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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투영하는 시민의 건축이란?" 진교남 간삼건축 부사장과 나누는 흥미진진한 건축 이야기 속으로

시민의 건축에 대한 담론 읽기 Kyonam Chin Executive Vice President of Gansam Architects & Partners co., Ltd

등록일 2021년03월08일 18시3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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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진교남이 말하는 시대를 표방하는 '시민의 건축(Civic Architecture)'

 

“건축의 본질과 올바른 정신을 ‘시민의 건축(Civic Architecture)’으로 올곧게 구현하는 우리 시대의 믿음직한 건축가”, 건축가 진교남의 ‘가슴에 남아 있는 촛불을 지키기 위한 건축가의 관심과 좋은 생각’ 속으로 빠져보다.

 

 

간삼건축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진 진교남 부사장

 

시대를 앞서가는 건축가의 고매한 건축 철학은 그 자체가 삶의 오롯한 표상이다. 건축가 자신이 평생 익히고 사유해온 건축적 가치관은 어느덧 삶의 전부가 되어 대지의 흔적을 기반으로 차분히 아로새겨진다. 시민의 건축을 중시하며 건축의 본질과 정신을 올곧은 잣대로 표현하고자 고뇌하는 건축가 진교남의 지적 호기심은 무엇이며 그가 이 땅에 구현하고자 하는 좋은 건축은 무엇인지 건축적 담론의 세계로 탐험하듯 들어가 본다.

 

건축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건축가의 진지한 고민을 오롯이 담아내…

도시와 조화롭게 공존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배려의 기술이 중요하다

 

“건축의 생산 과정이 공정의 구분과 효율성의 합의를 넘어, 개념의 발상에서부터 마지막 입주 전 빈 공간, 삶의 장소로 전환되는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까지 고민하고 조율하는 일이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과 업역이지만 가장 일관되게 실현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과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동시에 수상한 구기동 125-1 프로젝트(구기동 공동주택)가 “흩어져 가는 건축가의 업역과 역할을 다시 탈환하여 그 일련의 공정과 노력이 조금 더 완성도 있고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고 간삼건축의 진교남 부사장은 밝힌다.

 


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과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동시에 수상한 구기동 125-1 공동주택

 

그가 이야기하는 건축 업역과 사회적 역할의 재탈환에 관한 그의 노력에 관하여, 최근 그의 팀에서 수행한 구기동 공동주택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 지상 6층에 연면적 2,957.90㎡, 싱글과 더블 유닛의 총 25세대로 구성된 구기동 공동주택은 외국인학교 교사들이 거주하는 사택 성격에 부합해 건축의 사회적 관계성을 고민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낸 합리적인 동시에 새로운 주거 유형의 건축으로 다가온다. 건물의 특징은 우선 건물 내‧외부와 전‧후면을 연결하는 사이 공간의 디자인을 통해 도시 풍경과 조우하듯 대응하며, ㄱ자 형태로 마련된 후정 마당과 층별 가든, 발코니, 그리고 개방형 복도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공간의 관계성은 이웃 간의 삶을 풍성하게 엮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렇듯 구기동 공동주택에서는 공간에 몸담게 될 사람에 대한 배려, 개인과 공동체, 공동체와 도시의 관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흔히 우리 사회의 공동주택을 설계할 경우 타입과 평수에 대한 편파적 중요성을 간주할 수 있게 마련이지만, 구기동 프로젝트에서는 인간적으로 사는 것이 건축과 도시 맥락, 개인과 집단, 공간의 타입과 외관의 형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중점에 둔 것이다.

