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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 에이앤뉴스그룹 발행인 안정원 칼럼〕

아! 오징어 게임하고 싶다.

등록일 2021년09월30일 21시1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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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 발행인 안정원 칼럼〕

아! 오징어 게임하고 싶다.

 

‘다다다닥 다다다닥’ 재빠른 움직임은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나무아래 산더미처럼 잘도 쌓아 놓은 가방들은 주인을 잃은 표정이다. 그렇다 서쪽 해를 등지고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비장하게 엉덩이를 치켜들며 피카소도 울고 갈 만큼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거침없이 그려나간다. 이때 친구들이 많이 모이면 대왕오징어, 소소한 모임이면 일반오징어가 된다. 이제 편 가르고 격렬하게 밀치고 자빠트리고 한쪽 발로 잘도 뛰면 된다. 이내 환호와 탄식이 죽었다 살았다 반복한다. 그렇다 우린 재미의 게임에 죽었노라 살았노라 말뿐인 그저 아이들 놀이에 불과했던 참 좋았던 그때였다.

그런 오징어 게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국내외는 물론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며 연일 화제가 되는 연유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빚에 쪼들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456명의 사람들에게 의문의 초대장이 전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낮선 섬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갇혀 어쩔 수 없이 456억원이 현금을 두고 벌이는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첫 번째 게임에서 출발해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 ‘오징어 게임’ 등 총 여섯 가지 게임으로 잔혹한 생존 드라마는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좀 나이를 찬 어른들이라면 한번쯤 어린 시절 해보았을 법한 추억의 놀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은 처음에 거액의 멋모르고 게임을 시작했지만 점차 쉽게 탈출할 수 없는 질척한 게임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린다. 최종 승자가 된다면 거액의 상금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지만 문제는 승자가 단 한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죽어야 한다는 죽음의 게임인 셈이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다양한 직업군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를 보는 것도 오징어게임을 연속 시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조직 폭력배와 소매치기, 치매와 뇌종양에 걸린 할아버지, 외국인 노동자, 아줌마, 의료사고의사, 유리공 등이 있다.

 

드라마의 잔인성은 결국 돈을 위해 타인을 죽이고 게임에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455명을 제치고 살아남은 최종 승자는 상금을 획득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 돈을 쓰지 못한다. 드라마야 흥미를 위해 단순히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게임의 경쟁관계를 극도로 긴장감 있는 상황으로 몰고 가지만, 우리의 현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돈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고,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명예를 얻기 위해, 어떤 사람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높은 계급에 오르기 위해 타인을 밟고 위로 올라가려한다. 아홉 개를 가지고서 10개를 채우려하는 인간의 욕심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하게 된다. 정직하게 돈을 벌고 번만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베푸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도 돈이 너무 없는 사람도 세상이 재미가 없어 오징어게임을 만들었다는 드라마 속 게임 설계자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재미없거나 재미있거나로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복잡한 직업군을 형성하며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적은 돈을 벌지만 땀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돈이 많으면 일정 부분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고, 높은 곳에 있지만 낮은 위치의 사람을 보살피며 포용하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진정 미래가 있는 것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살아갈 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비록 딱지치기로 시작한 미니 게임이 거스를 수 없는 생존 게임으로 옮겨가지만, 드라마는 그 선택은 누군가 강요가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이었다고 항변한다. 헤어나지 못할 절망의 순간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선택의 순간이 있다면 일부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하기도 한다. 끝을 알 수 없이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살을 도려내는 처절한 아픔을 겪고 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야기된 실로 어이없는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힘겨움을 잠시 이겨내고 서로 힘을 모으고 버텨낸다면 머지않아 희망의 길이 나타날 것임을 믿어본다. 지금 이 순간이 괴롭더라도 절대 희망과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어느 날 누군가 텅 빈 지하철역에서 10만 원 짜리 딱지치기 게임을 제안한다면 과연 나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까? 아니면 의심부터하며 자리를 피할까? 아마도 평소 요행을 바라자 않는 나는 후자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생활을 집콕하고 있는 현실이다. 추석 연휴를 오징어 게임을 내리 보았다는 지인들의 말에 무심코 본 오징어 게임을 나는 새벽까지 정주행했다. 참 즐거웠던 어린 시절이 소환되어 묘한 기분을 느꼈다. 학교 운동장, 우리 집 앞 골목, 친구네 집 골목어귀…. 작은 공간이든 큰 공간이든 우린 어떤 놀이든 가능했던 친구들이 그립고 그 곳들이 그립다. 비록 피아노학원을 땡땡이치며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엄마와 피아노원장선생님과의 웃지 못 할 술래잡기도 우스운 그리운 그때가 철없지만, 건강한 나의 오징어 게임이다. >>기사 출처_ 데일리 에이앤뉴스_ Daily AN NEWS ‧ ANN TV(ANN NEWS CENTER) 제공

 

 


 

안정원(비비안안 VIVIAN AN)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 IAB자문교수<annews@naver.com>, 사진 출처_ 넷플릭스

기사 제공_ 에이앤뉴스그룹(데일리에이앤뉴스_건설경제건축디자인문화예술종합미디어뉴스‧에이앤앤티브이_건축디자인건설미디어뉴스채널 ‧ 에이앤앤북스_건설지‧건설백서‧건설스토리북‧건설엔지니어링북전문출판사) ‧ 에이앤앤아카이브(ANN ARCHIVE)_건축건설문화디자인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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