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TWO MOON_ 투문정션
두 개의 달과 별자리가 어우러진 근생 빌딩...
저렴한 예산과 영화 투문정션을 통해 이끌어낸 독창적인 공간, 두 개의 쌍둥이 건물에 두 개의 달과 별자리를 새겨넣어 연결하다.
단순한 사각의 매스 안에 크고 작은 두 개의 달이 어긋나게 겹쳐져 있는 묘한 형상의 건물이 있다. 연면적 597.96m²에 3층 규모의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파사드에 풍겨 나오는 강렬함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다.
투문정션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경기도 일산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위치한다. 건물 주변은 서로에 대한 특별한 배려 없이 여러 가지 기능들이 혼재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이곳에 자신과 동생을 위한 2개의 건물을 짓기를 원했던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기호를 충족시켜줄 건축가 문훈을 찾게 되었다. 설계 당시, 건축주가 가진 예산은 5억 정도로 두 동의 근린생활건물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이에 건축가는 가급적 단순한 직사각형의 건물을 나란히 세웠고 건물을 서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핵심 요소를 찾고자 했다. 마침 영화 투문정션을 떠올렸고 이러한 아이디어의 구체화를 통해 로맨틱한 공간을 원했던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게 되었다.
저예산과 투문정션이란 개념은 건물을 디자인하는 건축가의 주요한 영감으로 작용했다. 각각의 건물은 클라이언트인 형제관계처럼 남서측을 바라보고 정답게 서있다. 규모가 약간 큰 건물은 앞으로 튀어 나와 있고, 약간 작은 건물은 뒤로 물러나 있는 형상이다. 가급적 공간은 공용 공간을 최소로 줄이고 임대 용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연속된 두 매스의 분리된 가운데 공간은 대지의 경사지를 활용한 상층부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놓여있다. 건물 사이의 빈공간은 바람이 통하는 곳인 동시에 2층으로 출입하는 통로가 된다.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물은 같이 병렬해 있지만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개별적인 계단을 통해 내부로 들어설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개의 박스형 건물 전면에 큼지막하게 구획된 구체가 건물의 핵심 요소로 불쑥 등장한다. 건축가 문훈의 표현처럼 달을 모티브로 한 오목한 구체가 복합용도 빌딩의 상징성을 강하게 드러내게 된다. 오목한 달과 함께 건물 양쪽 지점에는 건축주의 별자리에서 따온 뚫린 구멍과 이를 한데 엮은 별자리 조명이 어우러져 묘한 위트적 매력을 발산한다. 밤이 되면 건물에 수놓은 달과 별의 조명이 한데 어우러져 건물 전체에 밤하늘의 은은한 이벤트적 요소를 유발한다. 내외부로 연속된 노출콘크리트 재료의 덤덤함은 오목하고 반듯한 박스와 구형 매스의 반복된 흐름으로 인식되며 건물 전체에 활력소로 작용한다.
여기에 외부와의 접점에서 이용자들의 시각화를 극대화 시킨 가로로 긴 직각창과 원형창, 톱라이트 등은 투명한 유리와 달의 형상과 절묘하게 결합함으로써 건물 자체에 하나의 명료한 질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때론 비어있는 벽을 통해 바람이 담겨지기도 하고 옥상과 발코니, 정원으로의 흐름을 연속시킨다. 건물의 내부는 1층은 갤러리와 임대 공간으로 2,3층은 카페, 문화 공간, 오피스로서 활용된다. 건물의 최상층에는 높은 가벽을 지닌 야외정원도 있고 상층부 내부에는 돔과 같은 작은 판테온도 있어 흥미를 더한다.
이처럼 투문정션 빌딩은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박스형 노출콘크리트 근생 건물이었지만 달과 별을 외형 이미지로 끌어들임으로써 이미 독특한 건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건물에 머금은 구와 사각, 달과 별자리의 유쾌한 요소들은 기능적인 프로그램과 어우러져 건물 전체는 물론 무표정한 마을에 독특한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건축가_ 문훈 문훈발전소 대표건축가
자료_ MOONBALSSO, 사진 남궁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