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맨위로

<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건축 재료로서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어떤 건축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 집을 짓는 재료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등록일 2021년11월18일 18시5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건축 재료로서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어떤 건축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 집을 짓는 재료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특성은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 중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 재료다. 이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엄청난 양의 산림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다. 전 세계의 산림 면적은 전체 육지 면적의 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상상만 해도 산림의 규모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림 면적이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무가 자라는 양에 비해 건축용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유는 나무가 건축용 재료로 적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무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콘크리트, 스틸, 알루미늄, 벽돌과 같은 건축 재료는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건축 재료로서 나무를 사용하는 빈도수는 예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나무를 사용해서 집을 지었다. 나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재료였기 때문에 거부감도 없었다. 그 옛날 목수는 설계도면이 없어도 복잡한 집의 기둥과 보 구조 맞춤을 쉽게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어진 목조(나무)건물이 길게는 몇 백 년 세월을 버텨 오늘날까지 남아있게 된 것이다. 목수가 나무를 이해하고 재료적인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나무를 사용해서 성공적으로 집을 짓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무을 이해하고 재료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노력이 먼저 선행될 때야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 진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우리가 나무를 이해할 때 비로소 나무를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무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나무의 특성은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 있다. 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책으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사과나무와 소년은 친구로 함께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했다. 나무는 열매를 팔아 돈을 마련하라고 자신의 열매를 준다. 소년은 열매를 모두 가져갔다. 어른이 된 아이는 집이 필요했다. 나무는 집을 지으라고 가지를 내어준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소년은 성장했고 멀리 가고 싶었다. 나무는 몸통으로 배를 만들라고 했다. 소년은 아예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소년은 노인이 되어 그루터기밖에 남지 않은 나무에게 찾아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소년에게 내준 나무는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마저 노인이 된 소년에게 내어준다. 노인은 나무 위에 걸터앉았다. 나무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우리에게 사회, 경제, 환경, 문화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나아가 건강하고 안락한 삶의 터전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무는 우리 몸의 감각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무는 심미적이고, 색감과 질감이 탁월하고, 촉감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방음·흡음에 뛰어나고, 탄력·복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능한 많은 부분에서 나무를 집에 사용해야할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강판권 교수는 <<나무열전>>에서 ‘잘라진 나뭇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며 나무의 결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심미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르듯 모든 나무는 결과 무늬가 다르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나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무도 우리 인간들과 같이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투이자 세이펠은 나무는 ‘살아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쿨(cool)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이다. 색감이 살아 있으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들에 피어 있는 꽃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고 만지고 싶은 이유는 꽃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나무는 그러한 생명력이 있다. 그래서 만지면 만질수록 정감이 커진다. 오랫동안 사용하고 보면서도 질리지 않는 것이 나무다. 이 세상에서 만들어진 인공적인 제품들은 사용하면 할수록 만지면 만질수록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그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버리고 싶고 바꾸고 싶은 것이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나무의 따스함과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 느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싫으면 확실하게 싫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것도 오감을 사용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오감이 민감한 아이들을 위해 일찍부터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나무 장난감은 대를 이어 사용되기도 한다. 장난감 대백과는 “나무는 따뜻한 성질이 있고 자연의 촉감이 있다. 나무 끼리 부딪쳤을 때 좋은 소리가 난다. 나무는 청소하기 쉽고 아이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플라스틱 장난감에 비해 제품 지속력이 좋으며 강한 내구성이 있다”며 나무 장난감이 아이들의 오감에 미칠 긍정적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무를 만지면 즐거운 느낌을 가진다. 철이나 콘크리트 같은 재료와 달리 나무가 가지고 있는 촉감적인 특성 때문이다. 나무 제품을 만질 때는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철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제품을 만질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겨울철 철제 문손잡이와 나무 문손잡이를 잡아보면 나무 손잡이가 철제 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목재가 열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나무는 철보다 열을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철제와 목재 의자에 앉아보면 철제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훨씬 더 차가운 느낌을 받게 된다. 철은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나무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열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는 열이 빨리 빠져 나간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건강에 도움을 주는 특성은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 중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재료가 ‘건강에 좋다’고 강조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첫째는 그 재료가 설치된 건물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을 뿜어내서는 안 되고, 둘째는 안락하고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만약 실내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사는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나무는 위 두 가지 조건을 훌륭하게 만족시키는 건강한 건축 재료다.

나와 내 가족이 살아야 할 집. 이런 집을 ‘단순한 구조물’로서 가볍게 넘길 일은 결코 아니다. 집은 ‘삶을 담은 그릇’이라고 하지 않던가. 최근 독일에서는 근대 건축이 큰 관심 없이 여겨왔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의미를 건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독일 사람들이 집을 더 이상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1970년대부터 제기된 ‘병든 집(sick house) 신드롬’에 대해서는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생명이 나고 자라고 그 생명이 유지되어야 할 곳이 집인데, 그 안에 사는 거주자의 심신에 병이 들게 하는 집이 돼서는 안 될 일이지 않은가. 매체를 통해 피해사례가 보도되면 잠깐 이목을 끌뿐 이내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집이 독성 물질로 가득한 공간으로 소중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병든집 신드롬은 잘못된 건축 재료를 집에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건강하지 못한 건축 재료를 사용한 집이 병들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다. 

건물에 사용하는 콘크리트와 같은 무기질 건축 재료가 아이들의 공격성과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나무로 실내를 마감하고, 가구도 가급적 원목으로 만들어 놓으면 실내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구조체 자체가 목조로 되어 있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콘크리트 위에 따듯함과 정감 있는 나무 소재의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실내 환경은 나아질 수 있다. 나무의 부드럽고 자연적이며 따스한 특성이 우리의 정서를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표면은 딱딱하고 인공적이면서 차가운 재료적 특성이 있다. 이런 재료적 특성 때문에 그 안에 사는 사람은 불안하고 위험한 느낌을 본능적으로 갖게 된다고 한다. 어느 부모라도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만큼은 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을 것이다. 북유럽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아주 오래전부터 보급해왔다. 북유럽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나무가 주는 혜택을 받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북유럽 국가의 행복지수가 매년 상위 순위에 올라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ANN

최재철 에이앤앤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 건축가는 에이앤앤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