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는 어떤 재료가 사용될까?
김상태 교수의 전통건축 읽기 9, 한옥의 재료
Learn our traditional architecture of Prof. Sangtae Kim
한옥에는 어떤 재료가 사용될까? 나무와 흙과 돌이다. 기초와 기단은 돌을, 기둥과 보는 나무를, 마감은 흙으로 한다. 흔히 책에서 볼 수 있는 한옥재료들이 어떤 종류가 있을까 하는 내용을 다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한옥재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필자의 전공이 전통건축인지라 많은 주위 분들이 한옥에 대한 관심사를 자주 물어보곤 한다. 한옥을 짓기에 필요한 예산, 목수가 되는 방법, 한옥설계는 누가 하는지 등 많은 주제에 대하여 질문을 한다. 그중 특히 많은 질문은 재료에 관한 것인데, “한옥은 친환경 재료로 사용한다지요? 한옥에서 살면 건강하다는데 한옥을 짓고 살고 싶네요. 한옥의 주재료가 나무라서 따뜻하게 보여요. 요새는 콘크리트라서 너무 차가워서 싫어요.” 등의 질문을 많이 듣곤 한다.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다. 온전한 전통방식의 고가 한옥보다는 중산층이 짓고 살 수 있는 현대적 해석이 도입된 새로운 한옥에 대한 관심이 대부분이다.
한옥에 살아 본 분들은 하나같이 한옥의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그 불편함의 중심에는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와 흙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한옥의 주재료인 나무와 흙은 수축이 잘되는 재료이기에 보온이 잘 안되어 춥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르고 수축하기 때문에 보수를 자주 해야 한다. 그렇기에 한옥에서 살면 여름에는 시원하나, 겨울에 매우 춥다. 온돌이 있어 바닥은 따뜻하지만, 조금만 일어서면 코끝이 쌩하니 추워 이불에 쏙 들어가 나오기 싫어진다. 이것이 한옥이다. 이러한 불편은 근대이후 서양의 근대화 된 재료와 새로운 건축기법의 등장으로 인해 해결이 되지만, 한옥은 철저하게 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건축의 혁명에는 재료라는 주인공을 배제하고서는 극적인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가장 1차적 건축 재료인 나무와 흙, 그리고 돌은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사용한 가장 기초적인 재료이다. 동굴이나 나무위에서 살았던 선사시대인들이 나무와 흙을 이용하여 지상위에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며, 지붕을 덮은 사건은 건축의 1차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도구의 발달은 벽에 창을 만들고, 2층 이상의 고층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고도의 가공기술을 가져다주었다. 이후 서양은 로만콘크리트, 벽돌의 발전에 이어 산업혁명이 가져온 철과 콘크리트, 그리고 유리의 새로운 재료의 개발로 인하여 건축의 혁명적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건축은 서양과 달랐다. 전통적 재료인 나무와 흙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 우리도 18세기에 벽돌을 건축적 구조재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으나, 결국 다시 나무와 흙의 사용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혁신적 변화를 거부한 사건은 그 배후에 정치적, 경제적 문제가 있었다 치더라도 결국은 수요자의 선택이 나무와 흙이라는 재료를 선택한 것이다. 벽돌은 시공이 유리하고 추위에 강한 재료이지만, 따뜻한 지역보다는 만주와 시베리아같이 극한 겨울이 찾아오는 지역에 적합한 재료이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나무나 흙으로 집을 만드는 것이 방 내부의 더운 공기를 외부로 순환하기에 적합해 벽돌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기 때문에 중간의 접점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온돌이라는 추위를 극복할 수 있는 최첨단 공법이 있었기에 나무와 흙을 주재료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신속하게 지을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면서도 경제적인 건축을 선호하는 현대의 건축문화가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최상의 재료인 철과 콘크리트, 그리고 유리로 된 건축 재료를 선택하게 된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경제적 안정과 함께 우리의 정체성이 논의가 되면서,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건축 재료가 다시금 우리의 관심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아마도 신속한 사회가 가져다 준 페스트 건축에 실증이 나서 우리 전통한옥의 슬로우 건축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이 다정다감한 슬로우 건축을 경험하기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한옥을 짓기 위한 재료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위에 있는 나무나 흙, 굴러다니는 돌을 이용하여 집을 지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쉽게 재료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예전 최고의 건축재인 춘양목(적송, 금강송)의 경우 그루당 천만 원 단위가 거론되고, 일반적인 재료였던 육송 또한 그루당 몇 백 만 원에 호가하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가 서양의 건축에 환호하며 우리건축을 외면할 때, 우리의 건축은 그 수가 급격히 감소되었고, 주된 재료인 소나무를 비롯하여 양질의 황토, 기와, 너와, 이엉 등 다양한 건축 재료와 그 재료를 건축으로 승화시키는 기술자의 수가 급격히 격감되었다. 한옥은 그 개체수가 천연기념물처럼 줄기 시작하였고, 우리의 건축은 문화재가 되었다. 바로 우리가 자초한 결과이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사용했던 우리 건축의 재료는 이제 너무 비싸 사용이 어렵게 되자, 외국의 건축 재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소나무 대신, 일본 삼나무와 북미대륙의 더글러스가 점차 우리 건축의 주재료가 되기 시작했다. 기와도 예전의 기와는 겨울에 동파가 되기 쉬워, 무겁고 치밀한 기와로 바뀌었다. 지붕도 서까래 위에 쓰다 남은 나무와 흙만을 덮었는데, 방수 때문에 강회로 덮고 기와를 올린다. 창호도 아름답고 향내 나는 홍송이 아니라 옛 창호를 흉내 낸 현대 시스템 창호로 변하고 있다. 모양만 한옥이지 진정한 한옥이 아니다. 물론 수요자가 원하면 원하는 데로 시장은 변하게 된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도 마찬가지였으며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현대에 적합한 새로운 한옥의 발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너무 편한 건 아닌지. 필자가 거주했거나 여행했던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편하게 지냈던 곳은 오직 호텔뿐이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었던 일반 주택에서는 여름에 적절히 더웠고, 겨울에 적절히 추웠다. 하나뿐인 나의 집을 내손으로 가꾸고 수선하며, 계절을 몸으로 느끼는 그런 집. 바로 그런 집이 친환경 주택이 아닐까. 필자도 현재 밀집된 새집 같은 깍두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언젠가는 내 손으로 나무 한그루, 황토 한 주먹, 기와 한 장을 직접 만지며 하나씩 나의 집을 만들어 가고 싶다. 당장 몸은 피곤하고 덥고 춥겠지만, 사람의 몸은 환경적응에 뛰어나기에 빠르게 적응이 되겠지. 필자는 매일매일 이런 꿈을 꾼다. 봄날. 겨우내 터진 황토벽을, 코끝에 묻혀가며 아들과 함께 흙 바르는 모습을. 그리고 힘들고 귀찮은 집 돌보기를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본다. ANN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김상태 Sangtae Kim 필자는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로 몸담고 있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미국 UCLA International Institute, Center for Korean Studies에서 POST DOC.연구과정을 밟았다. 주요 논저로는 신라시대 가람의 구성 원리와 밀교적 상관관계 연구, 7ㆍ8세기 동아시아 2탑식가람의 생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 노인행태와 주거설계기법에 관한 연구 외 다수가 있다. www.archis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