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성미 작가가 선사하는 ‘기억의 여행’의 가치
개인의 삶에서의 ‘기억’과 ‘치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과 여행 테마
오늘의 조각 II, 25x25cm each, 12pcs set, Mixed media, 2021
이성미 작가의 개인전 <기억의 여행>이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6월 4일까지 전시한다. 이성미 작가는 개인의 삶에서의 ‘기억’과 ‘치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고 이번 전시는 그 동안 작가가 다뤄왔던 주제에 ‘여행’이라는 테마를 더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은 ‘종이비행기’ 형태를 떠올리게 하는 Unfolding 시리즈가 눈에 들어온다. 파란 하늘로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시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 스스로가 기억을 펼쳐내고, 정화하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Unfolding 시리즈를 지나 전시장 중앙으로 오면 작가의 시그니처 작업인 유리 파편을 사용한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외부의 충격으로 인하여 산산조각이 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파편들을 보면서, 얼핏 단단해 보이는 것도 생각지 못한 작은 충격으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삶과 닮아 있음을 깨닫고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의 루트를 손으로 더듬어 찾아 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업에 사용된 유리 파편들은 모두 교통사고 현장이나 택배 배송 과정에서 깨져버린 것들로 목적지를 잃어버린 것들이다.
기억의 풍경화(Internal landscape), 20x29.7x10cm each, Incense smoke on Plexiglas, 2021
설치 작업과 함께 전시장 벽면에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신작 ‘오늘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는데,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덮친 지난 일 년 간 작가가 느낀 하루하루의 감정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각각의 작품에는 주소 또는 핸드폰 번호에서 따온 숫자로 이루어진 고유코드(좌표)가 부여되어 있어서 이 작품은 마치 기억 속의 시간과 장소를 더듬어 찾아가는 여행일기처럼 읽혀진다. 코로나 상황은 반 강제적으로 개개인을 공동체와 단절시키고, 자신의 삶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작가의 일상도 바꿔 놓았으며, 바뀐 일상은 자연스럽게 이전과는 다른 스케일과 형식의 작업을 하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탄생된 그녀의 신작들은 담백해 보이지만 더욱 깊은 감정의 레이어가 쌓여 있는 느낌이다.
Fading your memory I, II, Ø80x18.5cm each, Mixed media, 2020
Letters to you, 30x39x17cm, Mixed media, 2020
Letters to you, 31x32x18cm, Mixed media, 2020
전시장 끝자락엔 플렉시 글라스에 향의 그을음을 묻혀 작업한 ‘기억의 풍경화’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향을 태움과 동시에 경험하는 심신의 정화가 표현된 이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기억 속으로 침잠하도록 만든다. 온 세계 사람들이 거리두기로 외부활동이 제한된 가운데, 어쩌면 이 순간이 우리가 자신만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최적화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이성미 작가는 1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2002년 보스턴 이매뉴얼 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2005년 메릴랜드 미술 대학원에서 조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볼티모어에서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뉴욕현대미술관 PS1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1년 귀국 후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가나아트센터, 두산갤러리, 국립 현대 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ANN
이성미 작가
자료_ 노블레스 컬렉션_ 사진_ 김태화(전시 전경), 이시우(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