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팀의 젊은 건축가들이 펼쳐 보인 일곱 가지 다채로운 건축 색깔,
‘Exploring the next door-season 3_ 옆집 탐구 3’…
미래를 여는 젊고 참신한 인재 발굴과 양성의 기회의 장이 되어
한국 건축계의 저변을 지탱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아틀리에 건축사무소들의 축소와 더불어 대형 건축사사무소 위주로 흐름이 편파적으로 재편되던 건축설계 시장에서 다양성과 작지만 강인한 존재감을 내비치는 젊은 건축가들의 신선한 에너지는 메마른 하늘의 반가운 단비와도 같다.
한국건축가협회의 젊은건축가위원회 역시 이러한 젊은 건축가들의 관심과 열정을 대변하고자 하는 건축집단이다.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지난 1월 11일까지 서울 종로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마련된 ‘옆집 탐구3’ 전은 “자신의 건축적 색깔을 찾기 위해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들의 관심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서로 관계하고자 마련된 기획전”이다.
1. 권태훈(Drawing, Research, Practice) 1
2. 한기준+황일현(DIGIT) 1
올해로 시즌3을 맞이한 옆집탐구전에서는 건축 작업은 물론 건축의 생산방식, 기록 방식과 관련된 내용 등 보다 다채롭고 열린 방식으로 진지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전시에는 권태훈(Drawing, Research, Practice), 한기준+황일현(DIGIT), 우지현+차상훈+최영준(오피스 아키텍톤), 임승택+임미정(Stpmj), 한양규+윤한진+한승재(푸하하하 프렌즈), 이도은+임현진(이와임), 신경섭(판단력연구소)으로 구성된 7팀 14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여건과 영역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펼쳐오고 있는 건축과 이와 관련된 다양한 탐구와 대화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3. 우지현+차상훈+최영준(오피스 아키텍톤)2_청도어린이마을
Drawing, Research, Practice의 권태훈 작가는 1950~70년대 지어진 서울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도면자료 없이 육안으로 관찰한 대상을 드로잉으로 표현한 리서치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서울은 실존의 공간이자 작업무대로 인식된다. 작가가 서울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과정은 건축가로서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결과적으로 이 리서치를 통해 작가는 레퍼런스가 난무하는 과잉의 시대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고민하는 사고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에서 자신만의 건축적 위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작가는 믿는다. 디지트(DIGIT)의 한기준+황일현 작가는 “사용자(User)가 건축물 내에서 경험(Experience)하게 되는 내용들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건축가는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데이터(Big Data)를 분류하고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작품은 어떠한 공간에 들어와서 특정 활동(Activity)을 하는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받아서 계속적으로 변화(Flux)하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오피스 아키텍톤의 우지현+차상훈+최영준 작가는 대구 북성로 주변에서 사라지는 건축물을 기록하기 위해 또는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재현의 도구로서의 도면과 이미지로 접근한다. 작가는 건축물을 주변보다 돋보이도록 지나친 과장을 동반한다고 보고, 충감도(蟲瞰圖, warm's eye view) 형식의 투상도를 매개로 스펙터클한 외관보다는 건축 공간의 질을, 그리고 직접적이고 정확한 perspective collage로 이미지의 환상이 아닌 현실과 이상의 경계로서의 건축적 비전을 재현하고자 하였다.
4. 임승택+임미정(Stpmj)1_ Stratum House
5. 한양규+윤한진+한승재(FHHH Friends)2_ aland
Stpmj의 임승택+임미정 작가는 Material Play(재료놀이)를 통해 일상적인 재료가 갖는 특성을 관찰하고 연구해오던 일련의 주택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작가는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 보편적인 건축 재료의 일반적 사용에 대한 의문으로 출발하여, 다른 방법의 사용이 되기 위해 수반되는 디테일 및 공법에 대한 실제적 접근을 제시한다. 각기 다른 3가지 재료가 사용된 주택의 모형이 1/20 스케일의 구조와 마감 두 가지 종류로 전시되어 관람자가 시각적, 촉각적 이해와 더불어 건물 전체에 대한 상상이 가능하도록 전시한다. 푸하하하 프렌즈(FHHH Friends)의 한양규+윤한진+한승재 작가는 ‘건축가의 탁구대’라는 이색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회의 테이블을 활용한 탁구대와 주변의 사물들을 조합한 탁구채를 통해 프로젝트를 핑계 삼아 직원들의 가슴에 다시금 열정의 불을 불어넣기 위한 접근이었다. 이와임의 이도은+임현진 작가는 관계의 탐구를 통해 새로운 일상을 구축하고자 한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기존의 건물을 대지 삼아 새로운 집을 짓는 이야기를 전하하고자 한다. 전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 일상적인 것들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찾아지는 새로운 가치들로 다름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몇 가지 리노베이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판단력연구소(Kyungsub Shin Studio)의 신경섭 작가는 한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 주거 형태를 주목하고, 현대 사회에서 자본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건축 실험을 기록하는 작업 중 네 번째에 해당하는 시리즈로 아파트를 선택했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대규모 개발행위를 바탕으로 탄생한 아파트들의 군집이 만들어내는 정연한 질서와 사회적 관계를 도시 경관과 함께 탐구하고 분류하여 체계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6. 이도은+임현진(이와임)2
7. 신경섭(판단력연구소)_ Apt No.3
전시를 주최한 (사)한국건축가협회 배병길 회장은 “소통과 가치의 공유가 절실히 요구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건축은 문화다’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협회가 미래를 위한 인재 발굴과 양성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국건축가협회 젊은건축가위원회 신창훈 위원장은 “전시에 참여한 젊은 건축가들은 저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창의적인 젊은 건축가를 발굴할 수 있는 전시를 계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 시대 건축의 시대성은 다채롭게 얽히고 무르익는 저변의 건축 토양을 통해 더욱 질적 강도를 더해간다. 비록 몇 차례의 전시로 젊은 건축가들의 인식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건축의 문화적 저변을 살찌우고 확산시켜 나가고자 노력하는 많은 젊은 건축가들의 현실적 애환과 건축에 대한 열정에 지속적인 독려가 필요할 때이다.
손세진·오동건 기자
참여 작가_ 권태훈, 한기준+황일현, 우지현+차상훈+최영준,
이승택+임미정, 한양규+윤한진+한승재, 이도은+임현진, 신경섭
전시 기획_ 서승모, 신창훈, 이진욱
코디네이터_ 김윤수, 나은중, 박현진, 신현보, 한정훈
자료_ 한국건축가협회, 젊은 건축가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