 


 구기동 125-1 공동주택

 

구기동 공동주택에 사는 입주자는 외국인 선생님들이고 사생활 측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상당히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다. 설계 과정에서 건축가는 그 사람들이 거주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서 얼마만큼 커뮤니티와 이웃 간에 오픈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다. 보통 한쪽으로 긴 복도를 따라 단위 세대를 배치한 편복도형은 ‘사회성’에 반대되는 공간 구성일 수도 있지만, 구기동 공동주택의 경우는 이러한 편복도 유형을 복도가 아닌 ‘사회성’이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복도의 폭을 넓혀 외부 생활이 가능한 복도에서 아이들이 세발자전거도 탈 수도 있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옆집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특이한 케이스이다. 옆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료이기에도 가능했던 방식이다. 이런 사회성을 북돋는 ‘생활복도’에 접해있는 각 세대는 자기집 현관문이 복도 진행 방향에서 정면으로 보일 수 있도록 각 세대 단위들을 ‘Shift’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집에 가더라도 내 집을 정면으로 보고 갈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이다. 발코니를 정말 발코니 답게 쓸 수 있는 환경과 사이즈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중요하게 작용했다. 다양한 발코니의 성격과 규모에 대한 실질적 사용 사례를 연구하여 우리가 구상하는 발코니의 폭은 어떠해야 하는지, 발코니가 리빙룸 안으로 실질적으로 들어와 기분 좋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와 같은 구체적 연구를 한 것이다. 건물의 재료 또한 깊은 고민의 대상이었다. 외부의 재료는 로마건축에서 보이는 소위 Roman size(비율의) 길고 가는 형태의 벽돌이다. 평범할 수 있는 건축재료인 벽돌이지만, 재료가 주는 색과 표면의 따뜻함과 수평적 안정감 등 깊은 고민을 통해 건물에 적용했다. 벽돌의 질감과 색상, 크기가 주는 재료 특유의 시각적 느낌이 구체화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구기동 공동주택에 맞도록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건축의 이슈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 도출한 구기동 공동주택을 보게 되면, 상당히 합리적이면서도 새로운 주거 유형이 나온 셈이다. 결과적으로 도시와 동네, 자연으로 열린 넉넉한 환경을 구현하는 동시에 입주자의 거주 스타일에 맞춘 세심한 배려, 개인과 공동체, 지역 환경과 건물의 관계성에 제시한 건축 언어, 적층된 골목길과 내밀한 발코니 등의 참신한 접근 방식과 재료의 물성을 풀어낸 섬세한 디테일 등은 진정성 있는 주거 유형을 제안하려는 간삼건축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오롯이 발현한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건축에서 “거주”라는 개념은 우리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존재한다는 것, 즉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과 환경, 상황 속에서 그것들과 어떤 관계를 이루며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건축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생각은 사실 철학적 질문이고 그 답 또한 개인 사유의 결과이기에 ‘본질’과 ‘가치’의 이해는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간’이라는 것은 바로 ‘거주하기(Dwelling)’라는 구체적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건축가뿐만 아닌 독일 실존철학자인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와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상학자인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 모리스 알박스(Mourice Halbwachs)같은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의 공감이다. 요약하면 건축은 거주(Dwelling)가 이루어지는 본질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고, 이러한 개념에서 본다면 건축이 왜 문화의 산물인지 이해할 수 있고, 문화이기 때문에 지역성이 있으며, 지역성이 있기에 스타일과 재료, 물성, 터, 환경 그리고 전통과 기억이라는 가치들을 이야기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상당히 광범위한 본질적 가치이지만 건축가로서 이러한 가치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구현할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장소성이 만들어지고, 그때 비로소 영향력 있는 건축이라는 공통적인 공감이 생길 것이라고 진교남 건축가는 힘주어 말한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광주 GIST도서관

 

건축은 책임과 도덕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 …

건축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실천하는 우리 시대의 건축가

 

진교남 부사장은 중견 건축가로서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의 사회와 문화적 역할에 대해 익히 고민하고 실천해온 건축가이다. 미국을 비롯해 스위스, 일본 등지에서 건축을 배우고 폭넓은 실무를 근간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수준 높은 설계와 건축기술을 펼쳐 보인다. 그 설계 업무의 수행 폭은 미술관, 호텔, 교회, 연수원, 연구소, 도서관은 물론 병원, 클럽하우스, 공장 등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건축가의 오랜 해외 경험치는 여러 문화의 건축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것은 그의 건축적 사고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이런 풍부한 경험의 흐름에서 비추어볼 때 건축가는 건축이 특정 공동체의 문화적 산물이라고 간주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대지, 환경, 기후, 자원, 기술, 역사, 정치 등 심지어는 국가적 감성마저 다르기 때문에 건축문화 역시 차이점도 있고 공통점도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이고 쌓여서 모든 건축적 사고와 행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건축의 스타일, 재료, 공법, 의미 심지어는 건축가라는 직업의 사회적 책임, 입지, 보수조차도 차이와 공통점은 있다는 것이다.

