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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3> 단독주택, 로망과 실제는 다르다!

건강한 집은 내부에서 판가름 난다, 외부보다는 내부에 치중하자!

등록일 2021년02월15일 09시1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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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3> 단독주택, 로망과 실제는 다르다!

건강한 집은 내부에서 판가름 난다, 외부보다는 내부에 치중하자!

 


 

생활 방식으로서의 가치를 말할 때 대게 아파트는 ‘공유의 가치’를, 단독주택은 ‘독립적 가치’를 각각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는 여러 세대가 하나의 건물 안에 거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 세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거주하기 편리하다지만 이웃 간의 소통이 어렵고 3면이 막혀 있는 답답한 구조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해서 거주자들 간의 소통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해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반면 단독주택은 단독으로 세대를 구성하고 있으니 독립성만큼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도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축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독주택으로 쉽게 터전을 옮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공유 가치와 편리함 그리고 단독주택의 독립적 가치와 합리적인 가격을 결합한 ‘새로운 주거형태’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주거단지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도 아니고 단독주택도 아닌 ‘테라스 하우스’ ‘타운하우스(town house)’로 불리는 단지들이 그것이다. 타운하우스는 3층 이하의 주택이 한 건물에 수평으로 연속해서 붙어있는 형태의 공동주택이다. 이들 타운하우스에서 예비건축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든 홍보책자를 보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핵심 단어들이 있다. 그것들을 살펴보면 대게는 이렇다. 도심 속 자연환경, 편리한 교통망, 쾌적한 주거환경, 옥상정원 등등. 심지어는 ‘야외 테라스에 승부를 겁시다!’라는 문구도 등장하고 있다. 주택의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유럽의 나라이름, 즉 ‘스위스 마을’ ‘독일마을’ ‘프랑스 마을’을 가지고 단지 콘셉트를 만들어 마케팅을 하는 곳도 여럿 있다. 눈을 씻고 봐도 ‘집의 가치’ ‘삶의 가치’에 대한 얘기는 없다. 모두 외부적인 요소에만 초점이 쏠려 있다.

집은 사는 사람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다고 한다. 그릇은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가치 있는 물건을 담고 있으면 그 그릇의 가치도 자연스레 올라가지 않겠는가.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평온함, 안락함, 행복이 어디에서부터 나올까? 집짓기를 결정하고 설계도를 작성하고 시공해서 입주할 때까지는 많은 생각의 단계를 거친다. 설계단계에서는 집을 배치하고, 외부 형태를 잡고, 필요에 따라 실내 공간을 구획하며, 마당과 실내의 연계를 고민하고, 전체 실내외 마감 재료를 선정한다. 시공은 완성된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필요에 따라 상호 합의하에 변경도 이루어진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가장 소홀이 여겨지는 부분은 바로 실내 거주환경에 대한 고민과 배려다.

하루 중 우리들의 생활 패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하루 중 10% 정도의 시간만 외부에서 보낸다고 한다. 따라서 외부보다는 실내 환경이 그 곳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신선한 공기로 가득해야 할 실내가 먼지, 곰팡이, 애완동물의 비듬과 같은 오염물질이 대신하고 있다면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안타깝게도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외적인 환경에 시간과 돈을 더 많이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다. 황사, 미세먼지, 오존지수는 우리가 집 밖으로 나갈 때 항상 신경 쓰이는 대표적인 요소들이다. 바깥 공기가 좋지 않다는 뉴스 보도라도 있는 날에는 신경을 바짝 써서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정작 실내 공기에 대해서는 무덤덤하다. 실내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신경 써야할 오염 요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요소들은 실내 공기질(indoor air quality)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실내 공기질이 나빠지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실내 환경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미국 폐 학회(American Lung Association)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 1,700만 명이 천식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천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요 원인은 집 내부의 공기질이 취약한 실내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려면 건강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 건강한 집에서 사는 사람은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평온하고 안락하며 행복하게 삶을 누릴 수 있는 확률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높다.

건강한 집, 특히 공기질이 좋은 실내 환경을 가진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할까?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건물에 대한 에너지법이 대폭 강화되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시간이 갈수록 더 엄격해지고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높아진 에너지법에 적합한 집을 짓기 위해서는 대게 단열을 강화하고 기밀성을 높이는 시공을 한다. 기밀성능은 집의 외부와 내부의 공기 흐름을 완전히 차단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사방이 막힌 비닐하우스는 내부와 외부의 공기가 차단되어 내부에서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안에서 계속 있으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올라가고 공기가 혼탁해지면 머리까지 아파온다.

집도 마찬가지로 외부와 내부의 공기가 차단되면 실내 공기질이 나빠진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다. 창문을 열면 환기는 된다. 그러나 환기되는 만큼 에너지가 손실되니까 에너지를 중시하는 집에서는 문제가 된다. 여름철에는 에어컨으로 식힌 차가운 공기,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데워진 따뜻한 공기가 열린 창문을 통해서 빠져 나가게 된다. 더워진 공기를 다시 차갑게, 차가원진 공기를 다시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냉·난방기를 각각 더 가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환기도 시키고 그로 인한 열손실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가 열회수 환기장치(hear recovery ventilation)다. 이 기계장치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자연환기 방법이 아니라 기계에 설치되어 있는 필터를 통해 실내에서 오염된 공기를 걸러주고 열은 다시 회수해서 실내로 돌려보낸다. 필터가 공기를 걸러주기 때문에 필터의 성능이 상당히 중요하다. 걸러진 공기는 집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체에 설치된 배관을 통해 각 실로 전달된다. 오래된 배관의 경우 여러 가지 이물질이 끼어 있을지 모를 상황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오염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내 공기질은 집이 어떤 재료로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건축 재료에는 대게 휘발성 유기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이나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독성 화합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화합물질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카펫, 페인트, 시트지, 주방가구에 쓰이는 파티클보드, 건축용 접착제 등에서 검출된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_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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