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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0> 집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주거 환경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인은 쾌적성이다.”

등록일 2020년07월03일 09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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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10.  집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주거 환경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인은 쾌적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의 가치는 아마도 ‘값어치’라는 의미로 가장 먼저 머릿속으로 떠올려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집은 얼마짜리’라고 정해 놓은 값에 해당하는 가치 말이다. 지금보다 더 값어치가 나가는 집을 갖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들은 자주 이사를 다니는 이유를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집에 살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의 값어치가 크게 오를 만한 곳을 찾아 떠나는 이유가 더 크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 차례에 걸쳐 아파트를 팔고 사기를 반복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고 또 다시 투자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찾아 이사를 반복했었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그때 나는 아파트의 시세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따라서 집에 대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었다.

가치 있는 집짓기를 결심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삶을 위한 집’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집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과감하게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보자. 삶을 위한 집은 내 삶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 내 삶의 이야기,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집은 여유로운 마음으로부터 출발한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불안해진다. 불안해지면 생각의 틀에 갇히게 되어 올바른 판단이 어려워진다.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속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자꾸만 무엇인가를 더하려고 하니까 마음속 여유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더하려는 마음은 ‘어떤 것을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바로 욕심이다. 

살고 있는 곳에 무엇인가를 더하려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파트 발코니다. 발코니는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 ‘전망이나 휴식’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외국에서는 발코니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놓거나 해먹을 설치해 휴식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발코니의 처음 계획 의도대로 내부와 외부의 완충공간으로 충실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발코니는 실내 용도로 사용하는 보너스 공간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아파트를 사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발코니를 확장해서 침실이나 거실 공간을 넓히는 것이었으니까. 정부에서도 2005년부터 발코니를 아예 ‘거실이나 침실’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법화 시켜버렸다. 발코니 확장공사는 실내의 일부분으로 다른 용도로 계획된 공간마저도 흡수하려는 생각에서 기인했다. 집을 조금이라도 더 넓혀서 그 공간만큼 더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주거환경의 질적인 저하를 가겨오게 만들었다. 발코니는 발코니로서의 본래의 역할이 있었지만 사는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오히려 생활환경은 더 나빠졌다.  

 


 

우리 마음속에 욕심이 채워지면 마음도 무거워진다. 마음이 홀가분해져야 평온함과 평안함이 찾아오는데 자꾸만 채우니까 빈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장소와 감정 사이에는 깊이 연관된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마음속에 욕심을 버려야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마음을 열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집의 가치에 대한 본질을 스스로에게 따져 물어보자. 분명히 바른 길이 보일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집의 가치는 사는 곳, 즉 주거로서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장소에서건 사람들은 잠시나마 마음 편하게 머물고 싶어 한다. 하물며 집에서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더 클까싶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스트레스 가득한 상태로 집에 돌아온 사람들은 대게 집에서 만큼은 위로를 얻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힘들고 지칠 때 본능적으로 가족이 있는 안락하고 평온한 집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더욱이 삶이 불안하고 위태로울수록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집을 그리워하는 경향은 더욱 더 커진다. 집이 제공하는 따뜻한 정서가 그리운 것이다. 이런 집에서는 더 오랜 시간 동안 머물고 싶어진다. 위로와 위안을 주는 집이 되려면 주거환경이 질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주거 환경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인은 쾌적성이다. 쾌적성은 ‘공기 따위가 몸과 마음에 알맞아 기분이 매우 좋은 성질’로 거주자에게 안락한 환경을 제공한다. 집이 실내외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면 화학적, 물리적, 심리적, 미학적 기준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쾌적성을 떨어뜨리는 환경에 노출되면 몸과 마음에 쇄약해지기 쉽다. 쾌적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은 삶의 형태가 180도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_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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