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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건축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 집을 짓는 재료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감각이 마비된 콘크리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록일 2021년11월17일 17시5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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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가지 이야기’

어떤 건축 재료를 선택할 것인가? 집을 짓는 재료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감각이 마비된 콘크리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집짓기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여러 단계 중에서도 설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설계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종이에 표현하는 행위다. 설계 단계에서 마감 재료를 선택하는 일은 공간을 나누고 형태를 잡는 일 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투입된다. 실제로 설계를 마쳤다하더라도 마감 재료를 선정하는 일은 여전히 진행형인 경우도 많이 있다. 집을 짓는 동안에도 재료의 선정은 여전히 계속되기도 한다. 이미 선정했던 마감 재료를 공사 중에 바꾸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마감재는 집을 완성한 후에도 누구에게나 눈에 띄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 하지 않을 수 없다.

집짓기에 사용되는 건축 재료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건축주는 드물다. 건축을 전공하고 실무에 오래 몸담고 있는 소위 건축전문가들조차도 다양한 재료의 특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기란 결코 쉽지 않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는 속담은 오늘날 집짓기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합한 표현이지 싶다. 이런 사람들은 집이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보기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마감 재료를 사용했을 때 거주자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뒷전이다. 그래서 집짓기를 할 때 마감 재료를 선택하는 일은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비록 내 집이라 할지라도 집짓기를 할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재료는 극히 제한적이다. 건축 재료의 선택은 주로 설계자의 주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건축주가 재료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기는 하다. 집짓기를 시작할 때는 건축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내 의견 없이 소위 전문가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왜냐하면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은 집짓기의 주체가 되는 건축주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주가 전문가에게 의견을 제시하려면 스스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준비만 되어 있다면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렇게 의견을 주고 받다보면 서로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상쇄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높아진다. 단, 전제 조건은 내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색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내에 페인트를 쓰겠다고 가정해보자. 페인트가 어떤 재료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않고서 말이다. 페인트만 하더라도 가격대, 제품 브랜드, 사용 용도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그 결과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하물며 수많은 재료의 특성을 건축주가 알고 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맡길 부분은 과감하게 맡겨야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거기에 실제 사용자로서 생각하고 있는 건축주의 의견이 가미 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사람들은 기왕이면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맞춤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그들 대다수는 이미 만들어진 집을 사서 입주한다. 이미 만들어진 집에서는 생활 방식을 바꿔서라도 내가 맞춰 살수 밖에 없다. 집에 사용된 재료가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른다. 이런 집은 눈으로 보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치장(decoration)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집이 병들면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몸과 마음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재료의 선택은 단순히 '보기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나를 비롯해 소중한 사람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짓기에 사용되는 건축 재료는 나무, 흙, 돌과 같이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와  콘크리트, 철과 같이 인공적으로 가공해서 만든 재료가 있다. 이들 재료는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14년 11월 오마이뉴스에서 '당신의 집은 안전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전 국민이 놀랄 만한 기사였다. 실제로 그 기사 내용을 읽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내 집에서 만큼은 콘크리트를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되겠구나!'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였다.

나는 천성적으로 후각이 민감하게 태어났다. 담배, 곰팡이, 애완동물의 특유한 냄새가 미세하게라도 나면 몸에서 그것들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그래서 나쁜 냄새가 나면 빨리 그 자리를 피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싫어한다. 콘크리트가 뿜어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냄새 때문이다. 언젠가 경기도에 위치한 유명한 대형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간적이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잘되어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늑해서인지 커피 맛도 좋았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려던 참 이었다. 그런데 카페를 나오기 전 간단한 볼일을 보러 화장실을 갔다가 그 카페에 대해 좋았던 첫 인상이 180도 바뀌었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눈도 따가웠다. 대게 카페 화장실은 타일로 마감되어 있다. 그런데 그곳 화장실은 벽, 바닥, 천장 할 거 없이 온통 시멘트 칠로 마감이 되어 있었다. 매장 안을 잘 꾸며 놓은 것으로 보아 돈이 모자라서 그렇게 마감 하지는 않았을 텐데. 시멘트벽에는 화장실 크기에는 안 어울리는 커다랗고 투박한 환기팬(fan)이 돌아가고 있었다. 작은 화장실 공간에 어울리지 않은 환기팬을 애초에 계획을 하고 넣었는지 아니면 필요에 의해서 나중에 설치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 콘셉트로 인해 피해보는 쪽은 언제나 사용자다. 

