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원의 디자인 칼럼〕 도시를 빛내는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 ‘도서관’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도서관에서 사색과 시간의 여정에 빠져보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이색적인 건축물의 매력은 여행자들이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여행객들은 저마다의 특별한 목적에 따라 해외의 유명 도시를 찾게 되고 그 도시에서 느끼는 묘한 감흥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낯선 방문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자주 찾게 해외 유명 도시에서 오래된 유적지만큼이나 근현대적인 건축물들은 어느덧 일상적인 관광코스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도시의 한 켠에서 조용히 자리 잡고 있으면서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널리 사랑받는 공간인 지역 도서관을 두루 찾아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빛내는 지식의 보고이자 지혜의 산실인 도서관은 꼭꼭 숨어있는 도시의 보석 같은 존재인 것이다.
현대의 도서관은 단지 책만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는 지식 저장고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자 복합적인 기능을 흡수하면서 긍정적인 교육문화센터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바쁜 여정이지만 방문한 해외 도시에서 한번쯤 지역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려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그 나라 도시의 면모와 역사를 이해하는 바람직한 여행 코스가 될 수 있다.
밤을 잊은 책의 도시, 시애틀에서 만나는 하이테크한 도서관 산책, 미국 시애틀 공공 도서관(Seattle Public Library)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미국 북서부 최대의 도시인 시애틀은 일찍이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하여 화제가 되었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전혀 서로를 모르던 남녀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 로맨틱한 영화 속에서 톰 행크스가 살던 호수 위의 보트하우스의 독특한 장면은 아직도 시애틀 하면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적 요소이다. 연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애틀센터에는 오페라극장과 아이맥스 영화관이 흥미를 자극하고, 높이 185m의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시애틀의 도시 경관을 바라보는 것도 꽤나 운치 있다. 봄의 튤립축제와 여름의 프리몬트 페어 역시 다양한 볼거리이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신선한 야채와 어패류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시애틀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인 아마존 닷컴으로 유명한 사업가 베조스가 뉴욕에서 시애틀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인터넷으로 책을 팔자고 고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책을 읽기 적합한 도시에 걸맞게 시애틀의 시내에는 워싱턴대학·시애틀대학, 성서연구소, 시정참고도서관, 맹인전용도서관, 시애틀미술관, 어류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이 풍부하게 산재되어 있다. 책의 도시 시애틀을 더욱 빛내주는 건축물은 단연코 시애틀공공도서관을 꼽을 수 있다.
시애틀시는 지난 1998년부터 ‘모두를 위한 도서관(Liabries for Al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시애틀 도서관을 변화의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을 탈바꿈시켰다. 이후 시민들의 자발적인 투자가 더해졌고 세계적인 건축회사인 OMA와 LMN Architects가 설계하여 지난 2004년 처음 문을 열게 되었다. 건축가 렘쿨하스가 디자인한 도서관은 철골과 유리 구조로 만들어진 비정형 건축물로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총 11개 층으로 구성된 도서관에는 총 145만권의 풍부한 도서를 보관하고 있다. 내부는 열람실, 서가, 이벤트홀, 미팅룸, 휴게공간, 리빙룸, 독서실, 강당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며 맨 상층인 11층은 관장실과 회의실, 직원들을 위한 식당으로 활용된다. 다채롭게 구성된 건물의 경사면을 따라 내부에는 자연스럽게 자연광이 유입되고, 시애틀 도심의 풍경이 창을 통해 부드럽게 조망되어 더없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만든다.
