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맨위로

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가지 이야기’

적정 수준의 습도를 유지하는 집

등록일 2021년11월17일 17시4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가지 이야기’

적정 수준의 습도를 유지하는 집

 


 

습하고 곰팡이가 피어있는 축축한 집 안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 사는 사람은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집 안이 축축하고 곰팡이가 피는 이유는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오래된 집 일수록 습도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는 심각하다. 바깥 습도가 높은 여름철 며칠 동안 집을 비우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나는 쾌쾌한 냄새를 없애느라 고생해본 경험도 있을 테고. 방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뒤져보다가 마지막으로 장롱을 치웠을 때 곰팡이로 뒤덮여 있는 벽을 보고 말문이 막힌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유럽 사람들의 15%는 이와 같이 습한 환경에 노출된 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집 안이 습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계에 의하면 습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적정 수준의 습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천식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집 안에서 습기가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습기는 일상생활을 통해 발생된다. 청소, 요리, 목욕을 하면 수증기가 발생한다. 이 수증기는 실내 공기에 습기의 양을 높이게 한다. 결국 실내 공기가 외부 공기보다 더 많은 습기를 포함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실내 습도 양이 높아지는 것이다.

4인 가족이 매일 발생시키는 수증기의 양은 무려 10리터나 된다고 한다. 몇 시간씩 곰국을 끓인다던지 빨래라도 삶게 되는 날이면 그 양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아지게 된다. 생활 습관에 따라 수증기 발생 양에도 분명한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집 안 습도의 양은 서양의 다른 여러 나라에 비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습식문화고 그들은 건식문화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 습도가 증가하면 기침, 알레르기, 천식과 같은 질병이 쉽게 나타난다. 따라서 집안에서의 적절한 습도 유지는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습도는 상대습도, 절대습도, 비습도 3가지 종류로 나뉘다.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는 ‘현재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의 양과 그 온도에서 실제 포함된 수증기 양과의 비율'이다.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있는데, 이 공기에 현재 실제로 포함된 수증기의 양을 비율로 나타내어 상대습도라고 부른다. 상대습도가 50%라고 한다면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이 절반이나 들어 있다는 뜻이다. 겨울에는 대게 실내가 건조하다. 실내에 있는 수증기 양은 고정되어 있는데 이 상태에서 난방을 하게 되면 온도가 올라간다. 따뜻해진 온도는 습기를 건조시켜 상대적으로 전체 습도의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철에는 습도가 높아질수록 더 불쾌감을 느낀다. 땀을 많이 흘려서가 아니다. 끈적끈적한 습도 때문에 몸에 묻은 땀이 증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습도는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문제를 일으키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집 안에서 습도 조절이 안 되면 거주자에게 치명타를 날리게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집도 병이 든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습도를 유지하면 실내가 건강해진다. 그 안에 사는 사람도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기 마련이다.

실내에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상대습도는 40~60% 정도다. 실내 습도가 70%가 넘으면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다. 집먼지 진드기는 아토피와 비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비염이 심한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바깥에 있다가 환경이 안 좋은 집 안으로 들어가면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피부에서 반응하면 아토피로 코에서 반응하면 비염으로 발전된다. 습도가 높아지면 실내에 곰팡이도 발생한다.

반대로 습도가 낮으면 실내 공기가 건조해진다. 물기가 없으니 피부도 건조해진다. 건조해진 피부는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그뿐만 아니다. 건조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코 점막이 손상을 입는다. 코 속 주위에 있는 빈 공간이 온도와 습도 조절이 안 되면 염증이 생긴다. 이렇게 생긴 염증 때문에 콧물이 나가지 못하면 고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콧물이 쌓이게 되는데 이게 바로 축농증이다.

축농증은 추운 집에서 증상이 더 심해진다. 실내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곳에서 사는 사람에 비해 축농증으로부터 고통 받는 확률이 25%나 떨어졌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집 안 습도만 잘 조절해도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증거다. 우리 몸의 건강도 지키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적정 수준의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습도를 내가 원하는 만큼 조절한다는 것이 어디 생각만큼 쉬운 일이겠는가. 그렇다고 내버려 두자니 그런 환경에 사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 유럽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8천만 명이 넘는 유럽 사람들이 습기에 과도하게 노출된 집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피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집에서 적정한 수준의 습도를 맞춰 살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물려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집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집 안 습도는 단열, 환기, 온도차, 시공할 때 발생된 수증기에 의해 높아질 수 있다. 실내에서 발생한 습기가 집 밖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만나면 결로가 발생한다. 집 밖에 온도와 실내 온도에 차이가 생기면 습기가 뭉치면서 이슬이 되는 것이다. 물체의 표면에 작은 물방울이 맺히면 그 부분이 축축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곰팡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결로는 온도 차이로 발생한다. 따라서 결로를 막으려면 단열이 필요하다. 단열로 실내외 온도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열은 물체의 표면 온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단열에 신경 쓰게 되면 내부 기밀성이 높아져서 수증기가 생기기 쉽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벽에 실크벽지라고 불리는 비닐계, 합성수지벽지를 사용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벽에 결로가 진행 중이라도 실크벽지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생기더라도 벽지 위로 곰팡이가 올라오지 않는다.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집짓기를 계획할 때 마감재 선정에 신경 써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이쯤 되면 ‘그럼 어쩌란 말이냐’라고 자포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실내 습도에 의한 피해는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건강한 집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가치를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_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김용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