 



LG 사이언스파크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에서 전통건축이라 거론할 수 있는 ‘웨스턴 프레이밍 하우스(Western Framing House)’는 아주 단순한 경량 목구조 집을 일컫는 경우입니다. 미국의 경우, 개척시대에 광활한 들판에서 소수의 개척자가 주변에서 손쉽게 가공하여 단시간 내에 최소의 협업으로 지을 수 있는 집의 형태에서 발전했지만 한국의 목조가옥은 자연환경에 부단히 적응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사회와 생활의 구조에 맞추어 지속해서 긴 세월을 거쳐 발전한 집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식 목조와 한옥의 목조 건축은 시작 자체도 다르고 목조건축의 형태도 다르며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도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진교남 건축가는 엄연한 한국과 미국의 차이와 공통분모를 인식하고 지역적, 문화적 가치와 기준을 고민하는 사고를 통해 건축의 기본적 발상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과 모든 예술이라는 대상을 우리가 이해하고 그에 대한 어떠한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가 접하는 대상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공통적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그 대상과 우리 사이에 긴밀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면적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과 예술이 사회와 대중과 연결될 수 있는 무엇인가란 아마 시대적 정신에 입각한 그 사회 속의 새로운 이슈 혹은 개념이거나 그 사회의 문화 전반에서 공유되는 본질적인 가치들을 의문이든 각성이든 어떠한 방법으로 직면하는 것일 것입니다. 건축가들의 작업 과정에는 순수 예술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이 따릅니다. 모든 건축 작업에는 책임과 도덕성이라는 요구가 항상 있기 때문에 건축으로서 사회와 대중과의 교감은 양날을 가진 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건축은 사회와 대중에게 해결이 없는 미(美)만을 제시할 수도 없고, 미가 없는 해결만을 제시해서도 안 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일 건축이 이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진다면, 그것은 자칫 건축이 단순히 상품으로 그리고 경제적 가치만으로 존재하거나 혹은 감동과 미덕이 없는 하나의 기능성에 입각한 시설물로 간주하겠지요.” 건축 작업은 이러한 책임과 도덕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진교남 부사장은 언급한다.

우리 사회에서 건축가의 사회적 위치와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윤리적인 견해에 대한 질문에 진교남 부사장은 현시점에서 볼 때 건축가들이 사회와 문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나 영향력은 지난 40~50년 전과 비교하였을 때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세상 가치의 변화, 기술의 혁신에서부터 건축가가 추구하는 자신의 셀프 이미지와 건축 교육의 모순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평창동 주택

 

“전통적으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 자체가 잘 부각되지 않던 동양에 비해 유럽을 보면 잘 알 수 있듯 건축가는 사회와 문화를 끌고 나가는 위치에 있는 현실입니다. 서양문화를 되짚어보면, 한 인물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그 정당성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는 Idea와 Action의 문화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 사회는 건축을 문화로 이해하고 건축가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위임하고 존중하였습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서양의 건축가들은 항상 개혁의 흐름 속에 있었으며, 건축은 개혁의 실질적 결과물이었습니다.”

