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래의 ‘너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적’
한여름 녹음이 우거진 전시장 안에서 만나는 ‘100가지 포옹과 사랑의 온도 차를 담은 전시’…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와의 관계
시들고 소중한 것_The warmest thing, Acrylic on canvas, 130x130cm, 2020
한여름 녹음이 우거진 전시장 안에서 100가지 포옹과 사랑의 온도 차를 담은 전시를 만끽할 수 있는 이색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8월 14일까지 강남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리는 신모래 작가의 ‘너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적 your only lover, friend, enemy’ 전을 통해서다.
작가는 남녀의 일상을 달콤하게, 때로는 쓸쓸하고 공허하게 표현한 핑크색 디지털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시그너처 스타일로 알려진 핑크색을 걷어내고 담백한 검은색 콩테(conté) 선으로 그린 드로잉을 메인 작품으로 선보인다. 다양한 포즈의 포옹 장면을 표현한 드로잉 100점을 전시장 한가운데에 매달아 설치했는데, 그림 하나하나에서 감정의 온도 차가 물씬 전해진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의 포옹, 그저 습관처럼 하는 포옹, 위로의 마음을 담은 포옹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감정, 잊고 있던 감정, 숨기는 감정 등을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남녀는 겉으로는 연인처럼 보이지만 친구 또는 가족일 수 있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와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작가 자신은 이러한 관계를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적’이라고 간주했다.
your only lover friend enemy, conte on paper, 36.7x25.7cm, 2020 (framed)
꽃말은 잊어버리세요_Forget the meaning of flower, Acrylic on canvas, 130x130cm, 2020
오래 멈추어 있고 대단한 것, Digital print on paper, 60 x 80cm, 2020
평소 그림보다 글을 더 많이 쓴다는 작가는 오늘 하루를 버틴 자신이 대견해 꼭 껴안아주고 싶을 때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감추거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 쌓이면 더 이상 숨어 있지 않고 밖으로 투사되어 나온다. 이러한 감정을 마주하기가 두렵고 어색할지라도 내면의 낯선 모습 또한 이해하고 진심으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정신적 성숙에 이를 수 있다. 나아가 온전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바로 ‘사랑’ 이다.
전시장에는 드로잉과 함께 작가가 쓴 편지와 편지의 주인공인 남녀의 초상화 그리고 사랑을 상징하는 튤립 네온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속에서 관람객은 작품 속 튤립(꽃말=완전한 사랑)의 형태를 관찰하면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음미해 볼 수 있다.
your only lover friend enemy, conte on paper, 36.7x25.7cm, 2020
신모래 작가는 2014년 개인 기록용으로 SNS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알려졌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단숨에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1988년생인 신모래 작가는 구슬모아당구장(2016년, 서울), 오모테산도 로켓(2017년, 도쿄), 롯데갤러리(2018년,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롯데갤러리(2017년, 서울), 디뮤지엄(2019년, 서울), 에비뉴엘아트홀(2019년, 서울), 롯데뮤지엄(2019년, 서울)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보그(2016년), SM엔터테인먼트(2017년), 클리오(2018년), 호가든(2018년), 랄프로렌(2019년), 헬로키티(2019년) 등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고 전시를 열었다.
your only lover friend enemy, conte on paper, 36.7x25.7cm, 2020_
수많은 전업 작가가 디지털 홍보에 고군분투하며 작품 구상도 SNS 포스팅 비율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현시대에 디지털 공간에서 태어나 오프라인 전시 공간으로 걸어 나온 그녀의 행보가 매우 흥미롭다. 장마가 지나간 한여름 무더위 속 시원한 녹음을 드리운 전시장에는 우리가 아는 익숙한 모습의 신모래와 또 다른 낯선 모습의 신모래가 마주 보고 있다. ANN
신모래 작가, 자료_ 노블레스 컬렉션
your only lover friend enemy, conte on paper, 36.7x25.7cm, 2020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