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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킴의 얼지 않는 물(Soft Water)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된 잠들어 있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흔들어 깨우는 다른 기억들의 연쇄적 고리를 세밀히 탐색하고 기록

등록일 2021년12월29일 11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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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킴의 얼지 않는 물(Soft Water)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된 잠들어 있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흔들어 깨우는 다른 기억들의 연쇄적 고리를 세밀히 탐색하고 기록

 


지희킴 < 제어 > 2016 런던에서 기부 받은 책 페이지 위에 과슈 22.1 x 27.7cm

 

지희킴의 ‘얼지 않는 물’ 전이 내년 1월 6일부터 1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 본관에서 마련된다.

전시는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과 같이 꾸준하고 지속적인 태도로 작업에 임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작가 내면 깊숙한 샘에서 흘러나온 물은 의식과 무의식의 계곡을 흘러 마침내 종이 위에 작품으로 내려앉는다. 이처럼 작가 지희킴은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된 잠들어 있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이 흔들어 깨우는 다른 기억들의 연쇄적 고리를 세밀히 탐색하고 기록한다. 마치 기억의 인출에 기억이 관여하는 광경 같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이미지의 행렬이 다층적이고 현란해 보이는 것은 비단 화려하고 경쾌한 색채 때문만은 아니다. 작가의 그림에는 “그럭저럭 얽히고 대강 스치고 적당히 외면하는” 뒤엉킨 기억들이 자유연상적으로 채워져 있다.

 


지희킴 < 입 속의 그림자 7 > 2021 아르쉬지에 과슈, 잉크, 스프레이 131 x 135cm 

 

작가의 작품 속에는 여자, 특히 신체의 일부분이 잘려있거나 눈물 등을 흘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견줄 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은 손이다. 작가는 얼굴 다음으로는 손이 개인의 정체성을 말해준다고 여겨 손의 표정에 주목해왔다.

외국어로 쓰인 책 위에 드로잉을 하기도 하는데, 텍스트의 배열과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여백이 만들어내는 리듬감이 하나의 내용이 되어 지희킴의 드로잉과 어우러진다.  작가에게 텍스트란 하나의 이미지이면서도, 튀어나오듯 간간히 읽히는 텍스트 속 단어들은 드로잉이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연상을 이끌어내는 매력적인 재료가 된다.

 


지희킴 < 입 속의 그림자 5 > 2021 아르쉬지에 과슈 131 x 232cm

 

글을 쓰는 행위를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이라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처럼 ‘얼지 않는 물’은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는 물처럼 끊임없는 기운찬 생동이 느껴볼 수 있다. ANN

 

지희킴 작가

자료_ 표갤러리

 


지희킴 < 그 여자 2 > 2021 아르쉬지에 과슈, 색지, 잉크 57.4 x 76cm 

 

지희킴은 동국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순수미술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표갤러리, 금호미술관, 송은아트큐브 등에서 15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 부산, 광주, 런던, 파리, 도쿄, 타이베이 등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또한 국내외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예술지원 프로그램에서 수상하였다. 작가의 작품은 골드스미스대학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OCI 미술관, 금호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타이중 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영란‧김서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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