건축가_ 렘쿨하스/ OMA & LMN Architects 사진 제공
시간, 법, 숫자, 문자의 탑의 지혜로움을 현대적인 도서관에 담아내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The National Library of France)
엄격한 규제를 통해 과거의 오랜 역사를 보전하는 매력적인 도시, 파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도시건축의 보고이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자 꽃의 도시라 불릴 만큼 파리 도심 곳곳에 면면히 흐르는 은은한 건축적, 역사적 향기가 전통 있고 색깔 있는 세계적인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1860년대 이래 파리의 시가지가 된 36km의 환상도로에 둘러싸인 파리는 콩코르드광장, 바스티유광장, 샹젤리제극장, 파리시청사, 베르사유궁전,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개선문, 에펠탑, 몽마르트르, 파리시청사, 퐁피두센터 등 공연장부터 궁전, 성당, 박물관, 미술관, 공원, 광장, 각종 건축시설물로 넘쳐난다. 파리 중심부를 유유히 선형으로 흐르는 센 강변 역시 파리를 대표하는 곳이다. 센 강에는 퐁 네프, 퐁 디에나 등 30여개의 크고 작은 다리로 연결되며 강변을 따라 유서 깊은 건축물이 현대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퐁 디에나 다리를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대의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도 볼만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딕양식을 엿볼 수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롯하여 천국의 문이란 명칭을 얻은 생트샤펠 성당, 수많은 예술작품의 보고인 루브르박물관과 피라미드, 기차역인 오르세역을 개축하여 만든 오르세미술관, 1889년에 파리세계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320m의 에펠탑 등이 센 강변에 위치하며 이미 파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고 있다. 그밖에 과밀화된 파리 도심지의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개발된 다층구조의 입체화된 도시인 라데팡스 역시 파리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시작하여 샹젤리제, 개선문으로 8km에 이르는 일직선의 길로 연결되는 파리의 역사적 중심축 상의 서측 끝자락에 자리 잡은 라데팡스는 인공지반의 도입과 다층구조에 의한 입체적인 환승처리, 업무·상업·문화·주거·숙박 등의 다기능 복합개발도시로 대표적인 도시개발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또한 지구 전체에는 조형물, 공원, 광장을 배치하여 도시적 이벤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도시·건축·조각 등이 잘 어우러진 신시가지를 건설하여 라데팡스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파리 동쪽 끝 센 강둑에 위치한 산업불모지의 연장선 위에 지어진 프랑스국립도서관 역시 파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다. 우리에게 이화여대 ECC의 설계자로 유명한 도미니크페로가 디자인한 도서관의 형상은 마치 책을 펼쳐놓은 모습으로 유명하다. ㄱ자형으로 된 4개의 건물은 시간의 탑, 법의 탑, 숫자의 탑, 문자의 탑을 의미하며 서로 중정을 감싸고 있다. 22층 규모의 현대적인 건축물은 연구 용도로 활용되며 가운데는 인공 숲을 형상화한 중정과 1200만 권의 서적과 지하에 35,000석의 열람실을 갖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ㅁ자 형태의 중정은 오크나무숲으로 조성되어 있고 공기와 바람의 순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공기하기 최적의 장소라는 별칭을 얻기도 하였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유럽의 도서관 중 가장 훌륭한 도서관으로 평가되고 있어 파리를 방문하면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건축가 _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사진 ANN 제공
>>책을 반쯤 펼친 모양을 형상화한 네 개의 건물은 새롭게 재생된 도시의 풍경을 바꿨다. 건축가의 의도는 건물이 파리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풍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유리로 이뤄진 80m 거대한 크기의 직사각형 건물은 외관의 투명성으로 인해 도시 스카이라인을 방해하지 않으며, 빛이 유리벽에 반사되면 건물은 도시 속 풍경이 돼 그 경계가 사라진다. 각 건물은 지하로 연결돼 있으며 네 개의 건물 가운데에 있는 중정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의 공공도서관(Dokk1), 지식과 기회를 교류하는 장소이자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만남의 장소
