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urity Forces Centre’ and ‘Building Fuoriporta
스위스 멘드리시오 마을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노란색 요르단 트래버틴의 외장재를 통해 두 건물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해주고 도시 풍경 속에 건물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줘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의 소도시 멘드리시오(Mendrisio)에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보타가 설계한 2개의 건물이 들어섰다. 치안센터(Security Forces Centre)와 푸오리포르타 빌딩(Building Fuoriporta)으로 이 두 건물은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하고 있다. 두 건물은 규모와 용도는 다르지만 동일한 지역에서 재료와 형태적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건물이 위치한 지역적 특성에 맞추어 두 건물은 20세기 도시화를 완료하고 구시가지 주변의 언덕에 펼쳐진 멘드리시오 마을로 향하는 새로운 관문 역할을 맡는다. 또한, 두 건물은 남쪽 마을과 고속도로와 기차역, 주도로 등이 들어서 있는 교통 인프라 시설이 들어서 있는 북쪽의 산 마르티노(San Martino) 평야 사이에 위치한다.
치안센터는 연면적 12,000m² 규모로 길게 수평으로 구획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건물의 프로젝트는 크게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2008년 현상공모를 거쳐 마리오 보타 건축이 당선되었으며 첫 번째 단계는 2016년 마무리되었다. 건물은 북쪽을 향해 있고 언덕 방향으로 물러나 있고 이로 인해 주도로와 맞닿은 제법 커다란 도시 보이드가 생겨났다. 이러한 도시 보이드는 새롭게 조성된 복합지구의 중심축으로 작용하는 도심 속의 이색적인 정원이자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응접 공간으로 작용한다. 모든 보행자 출입구와 서비스 출입문은 지상층에 위치해 있다. 상하부 레벨에는 사무실과 교통시설이 적절하게 나누어져 동선의 원활함을 유도한다. 건물 앞 정원 한쪽에는 지름 30m에 달하는 개방형 원형 광장이 지상층보다 낮게 들어서 있다. 콘크리트 매스로 둥글게 마감된 광장 내부에는 소방 훈련 타워와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다.
길 반대편에 자리한 5층 규모의 건물 푸오리포르타 빌딩은 사용면적 3,300m²에 L자 형태로 배치된 것이 특색 있다. 건물은 치안센터에 비해 5년 전인 2011년에 준공되었다. L자형의 긴 쪽은 철도역 방향의 도로와 평행하게 구획되었으며, 건물의 한 변 끝은 계곡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반면에 짧은 쪽은 역사지구로 향하는 조르지 도로와 일직선을 맞닿아 있다. 건물의 긴 쪽 1층에는 마리오 보타의 새로운 건축사사무소가 위치해 있다. 건물의 형태는 2층 높이의 평행 6면체로 길이와 폭이 각각 70m, 10m에 달한다. 마리오 보타 건축사사무소는 전면에 일렬로 개방된 창문 덕분에 남쪽과 북쪽을 향해 개방되어 있다. 대각선 방향의 빛을 내부로 끌어 들이는 구멍 뚫린 금속 셔터를 활용해 외부에서부터 유입되는 빛의 양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두 건물의 외장 사용된 재료는 노란색 요르단 트래버틴으로 두 건축물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풍경 속에서 건물의 존재감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건축 작업에서 빛은 공간을 생성하며 빛이 생성한 공간은 건축이란 작업의 영혼과도 같다.”
고전건축의 규범에 충실하고 모더니즘 건축의 합리적 해결 방식을 존중하는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지역성을 강하게 살린 건축으로 명성이 높다. 최근 한국 천주교 사상 첫 성모성지인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설계자로 한국을 찾은 마리오 보타는 재능기부로 수준 높은 거장 건축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교보빌딩과 삼성미술관 리움에 이은 세 번째 마리오 보타의 건축물이 2019년쯤 한국에 들어서게 된다.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물질적이고 분열된 현대사회에 명상과 성찰을 도와줄 고요한 영성의 공간으로 두개의 타워가 세워지고, 각 타워에 만들어진 천창을 통해서 빛이 들어와 합쳐지며 큰 빛의 기도하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적이다. 계곡의 끝부분에 지어진 대성당은 건축가의 말처럼 원형극장(앙피테아트르)을 구상하고 설계되었으며 언덕 지형에 계단식으로 들어선다. 마리오 보타는 경제적이며 세월을 받아들이고 나이 들어가는 재료로 즐겨 활용하는 흙으로 만든 벽돌 역시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건축가 자신이 태어난 티치노 지방의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활용하거나 지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건축에 적용하는 지속적인 면모를 보인다. 붉은 벽돌과 원형을 기하학적으로 활용하는 마리오보타의 건축은 다양한 작품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건축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중세 유럽의 건축이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듯 신비롭기 그지없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르 코르뷔제와 루이스 칸, 카를로 스카르파로부터 배운 건축 사상과 원칙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을 선보인다. 