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Meier & Partners Architects LLP
백색 건축을 통한 생명력 있는 건축을 구현한 리차드 마이어
“나의 명상은 본질적으로 공간과 형태와 빛,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며, 건축에도 감성과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현실적으로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자연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은 백색이며, 항상 빛에 의해 전해지고 변화된다. 하늘과 구름, 태양과 달처럼 백색은 순결의 상징으로 존재하며, 다른 색에 비해 절대성에서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백색을 좋아한다.” 백색건축(white architecture)의 예찬론자이자 백색건축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세계적인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는 대지와의 관계성, 기하학적 해결과 구조의 독립성, 건물의 콘텍스트와 명확한 프로그램, 선명한 동선과 대칭적 수직 동선 처리, 건축의 요소들, 형상과 배경, 솔리드와 보이드의 대비 등의 원칙을 통해 논리적이며 완성도 높은 건축을 선보였다.
로버트 벤츄리(Robert Venturi), 케빈 로쉬(Kevin Roche),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제3세대 건축가로 손꼽히는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는 피터 아이젠만, 마이클 그레이브스, 찰스 과쓰메이, 존 헤이덕 등과 함께 1970년대 초 르 꼬르뷔제의 영향을 받은 뉴욕의 진보적인 건축가 그룹인 ‘뉴욕 파이브(New york 5)’의 멤버로 활동하였으며, 1960년대의 스미스 하우스(Smith House)와 더그라스 하우스(Douglas House), 1970년대의 브롱스에 있는 재활센터(Bronx Developmental Center). 1980년대 이후 프랑크푸르트의 장식미술관(Museum of Decorative Arts, 1979~1984)과 애틀랜타의 하이뮤지엄(High Museum of Arts, 1980~1983),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1987~1995), TV 라디오 뮤지엄(The Museum of Television & Radio, 1994~1996)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리차드 마이어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장식미술관(1979)은 당시 로버트 벤츄리, 한스 홀라인과 함께 겨룬 지명 설계경기를 통해 당선된 것이다. 건물은 1800년경에 건축된 기존의 메출러가 저택을 에워싼 신축 건물을 계획하면서 옛 양식을 흉내 내지 않고, 기존 빌라의 건축 스케일을 고려해 건물에 적용하였고, 장소적 특성을 고려한 조형미, 백색 금속패널 마감 등을 조화롭게 표현한 점 등이 높이 평가된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하이뮤지엄은 리차드 마이어에게 미국건축가협회(AIA)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수상하게 만든 작품으로 전시공간이 대공간으로부터 안쪽으로 감싸고 있는 형식을 통해 완벽함과 순백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백색건축의 표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의 브렌우드 언덕에 지어진 게티센터(1997년 개관)는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과 같이 21세기 문화의 아크로폴리스라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석유재벌 폴 게티(J. Paul Getty, 1893~1976)가 수집한 컬렉션과 막대한 기금을 통해 새로운 뮤지엄 콤플렉스 건립을 위해 지어진 게티센터는 고전적인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자연광의 반사에 의해 형태가 돋보이는 지중해의 전통을 담아내고 있다. 건물은 약 3만 평의 대지 위에 중정을 중심으로 6개의 건물이 나누어지고 하나의 거대한 뮤지엄군을 형성한다. 뮤지엄은 물론 정보연구, 미술품의 복원 및 보존과학연구소, 예술교육센터, 게티 장학금 프로그램, 미술사와 인문과학연구센터 등의 기능을 갖춘 6개의 건물은 여러 개의 축 방향으로 분산 배치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특징적이다. 리차드 마이어는 게티센터를 통해 자신의 건축원리를 종합하였고 유럽의 전통과 미국의 감성을 융합시킴으로써 백색건축의 완성미를 다시 한 번 여실히 입증하였다. 장식미술관과 하이뮤지엄, 게티센터를 통해 축적된 백색건축의 경험은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을 통해 콘텍스트를 해석한 역사와 혁신, 신구의 조화로움을 추구하고 자연광의 유입을 통해 건물의 개방성을 높여 더욱 간결하게 백색건축을 구현하였다.
“모든 자연색 내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색이 백색이며 백색은 완벽함과 순수함, 명료함의 상징인 동시에 가장 인상적인 색채다”라고 밝힌 바 있는 리차드 마이어는 “백색을 통해 시각적인 형태의 힘이 강화되고 명백한 건축개념을 얻게 되며, 추상적인 공간이나 스케일, 자연과의 조합과 연관된 공간을 규정짓고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차드 마이어의 이런 백색에 대한 한없는 애정은 일관되게 적용된 백색 재료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독특한 건축 기호를 통해 구체화되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동하는 리차드 마이어만의 창의적인 건축을 탄생시켰다.
1934년 미국 뉴저지 주 뉴와크(Newark, New Jersey)에서 태어난 리차드 마이어는 코넬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였고 그림 공부를 하다 6개월간 떠난 유럽여행을 통해 건축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이후 데이비스, 브로디 그리고 위스니우스키(Davis, Brody & Wisniewski) 사무소와 S.O.M(Skidmore, Owings & Merrill)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하였으며, 1960년대에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에게 사사를 받기에 이른다. 리차드 마이어는 미술관, 학교, 병원, 공장, 상점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미국건축가협회(AIA)상과 주택상, 로마와 밀라노에서 수여하는 건축상, AIA 골드 메달 등을 수상했으며, 1984년에 건축 부문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프리츠커 연설문에서 리차드 마이어는 “빛과 공간을 활용해 작품을 구현하고자 하였다”며 “이는 빛과 휴먼스케일, 건축 문화와 관련된 질서와 정의의 공간 창조이며, 볼륨과 스킨, 빛의 행위, 규모의 변화, 운동과 정지를 이용한 작업이다”고 설명한다. 리차드 마이어는 당시 “나의 명상은 본질적으로 공간과 형태와 빛,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며, 건축에도 감성과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현실적으로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리차드 마이어가 추구한 ‘모더니즘의 시학과 테크놀로지의 미학과 실용성’이란 건축 언어처럼 전통 문화로부터 본질을 찾고, 지속적으로 절대성과 순결의 상징인 백색을 통해 건축의 공간과 형태는 물론 빛에 의한 조화로운 공간과 실험으로 독창적이면서도 생명력 있고 명확한 건축을 시도하였다.
이영란 · 손세진 기자
Architects_ Richard Meier & Partners, Richard Meier Design Princip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