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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8>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자연광과 수면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한 집의 필수조건(Barometer)은 반드시 충족돼야

등록일 2021년03월04일 09시5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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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8>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자연광과 수면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한 집의 필수조건(Barometer)은 반드시 충족돼야

 


 

벨룩스(VELUX) 그룹은 2016년 유럽의 12개 국 12,0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한 집이 갖추어야 할 조건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의 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의 77%는 최적화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82%는 겨울철에 추위를 느낄 정도의 방에서 생활한고 답했고, 여름에 집이 너무 덥다고 답한 유럽인들도 무려 87%나 된다고 한다. 이 결과는 여전히 많은 유럽인들이 쾌적하지 못한 집에 거주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로 고통 받고 있다는 증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연구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거주자가 느끼는 건강은 자연광(햇빛)이나 실내 환기와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킬수록 실내에 자연광이 풍부한 집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그렇지 못한 환경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나은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공기, 온도, 빛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 실내에서 오염된 공기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국제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Indoor Environment and Health)에 실린 논문 ‘침실 내 공기가 수면과 업무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침실 내 공기 오염도에 따라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실험을 통해 침실 안에서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낮아질 때 비로소 실내 공기 질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기 질이 좋으면 수면의 질도 높아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숙면을 취한 사람들은 집중력, 이성적인 생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향상된 것이다.

침실 내 공기의 온도도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 실내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는 창문을 닫는다. 창문을 열면 침실 내 공기가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차가워진 공기 온도를 높이려면 그 만큼의 난방 에너지가 소모된다. 실내 문이나 창문을 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이다. 이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환기 횟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반드시 필요한 환기 횟수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실내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2,500ppm까지 높아지게 된다. 2,500ppm은 우리나라 실내 공기질 관리기준이 1,000ppm인 걸 감안하면 2.5배에 해당하는 꽤나 높은 수치다.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1,500ppm부터라고 한다. 따라서 기준보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더라도 바로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침부터 오래 동안 잠을 잤더라도 밤에 몇 시간 자고 일어났을 때만큼 몸이 개운하지 못했던 경험을 한번 쯤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 몸의 온도와 혈관 내 멜라토닌(melatonin) 성분은 수면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 예일대학교의 에어런 러너는 연구팀과 함께 멜라토닌이 증가하면 잠이 잘 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멜라토닌은 일몰과 함께 생성이 증가하는 반면 새벽이 되면 중단된다. 전등을 켜 놓은 채 잠을 청해본 일이 있는가? 피곤해서 침대에 들어갔지만 그 빛 때문에 쉽게 잠을 청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능한 어두운 밤에 잠을 자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라질 연구팀은 낮과 밤의 주기를 따르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40분 일찍 잠이 들었고, 잠을 30분이나 더 길게 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전등과 같은 인공적인 빛과 달리 자연광이 부족하면 수면 문제를 일으킨다. 언짢은 기분을 내는 것도 자연광이 부족한 탓이다. 스웨덴에서 실시한 연구 조사결과도 이를 잘 뒷받침 해준다. 매일 추가로 30분 일광에 노출된 그룹의 사람들은 잠을 잘 못자고 기분이 나빠지는 위험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33%정도 더 낮다고 한다. 

일본인 의사 우쓰노미야 미쓰아키는 “일광욕으로 햇볕을 듬뿍 쬐면 의사도 약도 필요 없다”고 강조할 정도로 자연광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연광을 통해 나오는 자외선은 뇌기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비타민 D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자연광은 수면장애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얘기한다. 자연광을 쬐지 않으면 수면호르몬이라고도 하는 멜라토닌 성분이 혈관 내에 적어져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흐린 날에는 왠지 몸도 찌뿌듯하고 마음이 싱숭생숭 안정적이지 못한 것도 자연광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광이 잘 들어오는 밝은 집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대부분의 집들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광이 내리쬐는 대낮에도 실내등을 켜고 실내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벽에 뚫려 있는 창문으로 빛을 깊숙이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넓은 창문을 설치했다 할지라도 해의 위치는 일정하기 때문에 실내 깊숙이 햇빛이 들어오게 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 도심지 주택단지에 있는 집의 경우는 사방으로 둘러싸인 집 때문에 효과는 반감되기 십상이다. 흐린 날에는 인공조명을 켜지 않으면 물건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실내가 어두운 집도 많이 있다. 햇빛을 실내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여 밝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집은 불가능한 것일까?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 건축가는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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