건축가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쉽지 않지만, 이제 현시대의 건축가는 건축과 건축가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역사에 비춰볼 때 현시대 건축가들의 사회와 문화 전반을 크게 보는 비전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직접 정치와 개혁의 리더 혹은 시발자가 되려는 노력과 실행은 과거 건축가(사)와 비교하여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인지도는 그간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오히려 더 높아졌다. 하지만 그는 건축가에 대한 사회의 인지도가 유행을 따르는(Fashionable) 문화 속 감초 같은 “디자이너”라는 막연한 입지가 현재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에서 건축가의 사회적 입지는 말 그대로 보기 좋은 달콤한 위치일 수는 있다. 자칫 진정한 건축문화의 정립이나 건축가의 역할이 정립되는 것과는 반대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고 진교남 부사장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본다.

 

사내에서 지속해서 건축 칼럼과 포럼을 펼쳐 보이는 진교남 부사장

 

베트남 하노이건축대학 강연 모습 <현대 환경 및 건축의 역할>

 

윈스턴 처칠은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로 건축문화가 우리의 삶에 주는 지대한 영향과 진중함을 지혜롭게 표현했다. "궁극적으로 건축을 하는 모든 행위는 사람에 관한 사고와 이해라고 생각하며, 공학적, 경제적, 정치 철학적 여러 전문지식의 프레임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사람에 관한 통찰이다”고 건축가 진교남은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공동주택의 또 다른 전형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되는 구기동 프로젝트의 값진 성과 역시 이러한 건축철학의 영감과 지식공유의 일환으로 그의 팀들과 빚어낸 긍정적인 결과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진교남 건축가가 설계부문의 부사장으로 몸담고 있는 간삼건축의 조직은 대형 설계 조직이지만 특유의 조직간 융합과 유연성을 통해 집단 지성을 실천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간삼건축의 조직 특성은 분야와 직위를 불문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소통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내부 조직 구성은 건축설계가 리드를 하지만 그 옆에는 조경설계 파트, 인테리어설계 파트, 도시계획 및 마스터플랜 파트, 컨설팅과 엔지니어링 파트, CM 파트와 같은 전문 서포트 조직들이 있다. 그 외 특수성을 가진 소규모의 리빙 모듈(ODM, Offsite Domicile Module)을 개발 생산하는 자회사 ㈜간삼생활디자인이 있으며, 설계 영역의 문화와 상업의 개발사업 기획을 하는 ㈜간삼기획(GBI)과 같은 다른 업역의 자회사들도 다양하게 공존한다. 간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벌어질 때 건축가들만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하기에 더 폭넓고 좋은 아이디어를 양산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업역의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건축 프로그램에 녹아 들고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주도하기도 한다. 건축 안에서만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건축 밖에서도 아이디어들이 들어올 수 있기에 더욱 창의적인 건축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명동성당 종합개발 현장을 둘러보는 진교남 부사장

 

시민의 문화와 정신을 담는 시민의 건축, 건축의 본질적 가치를 통해

시대에 필요한 시민의 정신을 담은 건축을 구현하고자 하는 올곧은 건축적 믿음

 

작금의 심각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와 지구환경의 위기 등 다변화되고 급변하는 건축 환경의 대응적 차원에서 진교남 부사장은 시민의 정신을 담은 건축 즉 Civic Architecture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지난 십여 년 이상 우리 도시의 건축에 중요한 화두가 되었던 이슈들은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친환경이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 근간에 공공성이 민주적이고 평등, 개방의 개념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넘어 시민의 문화와 정신을 보살피는(담는) 즉, ‘시민의 건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앞서 설명한 윈스턴 처칠의 표현처럼 진정성 있는 건축은 시민사회와 시민정신의 성숙함을 건축의 품격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그것이 다시 시민들의 높은 자긍심과 공동체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시민을 위한 건축은 지금 여러 갈래로 분열된 우리 사회의 혼란함 속에 강한 시민정신의 공감대와 결속력 그리고 전통과 문화를 조율해주는 기본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시민의 건축(Civic Architecture)은 시민정신, 즉 일반적 공공성을 넘어 지역사회와 문화를 이루는 특별한 의식과 감성을 품고 있는 시민의 장소와 건축물을 의미한다. ‘시빅 아키텍처(Civic Architecture)’와 ‘시빅 플레이스(Civic Place)’적 프로젝트는 국가나 지역 정부의 주도일 수도 있고 민간 기업이나 단체 혹은 개인일 수도 있다. 물론 건축 프로젝트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점을 맞추고 시민문화와 정신을 담는 건축을 구현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다. 시민의 문화와 정신을 담는 건축이란 쉽게 구현되지 않는다.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시민의 공감력이 성숙한 사회의 숭고한 이상을 담고, 더 높은 설계의 품격과 더 섬세한 건축의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시민 정신을 담는 시민을 위한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진교남 부사장은 시민의 건축(Civic Architecture)이 바로 설 때 우리 사회와 문화는 더욱 성숙해지고 이것은 우리의 건축과 도시를 더욱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명동성당 종합계획

