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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1> 단독주택, 로망과 실제는 다르다!

아파트를 버리고 단독주택을 선택한 사람들

등록일 2020년07월03일 09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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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1  단독주택, 로망과 실제는 다르다! 아파트를 버리고 단독주택을 선택한 사람들

“집에 대한 생각과 기억의 틀이 만들어지는 곳은 처음 살았던 집에서부터다. 첫 집에 대한 경험과 행동은 사실상 연결되어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4월 기준 전국의 아파트 수는 960만 가구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약 1,800만 가구라고 하니 2가구 중 1가구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아파트 공화국’ 다운 면모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향후 거주하고 싶은 주택 유형을 조사하는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8%가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단독주택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37%정도였다. 통계만 봐도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 절반이 향후 살고 싶은 주택유형을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라고 답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래도 생활이 편리하고 일단 사놓으면 값어치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싶은 사람들의 수도 적지는 않다. 이들은 왜 다른 주거유형보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걸까?  

건축 디자이너로 강연자로 일하고 있는 나는 업무상 집을 지으려는 예비건축주를 만날 기회가 많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아파트를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개인 중심의 주거 문화가 뿌리 내린 주거형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개인 중심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보니 주변 사람들과의 커뮤니티 형성이 어렵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경로당, 놀이터, 공원, 도서관, 체력단련장 등 다양한 용도의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어 놓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이용자가 많이 몰리는 시간대는 피해서 시설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 집을 나갈 때도 현관문 구멍을 통해 옆집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문을 열고 나올까. 혹여나 엘리베이터에 다른 층 사람이 올라타기라도 하면 온몸이 움츠러들어 이내 머리를 숙이거나 엘리베이터 광고 문구만 말없이 쳐다보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빨리 내려가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이 모든 상황은 이웃 간의 교류에 심적으로 불편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중심의 주거 문화는 전제적으로 삭막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개인 중심의 문화를 상호 중심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지만 도심지 고층 아파트 주거 문화의 한계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파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주거 유형을 바꾸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주거 유형이 바로 단독주택이다.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요즘은 어린 아이가 있는 30~40대 젊은 층에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자녀들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 문제 때문에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대단한 인내심과 강심장이 필요하다. 웬만한 인내심과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사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싸움의 연속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사람 잡는 층간소음’ 잊혀질만하면 다시 터지는 심각한 문제다. 아파트에서의 층간소음은 거주자의 행동을 자유롭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하게 말해 자유를 빼앗기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끔찍한 일이다. 나도 모르게 아랫집, 윗집, 옆집의 눈치를 보게 된다. 행여나 소리가 날까 노심초사 하다 보니 행동반경이 줄어든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이웃들의 반응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 만들어 진다. 어른들의 생활이 이렇다 보니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부터는 부모와 아이는 치고받는 몸싸움만 하지 않았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신경전이 계속된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부모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뛰지 말고 살살 걸어 다녀라’ ‘TV 소리 좀 줄여라’ ‘이 시간에 피아노를 치면 어떡하니’ 등등 모두다 신경질적인 명령조다. 말하는 부모도 듣는 아이도 모두 스트레스다.  

나도 오랫동안 살아왔던 아파트를 버리고 2015년부터 단독주택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살고 있다. 한참 아파트 시세가 올라가던 시점이었다. 팔고나면 당장이라도 수 천 만원은 값어치가 올라갈 것이 눈에 보였던 터라 손해를 보면서 아파트를 팔려고 하니 아깝다는 생각이 앞섰다. 나름 잘 적응하고 있는데 낯선 환경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일이 생각처럼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아파트는 물건처럼 수시로 사고팔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자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빨리 살 수 있고 빨리 팔리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반면 단독주택은 한 번 이사 들어가면 팔고 나오기가 아파트보다는 수월하지 못하다. 일단 규모, 외부형태, 내부 공간구성이 개인의 취향대로 지어졌기 때문에 딱 마음에 들어 하는 수요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래가 성사되는 시간도 아파트보다는 훨씬 오래 걸린다. 단독주택으로 삶의 무대를 옮기려는 사람들은 이런 위험부담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얘기가 조금 빗나간 듯하지만, 내가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딸 때문이었다. 그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은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의 시간 대부분을 아파트 거실에서 보냈다. 피아노를 가르쳤지만 1주일에 한 번 밖에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피아노 선생님이 방문해서 가르치는 시간이 유일하게 딸아이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해서 그랬을까? 단독주택으로 이사 와서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피아노 앞으로 가서 피아노를 친다. 심지어는 밤10시가 넘어서도 치고 싶을 때 마음껏 치고 있다. 즐기면서 치는 게 눈에 보인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행동의 제약은 이처럼 아이의 즐겁고 행복한 생활마저 방해한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조금 더 가까이 생활하고 싶은 사람들도 마음에 두고 있는 주거 유형은 대게 단독주택이다. 자연을 접하는 삶을 원하면 콘크리트 숲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마련이다. 콘크리트 환경을 멀리하고 건강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진짜 집에서 살고 싶어진다. 단독주택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가 마당이다.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요소다. 그리고 단독주택이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마당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비바람을 피하고 고단한 하루일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셸터(shelter)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구조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보안상 단독주택보다는 안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안 때문에 외부공간과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어 자연을 체감하기 어려운 건물이 바로 아파트이기도 하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는 발코니가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확장 공사를 감행한다.

 


 

위에서 나열된 여러 가지 단점들이 풍요로워야 할 거주자의 삶의 질을 낮추기에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의 삶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느낌을 주는 공간의 형태'에 끌린다고 한다.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주거공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가상현실을 통해 유명한 건축가의 집들을 둘러보게 한 후 반응을 살펴보았다. 참가자들은 가상현실 속 건축가의 집들에서 흥미롭고 매력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주택시장에서 가장 구하기 쉬울 것 같은 집에 더 매력이 끌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를 종합해보면 집에서 보고 느끼는 것과 직접 소유해서 사는 것 사이에는 분명 괴리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 괴리감은 사람들의 과거 경험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집에 대한 생각과 기억의 틀이 만들어지는 곳은 처음 살았던 집에서부터다. 그리고 첫 집에 대한 경험과 행동은 사실상 연결되어 있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오래 전부터 아파트에서 살아왔던 경험 때문에 수년이 지나서도 아파트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단독주택에서 흥미롭고 매력적인 느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_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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