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6>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건강한 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에서 집의 의미를 찾아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완벽한 웰빙의 상태’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육체적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안락함과 같은 정신적 웰빙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건강한 집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인 웰빙을 제공해 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증명된다. 웰빙(well-being)은 ‘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나 행동’을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웰빙을 통해서 몸과 마음의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웰빙 관련 상품들이 상당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집이 거주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려면 다양한 웰빙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연구진의 유럽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집은 적절한 온도, 채광, 공기질 같은 기본적인 조건 이상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 요소들을 정리하면 총 10개로 압축된다. 이들 요소들은 ‘감성적 웰빙’ ‘기능적 웰빙’ ‘웰빙을 위한 공간’이라는 카테고리에 따라 아래 <표 1>과 같이 분류된다.
1)감성적 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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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능적 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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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웰빙을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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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애착
실내 환경
이웃
일광(daylight)
수면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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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 상태
에너지 소비
습도
열의 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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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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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건강한 집이 갖추어야 요소
연구결과를 분석한 연구팀은 집의 크기 즉 사이즈는 감성적, 기능적 웰빙에 속한 다른 9가지 요소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내가 머무는 공간의 크기는 평안함과 행복을 제공하는데 그다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지역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중해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집에 대한 만족도는 집의 크기와 리노베이션 상태에 달려있다고 한다. 동유럽에서는 실내 환경이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조사됐다.
나머지 감성적 웰빙과 기능적 웰빙은 건강한 집이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집짓기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이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위에서 나열된 10가지 항목을 비교해보면 많은 도움이 되지 싶다. 아마도 내 생각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집은 웰빙과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지. 아니면 웰빙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지표 말이다.
최근 들어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소비를 줄이자는 분위기가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다. 지구를 아프게 만드는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대기를 오염시키는 이산화탄소(CO2)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만 해도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환경변화연구소(Environmental Change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건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로(zero)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의 강력한 법률적 조치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국은 건물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량이 전체 산업에서 배출되는 양의 44%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도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공간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건물부문에서 소비된 에너지양이 25%를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서 아직은 수치가 적지만 여전히 신경을 써야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건물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냉·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로부터 기인된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와 건물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물에서 냉·난방을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해 실제로 건물에 적용하는 등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건물(sustainable building)’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요즘 집을 짓겠다고 하는 예비건축주들이 예전과 비교해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묻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 저에너지주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난다.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우려가 되기도 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만 온통 관심을 갖다보면 자칫 지속가능한 건물로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사실 지속가능성의 최종 목적은 건강한 거주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다. 에너지 소비에만 초점을 맞춰 집짓기에 접근하면 건강, 웰빙에 대한 부분은 놓치기 쉽다. 따라서 행복한 집짓기를 위해서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즉 밸런스를 끝까지 유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집에서 에너지를 덜 사용하려면 먼저 단열성능을 높여야 한다.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능이 우수한 단열재를 사용해야한다. 단열재는 ‘보온을 하거나 열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재료다. 겨울철에는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시키고 여름철에는 외부 열을 차단해서 실내가 덥지 않도록 사용하는 재료가 바로 단열재다. 기밀성능을 높이면 역시 집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기밀은 ‘새지 않게 틈을 막는 것’이다. 외벽과 지붕에 있는 모든 틈을 틀어막아야 기밀성능이 높아진다. 벽과 지붕에 틈이나 구멍이 없이 단열재를 시공하면 집의 단열과 기밀성능은 아주 높아진다. 창문이 없다면 거의 완벽한 단열과 기밀성능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창문이 없는 집은 상상할 수 없다.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찐빵에서 맛을 내는 앙꼬가 중요하듯 집에서는 창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이렇듯 단열과 기밀을 높이고 에너지 성능이 좋은 창문을 사용하면 전체적인 집의 에너지 성능은 일반적으로 지어지는 집에 비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단열과 기밀성능을 높이는 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자칫 거주자의 건강, 웰빙, 안락함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에서는 환기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환기가 되지 않으면 거주자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집은 거주자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거주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에너지 가치와 관계없이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안락함과 신선한 공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거주자에게 건강과 웰빙 그리고 안락함을 제공해주는 건강한 집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집이 인간의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최근 몇 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심각할 정도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200만 명이 넘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적절한 환기도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데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감성적 웰빙의 관점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항목은 '자연광(daylight)'과 '수면의 질(quality of sleep)'이다.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1년 내내 자연광(일광)이 풍부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북유럽 국가 사람들이 자연광에 광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듯 반대로 그들이 우리들을 볼 때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낯 설은 풍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면 우리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눈 만 보일정도로 얼굴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그것도 부족해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좋다는 모자를 쓰고 얼굴에는 썬크림을 바르고 다닌다. 하지만 북유럽사람들은 온 몸으로 햇빛을 쬐려고 하고, 우리는 햇빛이 우리 몸에 닿지 못하도록 차단하려고 한다. 빛을 가리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엘엔 화이트는 “자연광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훌륭한 치료자중 하나”라며 “집안에 있는 모든 실은 건강한 햇살을 받아들이고, 신선한 공기 역시 끌어 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광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다한 노출로 피부암이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일부 사람들은 자연광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시간 동안 피부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거나 태우지만 안는다면 오히려 피부를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자연광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국 태생의 간호사 나이팅게일도 그녀의 저서 ≪간호 노트≫에서 집안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 공기, 물, 청결 등을 언급하면서 자연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좋은 병원을 지으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좋은 집을 지으면 됩니다.” 그 당시 나이팅게일은 ‘좋은 집’이 충분히 병원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은 몸과 마음이 활기가 넘칠 때 가능하다. 건강한 집이 제공하는 좋은 거주 환경을 통해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활기 찬 삶을 살 수 있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 건축가는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