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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시간

등록일 2019년10월30일 13시5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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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갈까 고민하지 말자! 서울의 스타급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로 7017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1970년대에 지어져 산업화 시대의 낡은 고가 도로 구조물이 2017년 5월 새로운 사람의 길로 탈바꿈했고 이를 보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과거 산업화의 산물로 인식되던 서울역고가가 보행자 전용의 사람 중심의 길로 거듭난 것이다. 그동안 차량 통행으로 인해 끊어졌던 길은 회현역, 남산육교, 서울역광장, 청파동, 중림동 등 17개 연결로를 통해 매끄럽게 이어졌다. 서울로 7017을 중심으로 만리동, 회현동 일대 1.7km에 달하는 길은 보행자를 위한 색다른 곳으로 변모된 셈이다. 차가 떠난 빈 길에는 총 50과 228종 24,085주의 꽃과 나무가 들어찼다. 총 645개의 콘크리트 원형 화분으로 구성된 공중수목원은 그 자체로 초록빛을 머금은 보행길이자 식물도감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서울로 7017이 발산하는 독특한 매력은 다중의 인파를 모은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홍보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제껏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공중 산책로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든 탓에 개장 초기에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한적한 산책길을 연상한다면 적절한 시간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주말이나 행사가 있는 날에 찾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으리라. 이내 불평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보행로에 화분이 이곳저곳 너무 많이 있는 탓에 걷기가 불편하고 무성한 숲이나 가로수길을 기대했던 일부 시민들은 식재가 너무 빈약하다고 말한다. 고가 상부에서 부는 바람 탓에 큰 화분을 놓을 수 없고 높고 큰 나무를 식재하면 토양 하중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축가의 의도를 모르고 한 불평일 것이다.

 

서울로 7017의 길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조깅 코스도 아니다. 낡은 고가를 보행로로 탈바꿈 시켜야 했기에 안전의 등급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높은 곳에 조성된 보행길인 만큼 다소 느리게 걷고, 머무르며 쉬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으리라. 길을 걷다 마주하는 건물과 서울 도심의 조망에는 이제껏 차로 달리다가 보지 못했던 도시 속살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바라보이는 풍경은 도시의 단면들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우리의 진실이 담겨 있기에 소중하다.

 

콘크리트 건물로 넘쳐나는 회색 빛 도시에 다소 여유로운 자연을 불어넣고 있기에 서울로 7017은 도심에 새로운 활력 공간이 되고 있다. 비록 건물이 아니라 제법 긴 공중 산책로지만 그 공간적 가치는 여느 수준급의 공공건축물 못지않다. 지속가능한 재생 도시를 향한 서울시의 야심찬 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서울로 7017로 인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제껏 노후한 산업화 기반시설들이 잘 활용한다면 도심을 살찌우는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기쁘기 그지없다. 서울로 7017는 뉴욕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사이드에 운행했던 2.33km의 철도 고가 도로를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난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했다. 하이라인 파크를 통해 주변에 부동산 개발과 상권이 활성화되고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서울로 7017이 차지할 잠재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쯤은 눈감아 줘도 되지 않을까. 서울로 7017이 45년 역사의 흔적을 머금은 채 우리에게 다시 돌아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빼곡하게 수직의 선들이 넘쳐나는 서울 도심에서 잠시 시선을 내려 수평의 시간을 선물하기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비비안 안 발행인 겸 대표이사

 

장현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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