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거리 제2의 춤추는 빌딩인 GT타워 웨스트의 설계자 인터뷰
피터 카운베르흐 대표건축가와 인테리어디자이너인 김종호 대표
건축과 인테리어의 긴밀한 소통과 스토리를 공유하는 협업체계를 통해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구현하고자… 업무용 빌딩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독창적인 설계와 지속가능한 건축, 사람을 생각하는 공간 디자인을 녹여내고자
좋은 건축은 도시를 살찌우는 중요한 구성 인자이다. 도시의 중심가에서 높다란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고층빌딩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도시의 표정과 분위기에 일조한다. 빼곡한 고층빌딩이 경쟁하듯 들어서는 서울 테헤란로 역시 이러한 도시의 흐름과 면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초동 강남역사거리에 자리한 GT타워(EAST)는 지난 2011년 초에 준공되면서부터 파도치듯 춤을 추는 S라인 건물로 국내는 물론 네덜란드에서도 익히 화제가 된 바 있다. 지상 24층에 연면적 5만4583㎡ 규모의 높다란 건물은 특유의 곡선미를 뽐내며, 맞은편 삼성타워와 함께 강남역사거리의 명물이 되고 있다. 2006년 허가 당시 박스형으로 계획되었던 건물이 도심 속 획일적인 건축물에서 탈피하고자 한 서울시의 건축물 디자인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빌딩 디자인의 차별화를 위해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설계회사인 아키텍튼 콘소트의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카운베르흐(Peter Cowenbergh)와 한국의 중견 인테리어 디자인사무소인 디자인스튜디오 김종호 대표가 협업을 맡아 진행했다. 실시설계는 한길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시공은 대림산업이 맡아 수행했다.
GT타워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한국의 도자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4면이 모두 유연한 곡면으로 처리된 것이 특징적이다. GT타워의 굴곡진 곡면 커튼월은 앞뒤좌우의 모든 입면은 제각각의 경사각을 지니고 있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설계단계에서 BIM을 적용해 구현하였고, 커튼월에 적용된 이형 유리만도 2300여 종류에 유리 1만 2500여장이 사용되었다. 또한, 외벽은 24mm 로이복층유리를 적용하였고 열손실을 막고 에너지 절감을 극대화하였다. 굴곡진 프레임 탓에 창문도 수평으로 레일을 통해 움직이는 페러럴 타입의 전동식 환기창을 고안해 설치하여 해결했다. 외벽은 1.5m의 알루미늄 압출 프레임을 이어붙인 것으로 건축외장 공사는 이탈리아에서 3D 정밀 가공 기계인 CNC 커팅 머신을 통해 수천가지의 다양한 모양을 구현해 내었다.
업무용 고층빌딩에서 친환경건축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점에서 GT타워는 건설과정에서 여러 모로 노력한 흔적이 건물 속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옥탑 층에는 태양열 설비와 빙축열 시스템도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출입구와 선큰 가든, 오픈 스페이스를 반영한 휴먼스케일의 공간과 내외부 공간의 통일성은 건물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기에 지하 주차장과 근린생활시설의 동선을 연결하는 셔틀형 누드 엘리베이터와 다양한 이벤트와 열린 휴식 공간을 갖춘 지하 선큰 플라자, 최신식 설비와 시설을 갖춘 아이스링크 등도 GT타워로 대중을 몰리게 만든다. 건물의 안정성을 위해 지진과 태풍에도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를 도입했다.
도심 속 차별화된 외관으로 건축물의 가치를 높여준 GT타워 이스트(동관)의 성공적인 면모에 발맞추어 건축주인 가락건설은 현재 GT타워 웨스트(서관)를 계획 중이다. 건물 외관 역시 GT타워의 비슷한 곡선 형태로 예정하고 있다. GT타워 웨스트의 계획을 협의하기 위해 아키텍튼 콘소트의 대표건축가인 피터 카운베르흐가 한국을 방문했다. GT타워 이스트를 설계하면서 디자인을 협업한 디자인스튜디오의 사무실의 김종호 대표와 함께 그를 만났다. GT타워를 설계하면서 한국을 30번 이상 방문했다는 피터 카운베르흐 건축가는 “기존의 GT타워 이스트와의 관계성을 충분히 고려해 곡면형으로 디자인하고 있으며, 건물의 지하를 서로 연결시켜 주변을 더욱 활성화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불신이 팽배해져 있는데 반해 한국은 꽤나 도시적이면서도 안전하게 인식되며, 한국 사람들 역시 패션에 민감하고 현대적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 전통적인 예의와 한국의 미를 잃지 않고 있기에 너무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피터 카운베르흐 건축가는 평가를 더한다.
이러한 피터 카운베르흐 건축가의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은 GT타워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김종호 대표와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의 협업을 중요시 생각한 GT타워 클라이언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얻어진 신뢰로 독창적인 GT타워의 건축으로 이어진다. 디자인스튜디오의 김종호 대표는 “GT타워 이스트의 인테리어를 설계하면서 초기 때부터 아키텍튼 콘소트와 건축물 내외부에서 서로 스토리를 공유하였기에 즐겁게 일했고 결과적으로 건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GT타워 웨스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다. 피터 카운베르흐 대표 역시 “네덜란드에서도 건축가 인테리어가 협업 관계로 건축을 수행하곤 하지만 GT타워의 경우처럼 긴밀하게 서로 교감을 갖고 오픈 마인드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GT타워 건축 프로세스의 강점으로 높이 꼽는다.
“건축이 순수 예술은 아니고 하나의 전문적인 솔루션이지만 건축디자인에는 순수한 감정과 스토리가 녹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피터 카운베르흐 건축가는 “자신에게 건축은 삶의 전부다”라고 말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아키텍튼 콘소트는 1947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된 이후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폴란드, 러시아, 멕시코, 한국 등 전 세계에서 건축 및 인테리어, 조경디자인, 레저개발 등의 폭넓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건축회사이다. 피터 카운베르흐 건축가가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한 에티오피아의 상업은행 빌딩(CBE Bank Addis Abada) 역시 도자기 형태로 우아한 곡선 매스가 서로 겹쳐 조화를 이루는 있어, GT타워와는 사뭇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GT타워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수행한 디자인스튜디오는 호치민의 인터컨티넨탈호텔, 마카오의 디지털 리조트 ‘LUNAR’, 63빌딩 Raw, 하와이 콘도 프로젝트 등 굵직한 국내외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점차 건축과 실내 건축의 영역이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실내 건축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풍부한 공간 체험을 가능하게 하며, 그 속에 사람을 존중하는 디자인을 구현해야 합니다.” 단순한 공간의 치장보다는 지속가능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는 디자인스튜디오의 김종호 대표는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 회장을 역임했으며 전미인테리어디자이너협회(ASID)가 발간하는 ‘세계의 뛰어난 디자이너들’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인영 기자
피터 카운베르흐(Peter Conwenbergh) 아키텍튼 콘소트 대표건축가
김종호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자료_ Consort Architects, Design Studio, Zibook, 인물 사진_ A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