 

 

현 시점의 친환경 건축은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의 변화라는 큰 틀에서

‘밀도’와 ‘위생’을 포함한 새로운 개념으로 기존의 모든 도시와 건축의 개념을 재고해야 할 때다.

 

친환경적인 건축 시각에 대해서는 1세대 친환경 이슈가 저탄소 배출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코로나19을 겪는 지금부터는 우리 삶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도시의 밀도 그리고 생활환경의 위생과 쾌적함을 포함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20세기 초반 폐렴이 창궐하고 전쟁과 산업 발전의 폐해가 일상이던 시대에 서구 세계의 건축과 도시계획은 이전에 있었던 모든 개념과 방식의 개혁이 절실했다. 당시의 발전된 기술과 유토피아적 이념이 접목된 새로운 도시와 건축환경은 ‘건강한 햇빛과, 건강한 공기, 그리고 효율과 기능성을 통한 ‘해방된 건축’이라는 새로운 건축 목표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건축문화의 시작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Architectural Modernism” (혹은 International Style Architecture)의 기본 개념 중 하나이며, 이 개념은 1920년대의 유럽에서부터 시작하여 House is a Machine for Living in,” “Modular and Standarized Production”, “Open air School, 그리고 Hygienic and Sanitary Building Material” 등의 여러 가지 건축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여겨지는 현대적 개념들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진교남 부사장은 과히 인류 건축문화의 한 시대를 개혁한 “Architectural Modernism” 의 경우와 같이, 현시점의 친환경 건축은 라이프스타일 변화라는 큰 틀에서 밀도와 위생을 포함한 새로운 개념으로 기존의 모든 도시와 건축 개념에 대한 재고의 혁신이 현시점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진교남 부사장은 건축이란 인간에 대한 학문이고, 그 사유를 통한 다양한 축조적 결과물들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추구하는 건축은 사람과 삶과 환경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항상 더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며 인문 중심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고와 대화의 폭이 넓고 풍부해지며 그 과정을 통해 건축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끊임없이 인문적인 사고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 건축가의 성장에는 그가 어떤 건축적 기조의 학교에 다녔으며 누구 밑에서 일을 배웠는가가 건축가로서의 사고를 세우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건축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이 두 개의 포지션이 건축가로서 성장 과정에서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년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교육을 받았다. 그가 받은 건축 교육은 “디자인의 기본 프레임을 사회, 문화, 경제, 기술, 예술, 심리 등 여러 분야를 시스템으로 고민하는 건축의 전형적인 Holistic Multi-discipinary 교육”이었다고 한다.

