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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9>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안락하고 적정한 실내온도가 유지되는 집

등록일 2021년03월08일 10시0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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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9>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안락하고 적정한 실내온도가 유지되는 집, 건강한 집의 필수조건(Barometer)은 반드시 충족돼야

 

미국 수면의학회는 수면의 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얼마나 자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자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집이 갖추어야 할 요소는 공기질, 자연광, 온도다. 이 3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는 집에서는 최적의 수면이 가능하다. 특히 실내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공기질, 자연광이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숙면을 취하기 위해 중요하다.

 

<건강한 집에서는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벨룩스(VELUX) 그룹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82% 정도의 유럽 사람들은 겨울철에 집이 너무 춥다고 응답했다. 여름에 과도한 열로 인해 집이 더워지는 과열현상의 피해는 더 심각했다. 햇빛에 의한 과열로 인해 실내에서 더위를 경험한 사람들은 조사 대상자의 87%가 넘었다고 한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집. 이런 집은 건강하지 못하다. 집이 건강하지 못한데 그 안에 사는 사람의 건강 상태는 불 보듯 뻔하다.  

실내 온도가 적절하게 세팅되면 실내 환경이 쾌적하다. 적절한 실내 온도는 여름철에는 섭씨 24~26도, 겨울철은 섭씨 18~20도다. 이렇게 기준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적절하다고 느끼는 온도 차이는 다를 수 있다. 겨울철 침대 매트리스 위에 올려놓는 2인용 전기매트나 돌침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분리해서 온도조절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어떤가. 2인용이지만 온도조절이 반씩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왜 최근에 나오는 제품에는 이런 기능을 추가했을 것 같은가. 같은 침대에서 부부가 한 이불을 덥고 잠을 잔다하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쾌적한 온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온도조절이 분리 되어 있지 않을 때는 누구 한 사람은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더워서 온도를 내리자하고 아내는 추우니까 온도를 더 올리려 한다. 편안해야 할 잠자리가 온도 차이로 인해 불편했던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몸에 맞는 온도를 설정해 놓으면 열에 대한 쾌적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둘 다 만족스럽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의학적 기준에서 볼 때 실내 온도가 섭씨 12도 아래로 내려가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특히 심신이 약한 어른들은 신진대사가 줄어들면서 체온을 뺏기게 되어 위험한 상황까지 직면할 수도 있다. 12도 아래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심리적인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집에서 추위를 경험하고 있는 많은 유럽인들은 심각한 건강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지어지는 집들은 확실히 예전보다는 단열과 기밀에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에너지 기준이 계속 강화되어 어쩔 수 없이 기준을 맞춰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소비자의 요구 사항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반대로 온도가 높은 환경에 노출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도 여럿 있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열에 의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게 된다. 체내 온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열 충격(heat shock)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이다. 열 스트레스(heat stress)는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은 상당히 높다.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적 증거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 5일간 지속되면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11%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온도가 높아지면 심근경색 환자가 20% 늘어난다는 미국심장학회의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피로, 짜증, 현기증, 호흡곤란은 여름철 더운 날씨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이런 증상은 주로 높은 열 때문에 생긴다. 고열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혈액 내 염증 물질이 증가시키다. 우리 몸은 추운 기운(寒氣)보다는 열기에 더 쉽게 적응한다고 한다. 따라서 열 스트레스는 단순히 온도 레벨의 문제가 아니다. 열 스트레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적정 이상의 온도에 노출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이 열에 대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열 쾌적성(thermal comfort)은 신체가 느끼는 불쾌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과도한 열(overheating)로 인한 불쾌감, 한기(寒氣)로 인한 불쾌감을 줄이면 열 쾌적성은 높아지게 된다. 집이 불쾌감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그 안에 사는 사람은 그만큼 쾌적하게 살 수 있게 된다.

집 내부로 과도한 열이 들어와 데워지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 시킨다. 우선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우리 몸은 차지도 덥지도 않은 최적화된 온도에 잘 적응하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을 경우, 회사에서는 업무 생산성이 학교에서는 학습 능력이 15% 정도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집은 내부의 공기온도, 습도, 기류, 공기의 신선함의 정도에 따라 쾌적성이 결정된다. 이 중에서 열 환경은 우리 몸이 즉각적인 반응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새집을 지을 때 과열(overheating)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벨룩스(VELUX) 그룹에 따르면 건물에 나타나는 과열 현상은 최근에 지어지는 신축 저에너지 빌딩, 리모델링 에너지 빌딩 그리고 북유럽에서 주로 목격된다고 한다. 에너지 빌딩이기 때문에 자연환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의해 지구 전체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도 건물이 과열되는 이유다.

집 내부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기도 필요하지만 햇빛에 의한 열을 적절하게 차단시켜야 한다. 집의 벽과 지붕은 단열이나 마감재를 통해 대부분의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 문제는 창문을 구성하고 있는 유리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유리를 통해 햇빛의 열이 실내에 그대로 유입된다. 따라서 햇빛을 차단하는 가림막을 창문 외부에 설치하거나 자외선 차단 효과가 뛰어난 유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연광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 못 이해하고 활용하면 혜택만큼이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연광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집짓기에 잘 활용한다면 건강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을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 건축가는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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