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마을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사용자 참여형 설계를 통해 주민과 사회적 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
허름한 동주민센터가 지역의 열린 사랑방으로 탈바꿈해…
마을 단위의 낡은 주민센터가 산뜻한 지역의 사회적 경제지원 및 마을지원센터로 탈바꿈해 관심을 끌고 있다. 도봉구 노해로의 창5동 주민센터는 한동안 부분적인 보수를 통해 마을예술 창작소라는 주민활동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후 도봉구에서 사회적 경제와 마을 활동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공간 조성을 추진하면서 건물은 새롭게 리모델링되었다.
전반적인 계획과 설계는 건물의 사용자인 주민과 지역 사회적 기업들의 참여형으로 진행된 것이 특색 있다. 사용자들이 주민이 준비 단계부터 직접 공간을 구상하고 배치해보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점이 일반 공공건축물 설계와 차별화된다. 계획 초반에 우선 도봉구에서는 MP(주.두꺼비하우징 김미정 대표)를 선정하고 창동 지역의 사회적 기업 대표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총 5회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설계는 서울시 여성 공공건축가에게 의뢰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었다. 책임건축가로 선정된 SAK건축의 김선아 대표는 이후 총 6회의 워크숍을 개최하는 사용자 참여형 설계를 통해 건물의 배치와 디자인 방향을 결정했다.
센터가 위치한 곳은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으로 건축가는 이용자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건물을 이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마당 같은 열린 외부 공간을 반영하고자 시도했다. 건물 정면의 주차장을 열린 마당의 개념으로 1층 커뮤니티 공간과 곧바로 이어줌으로써 마을 주민들의 행사나 모임을 열 수 있도록 계획했다. 외관은 가급적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마을과 동화될 수 있도록 차분하게 디자인되었다. 요철형과 평판형이 교차하는 베이스패널을 주요 마감 재료로 외관의 미세한 결을 만들어줌으로써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한편 정해진 예산의 한계성, 기존의 노후한 타일 마감, 동절기 공사 일정이 더해짐으로써 공사는 쉽지 않은 공정이었다. 마을과의 조화를 중요시한 건물이기에 외관의 임팩트를 최소화하고 확장된 공간에 사용자의 활동과 에너지가 채워지길 원했던 것이다.
지원센터에 담겨있는 공간적 해석은 무엇보다 개별공간이 두드러지기 보다는 ‘독립공간-중간공간-통합공간’이라는 과정이 반복되도록 외관 재료, 공간 구성 및 내부의 재료, 컬러 등을 효율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각각의 층별 구성은 중간 공간격인 건물 왼편의 계단실을 통해 연결되며, 개별 공간과 통합 공간을 적절히 배치되었다. 내부 공간 역시 빠듯한 예산적 한계성을 넘어서 건축가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섬세하게 깃들어 있다. 접근성이 용이한 1층과 지하 1층은 마을 사람과 사회적 기업 근무자들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1층은 외부공간과 연결된 개방공간으로 센터 사무실과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한다. 지하층은 로비와 음악 연주와 공연장으로 활용 가능한 다목적 교육장, 크고 작은 다양한 모임 공간이 자리한다. 2층은 사회적 기업의 사무실과 코웍 공간으로 조성되었고, 주방과 넓은 옥상 공간이 마련된 3층은 향후 주민들이 김장을 담글 수도 있고, 마을 파티나 공유주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각 실에 붙여진 이름 역시 열림, 나눔, 지음, 자람, 키움, 이음, 화음, 돋움, 사귐 식으로 주민들과의 친숙함으로 유도했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강조한 차분한 외관과 숲 속에서의 하루를 반영한 업무 공간이 돋보여
지원센터에서 계단실은 단순히 층별 이동 공간이기보다는 다양한 컬러와 재료의 변화를 통한 매개 공간으로서 경쾌함이 넘쳐난다. 계단실 벽과 천장의 노란색 터치는 지하층으로 이어지며, 나뭇결 타일 역시 각층 바닥재로 연속된다. 외부는 주변에 비해 조용하고 두드러지지 않게 디자인되었으며, 센터 내부는 숲속에서의 하루라는 개념이 적용되었다. 내부 기둥 역시 기둥을 인조 잔디로 감싸주고, 녹색 창과 잔디무늬 타일 바닥을 통해 숲 속에서의 업무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기존 건축물에 있던 방풍실은 위탁사무실, 커뮤니티 공간, 화장실, 계단실을 연계하는 공용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장애자 및 비상시를 위한 엘리베이터 역시 추가로 설치되었다. 지원센터의 2층은 사회적 기업의 업무 공간으로 사용되며, 지하층 회의실은 사회적 기업과 주민 누구나 센터에 신청하여 사용할 수 있다.
“건축물의 규모와 실내 공간의 성격에 비해 저예산으로 시작되어 설계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 것은 건축가에게 어려움이었지만 도전의 과정이었어요.” 도봉구 마을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의 책임건축가로 설계를 수행한 김선아 대표는 “저예산의 건물일 경우, 소규모 시공사의 능력 내에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디테일을 구사해야 하며, 건축물의 공간적, 형태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는 상황이므로,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김선아 대표는 “공공건축물이 위탁되는 경우, 위탁자가 건축물의 주인은 아니기에 공공건축물의 설계와 공사 단계에서의 모든 협의가 존중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설계 중간 과정, 시공단계에서 건물 전체의 균형을 고려해 세밀한 협의와 조정을 통해 결정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건물을 사용하는 준공시기에 센터의 운영자, 주관부서 등은 이 협치의 과정을 충분히 지켜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공건축물이 위탁자에 운영을 위임하는 경우, 건축물을 인수하는 단계부터 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연면적 880.29㎡에 총 4개 층에 달하는 건물 내외부를 공사비 약 9억여만 원이라는 빠듯한 예산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제약성을 갖고 출발한 도봉구 마을 사회적 경제지원센터는 건축가의 지혜로움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기에 완성도 높은 공간으로 변모될 수 있었다.
주민센터를 생활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거점으로 넓혀가고자 하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공사업이 1단계 80개 동으로 결실을 맺고 점차 2단계 283개에 달하며 서울시 전체 자치구로 확대되고 있다. 계획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당사자인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건축가의 뛰어난 전문적 지식과 창의성과 자치구 공무원의 협치를 통해 만들어지는 동주민센터 공간의 변화는 그 성공적 흐름을 통해 동주민센터의 소프트웨어적 전환을 담아내고 있기에 충분하다.
손세진‧강선아 기자
김선아 (주)SAK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가, 창덕궁 앞 열하나 동네 사무국장 ·편집장
자료_ 도봉구청, (주)에스에이케이건축사사무소, 사진_ 에이앤뉴스/ 김한석
설계총괄: 김선아/ (주)SAK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주)SAK건축사사무소/ 김선아, 김민관 양효실
발주처: 도봉구청 마을공동체과
위치: 서울특별시 도봉구 노해로 279-5(창동)
지역지구: 도시지역, 제1종일반주거지역
용도: 제1종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658.0㎡
건축면적: 289.52㎡
연면적: 880.29㎡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층수: 지하 1층, 지상 3층
조경면적: 37.5㎡
최고높이: 12.6m
외부마감: 베이스패널, THK24복층유리, 목재 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