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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5>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원천 ‘집’,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에서 집의 의미를 찾아보다.

등록일 2021년02월19일 09시0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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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5> 건강한 집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원천 ‘집’,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에서 집의 의미를 찾아보다.

 

사람들은 일생을 사는 동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기를 늘 소망한다. 집은 사람들이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긴장, 불안, 공포, 무기력, 우울, 슬픔, 분노는 불편함 때문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감정들이다. 건물이 주는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은 온갖 해로운 감정들에 휩싸여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나도 건물 내부에서 이런 해로운 감정들을 느낀 적이 있다. 2006년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었을 때의 일이다. 유대인 박물관의 ‘홀로코스트 타워’ 내부를 둘러보다가 나는 갑자기 찾아온 공포와 긴장감을 경험했었다. 그 방의 기억을 조금 떠올려보면 높이 24미터가 넘는 벽으로 사방이 막혀 있었고, 조명이 없어 어두운 공간에 천장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에서 약간의 빛만 볼 수 있는 그런 방이었다. 그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박물관 안내요원은 외부에서 문을 닫고 몇 분간 그 방 안에서 머무르게 한다. 이 방을 유대인이 겪었던 비슷한 분위기를 그 방에서 직접 느껴보라는 의도에서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었다. 그 어두운 공간에 홀로 서서 하염없이 천장에 새어 들어온 한 줄기 희미한 빛만 바라보았던 기억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사진> 독일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홀로코스트 타워 내부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하고 경험해보라고 인위적으로 기획한 건물에서의 경험은 그렇다 치지만,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집 내부가 의도하지 않게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환경을 갖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걱정이 앞선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애초부터 잘못 기획된 집의 환경은 불편한 감정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런 감정들은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몸과 마음이 여유로우면 일상에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긴장을 풀고 편안히 쉴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될 때 그 안에 사는 사람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적인 삶의 원천은 ‘인간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도전’이 삶의 원천이라고도 말한다. ‘희망’이나 ‘산’이 삶의 원천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삶의 모양새가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삶의 기준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원천이 ‘집’이라고 믿고 싶다. 더 나아가 건강한 집은 몸과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까지는 치유될 수 있는 ‘자연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한해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쁜 공기가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은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집안에서 생기는 나쁜 공기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아니 오히려 대기오염으로부터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곳은 ‘건물의 내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내 집안 곳곳에 오염된 공기가 퍼져 있다고 생각해보라! 집안에서까지 마스크를 끼고 생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신선한 공기는 몸을 회복시켜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집안에 있는 오염된 공기는 바깥으로 내보내고 집밖의 신선한 공기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선순환 과정을 통하면 몸은 좋은 쪽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덴마크에서 실제로 체험했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기도 전인 2015년 초봄이었다. 나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내에 있는 독특한 에너지 빌딩(Green Lighthouse)을 둘러보고 있었다. 3층 규모의 원형 건물은 학생에게 컨설팅을 제공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혀있었고 내부는 따뜻했다. 30분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3층에 있는 자그마한 세미나 실에 올라가 건물에 대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시작 후 20분쯤 지났을 때 나는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시차 적응이 안돼서 그런가보다 하고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설명을 듣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머리가 시원해지면서 답답한 가슴도 이내 풀어졌다. 역시 시차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 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건물에는 별도의 기계 환기 장치가 없다. 따라서 창문이 닫혀 있는 동안 실내 공기는 점점 탁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10여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세미나 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니 사람과 빔 프로젝터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실내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졌던 것이다. 사람이 일정 농도 이상의 이산화탄소에 노출되면 피곤을 느끼기도 하고 두통을 동반하기도 하는 등 사람의 몸에 피해를 입힌다. 참고로 실내에 퍼져있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까운 일본에서도 주택법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1,000ppm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기준을 정하고 있다.

코펜하겐 대학교 건물 안에서 머리가 아프고 답답했던 가슴이 갑자기 시원해졌던 이유는 창문이 열리고 자연 환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환기를 통해 바깥의 신선한 공기가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밀어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내려갔던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측정기계 장치가 없으면 농도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몸에서 반응을 할 때까지는 모르고 그냥 지나갈 때가 많은 것이다. 코펜하겐 대학교의 그린 라이트하우스는 실내 공기 오염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이상이 될 경우 창문에 연결된 센서를 작동시켜 창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자연 환기를 시킨다.

 



<사진> 코펜하겐 대학교 그린 라이트하우스(Green Lighthouse)

 

집이 건강하지 못하면 그 안에 사는 거주자도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만약 거주자가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건강한 집짓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좋은 집은 거주자가 평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집은 이러한 삶의 가치와 정 반대로 흘러간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거주자의 개인적인 성향과 풍부한 경험은 그들이 어떻게 공간을 느끼며 판단할지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나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는 말이 있듯이, 주변에서 아무리 좋다고 얘기해도 사용자가 경험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집짓기를 시작할 때 예산, 경험부족, 개인적으로 삶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성향 때문에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부분이 실내 환경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안락하려면 건강한 집에 살아야 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뒷전으로 밀리다보니 겉만 번지르르한 집이 되고 만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 건축가는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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