마리오 보타의 대표작인 로손주택은 급격히 개발되는 시골 마을의 회색빛 아스팔트길과 야생의 언덕이 공존하는 지역적 특색을 활용해 원형의 집에 지붕을 갈라놓음으로써 지역적 요소를 녹여내었다. 프랑스 신도시에 건축된 이브리 성당은 붉은 벽돌에 원통형의 외형 모습으로 벽의 육중함을 강조하고 예배당으로서의 힘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붕 위의 원을 따라 조성된 린덴 나무는 머리 위의 가시 면류관을 쓴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마리오 보타가 구현한 건축물은 흡사 중세 유럽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보는 듯 벽돌로 두껍게 축조되어 간결한 기하학적 형태의 볼륨과 장식, 상징성을 가득 담고 있는 형태를 특징짓는다. 이러한 개념은 전통적 건축의 축조법을 존중하고 상징성 강한 건축의 현대성으로 표현된다. 주변의 자연경관과 도시 경관과의 조화되는 동시에 볼륨감 있는 형태와 중심성을 강하게 내포한 내부 공간으로 힘 있게 전달된다. 티치노 지역의 문화와 지역적 환경을 존중을 통해 이끌어진 마리오 보타의 초기는 당시 그 지역에 남아있던 로마네스크 풍의 사원과 이탈리아 풍의 향토적 주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의 건축을 구축해가는 중요한 원칙으로 삼게 된다. 단순하지만 관계에서의 조화, 리듬, 균형, 비례와 같은 고전적 건축의 규범에 충실하는 동시에 육중한 조적 구조물로서 존재감을 뚜렷이 나타내는 로마네스크 사원에서 커다란 감명을 받은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역사적 건물과 향토적 주택에서 보이는 장인정신이 담긴 섬세한 조적 기법과 아케이드(Arcades) 및 로지아(Loggie)에 주목하고 지역 건축의 이법과 어휘 또한 재해석의 과정을 거친다. 이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르 코르뷔제의 합리적 사고와 설계 원칙, 조형언어를 배우고 카를로 스카르파로부터는 모더니즘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 표현적 기료를 배운다. 마리오 보타의 작품에서 기하학적 형태로 절개된 커다란 개구부나 섬세하게 다듬어진 반복되는 작은 창과 칸과 스카르파로부터 이어받은 건축적 어휘인 셈이다.
“건축에서 장소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장소는 단순히 건물이 세워지는 대지라는 의미뿐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추억이나 기억을 담고 있다. 사람이 길을 찾을 때나 추억을 떠올릴 때, 그 곳에 있는 건물이 기억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마리오 보타 자신이 이러한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둔다고 밝히듯 인간 중심의 설계를 추구하는 건축가로 정평이 높다. 마리오 보타식 건축을 알리는 표상이 되는 것이 바로 흰색과 청회색의 가로 줄무늬의 조합이다. 대리석의 줄무늬와 함께 비스듬히 잘린 원기둥의 원형 역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종교적 공간으로 보타가 즐겨 사용하는 건축언어이다. 벽돌이라는 역사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보타의 건축은 모더니즘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모더니즘 건축의 합리적 해결방식을 존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축 작업에서 빛은 공간을 생성하며 빛이 생성한 공간은 건축이란 작업의 영혼과도 같다”고 표현하는 마리오 보타의 건축은 기하학적이면서 안정된 형태, 환상적이면서 섬세함이 넘쳐흐르는 디테일로 특징지어진다. 그의 건축은 빛과 중력을 통해 건축물을 해석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도시와 즐겁게 화해하고 있기에 보는 사람을 끊임없이 감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나는 드로잉을 할 때 연필이 내 작품 속에 숨어있는 아이디어와 느낌, 메시지를 적절히 조사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그의 말처럼 그의 드로잉은 빛과 중력을 통해 건축물을 해석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도시와 즐겁게 화해하고자 한다. 1943년 스위스의 멘드리시오에서 태어난 마리오 보타는 15살이 되던 해에 학교를 그만두고 루가노에 있는 건축회사에서 제도사로 일했다. 이후 건축수업을 받고자 밀라노예술학교를 다녔고 베니스에 있는 르 코르뷔제사무소에서 일하며 건축적 숙련도를 높여갔다. 그러던 중 1969년 베니스에서 루이스 칸과 함께 베니스 의회건축물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루가노로 가서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개설한다. 이때부터 줄곧 주택을 설계하다 최근 들어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 각지에 학교, 은행, 행정 건물, 도서관, 박물관, 교회 및 성당 및 업무용빌딩 등을 설계하고 있다. 1989년 CICA건축상과 왕립 네델란드 건축가협회 박스텐상을, 1993년 이태리 대리석 건축상과 국제 건축비평상, 베통건축부문상 등을 수상했다. 1986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아르헨티나 꼬르도바 국립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San Francisco), 파리 에브리 신도시의 브리 성당(Cathedral in Evry),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 이태리 포르데노네교회, 프랑스 메디아 하우스 등이 있다.
손세진 · 이영호 · 정문경 기자
Architect_ Mario Botta
자료_ MARIO BOTTA Architectti, Photos by Enrico C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