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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이름 없이 이루어지는 진솔한 대화 속 위로

시각장애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할 수 있게 하는 특화 직업, ‘마음 보듬사’

등록일 2020년10월15일 11시3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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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받는 위로와 힐링, '블라인드 마음 보듬'

시각장애인 잠정 활용…어둠 속 심리 치유 삼당사 ‘마음 보듬사’

 


 

매년 10월 15일은 흰 지팡이의 날로, 시각장애인의 권익 옹호와 복지 증진을 위해 세계맹인연합회가 1980년 제정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시각장애인 수는 약 25만 3천 명으로 전체 장애 인구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처럼 국내 시각장애인의 수는 적지 않지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는 매우 한정적이다. 시각장애인 특화 직업으로 잘 알려진 헬스키퍼(안마사)가 있지만, 악력과 체력 등 신체적 요건이 요구되어 선택권의 한계가 존재한다.

 

‘블라인드 마음 보듬’은 마음 보듬사와 일대일로 50분간 진행하는 힐링 대화 서비스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마음 보듬사와 고객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채로 나누는 대화를 통해 고객들은 더 쉽게 내면의 깊숙한 속마음을 내보인다. ‘마음 보듬사’는 공감과 경청의 대화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는 고객의 감정이 순화되도록 돕니다.

 

블라인드 마음 보듬을 진행하는 ‘마음 보듬사’는 봄그늘 협동조합에서 개발한 새로운 시각장애인 특화 직업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장시간 머무를 시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정안인과는 달리, 시각장애인의 경우 어둠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시각장애를 오히려 역량으로 승화할 수 있다.

 

또한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의 경우 외국에서는 자기계발의 한 수단으로 여겨질 만큼 대중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달리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 시 자신의 신원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길 바라는 고객의 니즈와도 적절히 맞아떨어진다.

 

서비스 론칭 이후 현재까지 블라인드 마음 보듬을 거쳐간 고객은 319여 명에 달하며, 서비스 만족도 역시 9.0으로 높은 수준이다.

 

실제 서비스를 받아본 고객은 “그동안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마땅히 얘기할 사람이 없었어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얘기하기엔 부끄러운 것도 있고, 또 괜히 걱정을 할까 망설이게 됐거든요. 마음 보듬에서는 마음 보듬사가 오롯이 제게 집중하고 저의 힘듦에 공감해 줘서 정말 마음이 보듬어지는 느낌이에요”라고 말하며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활동 중인 한 마음 보듬사는 “마음 보듬사로 일하면서 ‘나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하며 뿌듯해했다.

 

봄그늘 협동조합은 “마음 보듬사가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특화 직업으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제시했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도전으로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ANN

 

자료_봄그늘

박은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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