문건축사사무소의 디자인 본부장을 거쳐 현재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한 바 있으며 데일리에이앤뉴스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건축가 이수열은 “건축역사로부터 형태가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자유로움은 그 형태를 잘 알고 나서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형태의 진정한 의미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라는 본인의 스승인 이탈리아의 거장 조르죠 그라씨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일반건축물 분야의 혁혁한 성과를 나타내왔다. 주요 작품으로 두바이 미하엘 슈마허 비즈니스 애비뉴, 아태무형문화유산전당, 2014아시안게임경기장/문학박태환수영장, LH본사신사옥, 정부세종청사 3단계1구역 등 다수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대표건축가로 참여하거나 수행했다.
설계총괄 : 최기철, 이수열/ (주)토문건축사사무소 + 장윤규, 신창훈/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 토문건축/ 고민석, 김보겸, 허정, 이승현, 정민아
건축주 : 문화재청
시공 : (주)현대건설
위치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896-1
용도 : 문화 및 집회시설(공연장, 집회장, 전시장, 부속시설)
대지면적 : 59,930㎡
건축면적 : 13,519.49㎡
연면적 : 29,565.69㎡
규모 : 지하 1층, 지상 5층
구조 방식 : 철골 철근콘크리트조 + 철근콘크리트
마감 : 세라믹패널, U-GLASS, 화강석, 컬러복층유리
협력업체 : 구조/(주)형상구조, 기계/삼신설계(주), 전기 통신/(주)일신이앤드씨, 토목/(주)율현기술단, 조경/(주)토문건축사사무소, 사진_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