 

 

건축, 디자인 실무를 하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건축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써 재료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싫어한다. 나와는 맞지 않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목구조를 가르친다. 오해가 있을 거 같아 다시 말하지만 콘크리트란 재료가 아무 이유 없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재료일 뿐이다.

얼마 전 지인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하다가 개념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빈 공간에 의자가 있으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그가 물었다. "그 의자로 가서 앉지 않을까?" 내가 답했다. "그게 바로 개념이다." 그의 말에 개념이란 단어가 쉽게 이해되었다.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얘기를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콘크리트의 재료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유라 생각한다. 공원에 콘크리트 의자, 금속 의자, 나무 의자가 나란히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2002년 후나세 슌스케가 쓴 <<콘크리트 주택에서는 9년 일찍 죽는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는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실험의 주된 목적은 건축 재료가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콘크리트상자, 금속상자, 나무상자에 각각 100마리의 실험용 생쥐를 넣고 생존 실험을 했다. 온도, 습도는 인공적으로 조절하지 않고 자연적인 상태로 실험이 진행됐다. 후나세 슌스케는 그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육 상자에서의 생존율은 콘크리트에서 7%, 금속에서 41%였다. 그런데 나무상자에서는 85%의 생쥐가 생존했다고 한다. 콘크리트상자의 치사율은 나무상자에 비해 10배나 높게 나왔다. 만약에 생쥐가 사람이고, 상자가 집이었다고 가정해보자. 콘크리트 집, 금속 집, 나무 집이라고 말이다. 그 안에 나를 비롯한 소중한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콘크리트는 도대체 어떤 재료이기에 생쥐들에게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입혔을까? 일본 도쿄 대학 알티마 다카노리 교수는 "콘크리트는 직접 몸으로부터 열을 빼앗기기 때문이다."라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렇다. 콘크리트는 몸 안의 열, 즉 체열을 빼앗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몸에서 열을 빼앗기게 되면 몸은 차가워지고 몸의 균형이 깨져 결국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극한의 추위에 몸이 노출되면 얼어 죽게 되는데 이 또한 체내에 열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결과다. 앞서 얘기 했던 공원에 놓여 있는 의자 3개를 기억하는가? 여러분이라면 콘크리트의자, 금속의자, 나무의자 중 본능적으로 어디에 앉게 될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재료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콘크리트는 재료의 특성상 차갑고 딱딱한 공간을 만들어내기 쉽다. 이런 공간에서 사는 아이들은 늘 긴장과 불안감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는 습도조절 능력이 거의 없다. 물을 너무 좋아해서 수분을 다 빨아들인다. 빨아들이다가 수분을 가지고 있을 용량을 초과하면 내 뱉기 시작한다. 실내에 수분이 모자랄 때 뱉어내고 수분 양이 넘칠 때 흡수하는 조습기능은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콘크리트는 이것과는 정반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이 겨울에는 건조하고 여름에는 습한 이유는 조습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건조하니 가습기를 항상 틀어야 하고 반대로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지니 제습기로 실내 습기를 빨아들여 조절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실내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을 하기 때문에 실내가 늘 건조하다. 콘크리트가 바짝 말라 있기 때문에 수분을 다 빨아들인다. 하루 종일 가습을 해도 늘 실내가 건조한 이유는 바로 이런 콘크리트의 특성 때문이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_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김용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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