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민정이 선사하는 <바람의 자리 Hues of the Wind>의 진한 여운
철거된 한옥의 고목재와 한옥과 관련된 재료들로 제작, 한옥에서 경험한 기억을 조각과 비디오를 통해 표현해, 한옥의 한 부분이었을 고목재들과 한옥의 풍경을 재해석한 영상이 모여 새로운 바람의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바람을 그리다 Draw the wind, 2020, video sculpture, LED monitor(10inch), Hanok wood, loop(00_01_30), 28x57x8cm
금민정 개인전 <바람의 자리 Hues of the Wind>가 11월 19일부터 12월 20일까지 서울 마포 스페이스 소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옥의 건축적 요소와 한옥의 풍경을 소재로한 비디오-조각 신작 9점을 소개하는 스페이스 소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금민정은 공간을 다룬다. 작가는 자신이 감각하고 교감하며 경험한 장소와 사물들에서 공간을 발견하고, 여기에 상상을 더하여 관객 앞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그 공간’을 비디오-설치와 비디오-조각이라는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19년 개인전 에서는 제주도에서 마주한 숲과 바다에 대한 작가 자신 그리고 타인의 감정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이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영상 속 풍경의 움직임을 만들고 숯, 나무 조각과 결합시킨 비디오-조각과 비디오 작품을 선보였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은 인간을 학습시키는 기능을 컴퓨터에 실현시키고자 하는 기술 및 기법이다. 즉 사람이 학습하듯이 컴퓨터에도 데이터들을 줘서 학습하게 함으로써 컴퓨터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분야이다.
이번 <바람의 자리 Hues of the Wind>에서 작가는 한옥에서 머무르며 발견한 한옥의 구조적 특징과 한옥 주변의 풍경을 관찰하여 그만의 새로운 조형을 발견하고 만들었다. 그는 한옥에서 바람을 촉각적이 아닌 시각적으로 경험하였다고 말한다. 한옥의 벽에 흩날리는 버드나무의 그림자, 창살로 비치는 햇살과 같은 바람이 만든 이미지를 포착한다. 작가는 객관적이기 보다는 서정적이고 심리적으로 한옥의 건축적 요소, 한옥과 어우러진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그는 감정의 종류와 깊이를 파악하고자 한다. 한옥의 공간적 특징을 인식한 뒤 다시 그 시대적 배경을 찾아보며 그 곳에 머물렀던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감정을 상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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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빛 덩어리인 비디오라는 매체는 스스로 넘어서야 할 물성입니다. 때론 그것이 가진 사각 프레임을 흩뜨리고 싶고, 구겨버리고 싶고, 그것들을 포개어서 그것들의 발광을 숨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작가 김민정은 이런 감정들을 전자 신호화하여 영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알고리즘에 입력된 감정값(슬픔, 우울, 연민, 경탄, 놀라움 등)은 원래의 이미지를 뒤틀거나 흐릿하게 만들고 혹은 길게 늘어트리는 등 새로운 형상으로 변형시킨다. 주관적인 감정이 코드화되어 입력값에 따라 만들어진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 속 풍경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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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작은 철거된 한옥의 고목재와 한옥과 관련된 재료들로 제작되었다. <담 넘어, 12개의 풍경 Beyond the wall, 12 scenery>는 한옥에서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기둥과 기둥사이를 건너지르는 대들보로 만든 작품이다. 대들보에서 원래 문이 있었던 틈 사이에 12개의 기와 풍경을 담은 영상이 놓여있다. 밑 부분은 대들보의 일부분이 3m가 넘는 나무를 받쳐 올려 들고 있다. 불안한 듯 서있는 구조이지만 12개의 모니터의 영상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워 대조적인듯 조화를 이룬다. 원래의 쓰임과 역할을 하지 못할지라도 그의 감수성과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의 결 그리고 감정값이 반영된 한옥의 풍경은 치유와 휴식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가의 집_바람 그림자 Painter’s house_shadow of the wind, 2020, cashbox, LED monitor(17inch), loop (00_01_00), 35x40x15cm
<화가의 집_바람 그림자 Painter’s house_shadow of the wind>는 한옥에서 머물며 우연히 보게 된 오브제인 돈궤를 작업으로 가져온다. 돈궤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풍경은 한옥의 내부와 외부의 모습으로 한 화면에서 재생된다. 돈궤를 문처럼 세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돈궤의 덮개를 경계로 전혀 다른 한옥의 공간이 전개된다. 마룻바닥의 모습을 촬영한 흑백 영상과 나무 그림자가 떨어지는 바깥의 모습으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건을 돈궤를 매개로 병치하여 두 장면의 관계를 연상하도록 한다.
이렇듯 작가는 한옥에서 경험한 기억을 조각과 비디오를 통해 표현한다. 한옥의 한 부분이었을 고목재들과 한옥의 풍경을 재해석한 영상이 모여 새로운 바람의 풍경을 만든다. 바닥으로 드리우는 그림자, 창살이 닫히는 모습,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같이 그가 느낀 바람이 머물고 만들어낸 자리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최재훈 영화평론가는 금민정 작가의 전시에 즈음해 “이전에는 기록되는 역사와 역사 속의 기억을 담았다면, 지금은 공간에 오롯이 남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그 기억에 담긴 표정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론한다.
작가 금민정은 (관훈갤러리, 2007), 2009년 (금호미술관, 2007), <숨쉬는 벽_Abstract Breathing>(문화역서울 284, 2013), <격.벽>(갤러리 세줄, 2014), <미술관의 벽>(국립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월, 2016), (스페이스 소, 2017), (노블레스 컬렉션, 2019) 등 15회의 개인전과 <창원조각 비엔날레, 비조각: 가볍거나 유연하거나 >(용지공원&성산아트홀,2020), <금강자연비엔날레, 新-석기시대-또다른 조우>(연미산 자연미술공원, 2020), <밤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스페이스 소, 2019), <16번의 태양과 69개의 눈>(금호미술관, 2019), <아시아 예술이 묻는다>(대구예술발전소, 201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상현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6),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경남도립미술관, 2016), <길 위의 공간>(JCC아트센터, 2015), <세마 미디어 살롱>(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2015), (크레이아크 김해미술관, 2014), <아트피스, 예술로 힐링하는 법>(금호미술관, 2013), <탄생-Birth>(양평군립미술관, 2012), <이미지의 틈>(서울시립미술관, 2010), <풍경의 재구성>(제주도립미술관, 2010), <랜덤 액서스>(백남준 아트센터, 2010)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JCC아트센터,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 국립과천과학관, 쌤소나이트코리아㈜, KAIST 경영대학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ANN
금민정 작가
자료_ 갤러리 소
전시명: <바람의 자리 Hues of the Wind>, 참여작가: 금민정, 전시기간: 2020년 11월 19일(목) ~ 12월 20일(일), 전시장르: 비디오, 조각, 전시장소: 스페이스 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17길 37,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월요일 휴관),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예비전속작가제, 협찬: 락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