진교남 건축가의 30여년 건축 활동을 돌이켜 보는 중 그는 건축가의 교육과 그에게 영향을 준 여러 스승과 경험을 언급한다. 그 중 특히 고 이타미준 건축가가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준 스승이었다고 토로한다. 1991년부터 건축가 이타미준의 제자가 되면서 건축에서 재료가 가지는 물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표현의 방식, 그리고 건물이 발현하는 기운 등을 고민하는 사고는 이타미준 선생에게 배운 가장 값진 건축가로서의 습관이라고 밝힌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건축적 사고를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축은 정말로 끝없이 스스로 고민거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일입니다.“ 진교남 부사장은 그가 이야기하는 건축적 고민거리를 진교남 칼럼이라는 간삼 사내 세미나를 통하여 직원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수년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 해외로 떠나 줄곧 건축을 배워왔던 그 자신의 인생 역시 절반 이상을 해외 건축스튜디오에서 보냈고, 그 이후를 간삼건축에서 지난 10년간 활동했다. 간삼건축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국내의 대형 설계 사무소이다. 상대적으로 대형 설계 조직의 세분된 전문 조직 속에서 다수의 프로젝트 실무에 치중하다 보면, 건축적인 담론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은 감소한다. 이런 스스로 느끼는 위기감에서 변화하는 건축적 지식 습득과 건축적 사유를 하는 기회를 쌓기 위해 포럼 형태의 담론과 건축 칼럼을 지속해서 생산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인 진교남의 건축 칼럼은 일종의 건축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지속하려는 시도입니다. 제가 회사 내부에서 직원들과 건축적 고민과 지식을 공유하는 방법인 셈입니다. 각 칼럼의 주제는 저 스스로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서 고민 중인 건축 개념의 내용이나 건축적 이론과 사학에 관한 내용을 공유의 형태로 엮은 공유의 장인 셈이죠. 무엇보다도 궁극적인 목표는 지적 호기심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사유와 토론을 펼쳐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건이 허락되면 다른 환경도 되도록 많이 보고 다른 문화를 많이 접해야만 생각할 거리도 많아지고 경험과 생각도 더 다양해지게 마련입니다. 이에 부합해 간삼건축에서는 일정 기간에 걸쳐 임직원의 해외 견학과 장기간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건축이 사람에 관한 학문이다 보니 다방면의 넓은 지식과 여러 가지의 경험과 관심이 풍부할수록 건축적 사고가 더욱더 깊어지고 명확해진다는 건축가의 말이다.

 


강남 aloft 호텔​

 

 

건축가로 산다는 것은 직업보다는 삶과 환경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사고방식을 사회와 문화 속에 표현한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즉 건축가의 건축에 대한 생각과 믿음은 건물과 공간이라는 삶을 담은 결과물로 남기 때문에 본인의 사회적 책임감과 의무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고 고단한 상황 속에 스스로를 던지는 경우다. 대부분의 건축가는 자신이 하는 생각과 결과물이 만들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자긍심과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건축가는 가슴 속에 있는 열정의 촛불을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축가 스스로를 건축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더 좋은 생각들이 깊이 쌓아갈수록 건축의 성숙도는 높아진다. 그의 스승 이타미준 선생이 생전에 “건축가는 아무리 궁핍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곳에 가면 그곳의 최고 호텔에서 묵고 최고의 공연을 감상하고, 가장 유명한 음식을 먹고, 가장 가난한 빈민 소굴에 가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는 말을 머릿속으로 되뇐다. 건축가의 자부심, 의식과 눈을 가지고 많은 것을 경험해야만 세상의 기준점이 이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올바로 제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한없는 열정과 자존감을 통해 평생 건축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서 이어갈 것이다"라고 진교남 건축가는 당당히 밝힌다. 그가 강조하고 되뇌이는 말처럼 '촛불을 지켜가고자 하는 올곧은 건축 행보'는 이제 건축 본질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시대에 기록될 의미 있는 '좋은 건축'으로 남아 'GANSAM의 건축 아카이브'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ANN

 

인터뷰어_ 안정원 ‧ 김용삼 편집자

인터뷰_ 진교남 (주)간삼건축 부사장

진행_ 정진선 (주)간삼건축 홍보팀 수석

자료_ (주)간삼건축(사진 신경섭, 이승무, 남궁선, 김재경), 인물사진_ ANN(김현수)

 


>>건축가 진교남은 미국의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 대학(Virginia Ploytechnic & State University) 건축학과와

콜롬비아 대학원(Columbia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Architecture)을 졸업했다.

스위스, 일본, 미국에서 건축 실무를 쌓았으며 현재 간삼건축 부사장으로 몸담고 있다.

안정원‧김용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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