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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20>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집

등록일 2021년03월08일 10시0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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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20>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집, 건강한 집의 필수조건(Barometer)은 반드시 충족돼야

 


 

매일 2~4회 규칙적으로 환기를 시키는 집에 사는 사람은 한 번도 실내 공기를 바깥으로 빼내지 않고 지내는 사람에 비해 활동에너지 저하로 고통 받을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조사 결과가 있다. 일정한 주기로 창문을 열어 두고 사는 사람이 후두염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못한 곳에 사는 사람에 비해 25% 낮다는 결과도 있다. 이 모두가 신선한 공기로 가득 차 있어야할 집 안이 오염된 공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다.

실내 공기질은 우리의 건강과 웰빙을 위해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다. 공부를 하던 일을 하던 그 안에 있는 공기를 마시며 일상생활을 한다. 건물 안에서 낮 동안에는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휴식하며, 먹고 마신다. 집 안에서 밤에는 하루 중 1/3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해서 잠을 잔다. 이렇게 중요한 곳이 눈에 보이지도 맛으로 느끼지도 못하는 혼탁한 공기로 가득하다고 상상해 보라.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오염물질로 가득하다. 화장실은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 주방에는 가스레인지로부터 나오는 일산화탄소, 일반인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화학성분으로 가득한 청소용 액체와 분말에 노출되어 있다. 일산화탄소의 경우 도심지 가정에 대부분 공급되고 있는 도시가스에도 포함되어 있다. 매일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가스에서도 호흡 대사를 방해할 수 있는 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집 안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는 이산화탄소, 애완동물의 털, 비듬으로 인해 오염되어 있다.

이산화탄소는 우리가 호흡 할 때 우리 입에서 나오는 부산물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실내 공간에 한 참을 있다 보면 머리가 아프다거나 가슴이 답답했던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곳에 장시간 있다 보면 호흡이 커지고 어지럼증이 일어난다. 더 심할 경우 구토, 매스꺼움, 두통으로 고통 받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존재가 바로 이산화탄소다. 방 안은 침구 등에 붙어 있는 먼지, 집먼지 진드기가 떠다니고 있다.

이밖에도 라돈가스, 벽이나 바닥마감재 특히 접착제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과 같은 여러 가지 오염물질도 실내의 이산화탄소량을 높여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킨다. 오염된 실내 공기는 호흡기 감기, 비염, 아토피,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이런 오염물질들은 우리의 오감(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으로 감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도 있다. 일정 횟수 이상 환기하지 않으면 실내공기는 도로 위 배기가스 농도보다 10배 이상 더 오염될 수 있다고 한다. 도로 위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를 들이 마시는 것도 끔찍한데 10배 농도의 오염된 공기가 있는 실내에 머문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실내 공기질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신선한 공기를 최대한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오염된 실내 공기는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자연 환기(natural ventilation). 환기는 집 안의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꿔준다. 실내 환기에 신경 쓰지 않으면 실내 공기가 오염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우리 몸은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실내공기의 오염 속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몸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런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외부 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여 오염된 실내 공기를 정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 환경을 위해서는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건조하면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 너무 습하면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들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온도는 섭씨 18~22도, 습도는 40~60% 정도다. 냉·난방기를 조작해서 이런 조건을 어느 정도는 맞출 수도 있지만 100% 기계에 의존한다는 것이 왠지 꺼림직 한 것은 사실이다. 온도와 습도는 조절이 가능할지 몰라도 실내에 떠돌아다니는 오염된 공기를 집 밖으로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아무래도 자연환기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비교적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환기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창문이나 문을 열면 자연적으로 환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창문이나 문을 열어 놓기를 꺼려한다. 거의 1년 내내 난방과 냉방을 하기 때문이다. 북유럽 사람들의 40~60%는 실내 환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아마도 황사, 미세먼지와 같은 바깥 공기 오염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내 공기보다 바깥 공기가 더 심하게 오염되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창문 열기가 꺼림직 하다. 집 안에는 청정기가 돌면서 공기를 정화시키고 있는데 오히려 오염된 바깥 공기를 끌어들이게 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되니까. 공기 청정기 한 대가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은 얼마나 될지도 한 번 생각해보라.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실내 공기 오염이 바깥 공기 오염에 비해 실질적으로 우리들의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적절한 자연 환기는 건강에 피해를 주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집 자체도 보호되어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 건축가는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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