북유럽의 관문이자 안데르센 동화의 나라인 덴마크는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중심도시이다. 코펜하겐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북유럽 도시이며 도시 곳곳에 궁전, 교회, 미술관, 박물관들이 즐비하여 도시의 역사와 현대적인 조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덴마크 유틀란트반도에 위치한 제2의 항구도시 오르후스 역시 수도 코펜하겐에 버금가는 대도시이다. 교육시설이 많기로 유명한 오르후스에는 오르후스대학교를 비롯하여 덴마크 언론학교, 왕립음악원, YIA 대학교 등 유수의 대학들이 밀집되어 있으며 오르후스대학교는 세계 100대 대학 중 하나이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공공도서관으로 손꼽히는 Dokk1은 오르후스 강 입구에 들어서 있다. 덴마크 건축디자인그룹 슈미트 해머 레센 건축이 디자인한 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오르후스시가 도시 미디어스페이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것이다. 도서관은 항구와 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1층 내부에는 이곳을 경유하는 철도를 품고 있는 것이 특색 있다. 도서관 하부에는 전용 철도역이 지나가며 지하의 주차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건물의 하부는 투명한 유리로 마감되어 있고 상부는 다각형 매스로 구성된다. 자연스럽게 투명한 하부구조에 의해 상층부 건물은 볼륨감 있고 떠 있는 독특한 건물 형상을 자아낸다. 투명성을 가득 품고 있는 하부구조와 그 위의 금속망 패널 마감으로 인해 건물의 무게감은 더욱 역동적으로 인식된다. 건물의 외관 역시 뚜렷한 앞뒤의 구분이 없고 보는 각도에 따라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든다. 다양한 각도를 반영한 탓에 건물의 상부는 순환과 율동감을 한껏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Dokk 1은 오르후스 항구지역의 중심적인 건물로서 새로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단순한 건물이 아닌 지식과 기회를 교류하는 장소이자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만남의 장소이가 되고 있다.
건축가_ Bente Damgaard/ Schmidt Hammer Lassen Architects, 사진_ by Adam Mørk
도쿄의 타마예술대학 도서관(Tama Art University Library, Hachioji Campus), 돔과 아치의 연속된 흐름을 통해 캠퍼스 내의 도서관을 세계적으로 건축 명소로 만들어주다
아시아대륙 동쪽에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게 이어지는 섬나라 일본은 이렇다 할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이다. 일본 간토 지방의 도로 수도 도쿄는 황궁을 중심으로 23개 구로 나누어진 국제적인 도시이자 일본 경제 활동의 중심지이다. 도쿄는 이미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막부를 둔 후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1868년 메이지 천황이 ‘동국(東國) 제일의 도시’라는 뜻에서 에도를 도쿄로 개칭하면서 현재에 이른다.
지극히 현대적인 도시 도쿄는 그 세계적인 명성과 함께 메이지궁을 비롯하여 가부키자 공연장, 게야키자카도리, 레인보우 브리지, 롯본기 힐스, 메이지신구, 도쿄돔, 도쿄 국제포럼, 도쿄타워 등 내노라 하는 건축시설물을 꽤나 많다. 특히 도쿄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도시로 손꼽히는 만큼 국립서양미술관, 도쿄 국립박물관, 국제어린이도서관, 국립신미술관,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모리 미술관, 일본 민예관, 산토리 미술관 등으로 넘쳐난다. 유독 상권이 잘 발달한 도쿄는 쇼핑의 천국이라 할 정도로 화장품에서부터 의류, 장식품, 생활용품이 거리에 넘쳐난다. 또한 다양한 일본 음식과 숙박시설로 관광객들에게 아주 편리하게 제공된다.
이런 도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건축물이 바로 타마 예술대학 도서관이다. 겉모습에서 그대로 전해지듯 특이한 형태의 이 건물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토 도요가 설계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마네스크풍의 건축물로 전체 볼륨은 노출콘크리트의 매스에 넓은 아치형 창을 반복하여 적용함으로써 이색적인 도서관이 구현되었다. 당초 건축가 이토 도요는 전체 볼륨을 지하에 두는 동굴을 닮은 공간으로 구상하였지만 학교 측의 반대로 인해 불가능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하공간에서 지상으로 볼륨을 빼냄으로써 연속적인 돔형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고, 점차 다듬어진 볼륨은 현재의 2층형 대공간을 품고 있는 독특한 건축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각 공간은 아케이드에 의해 기능적으로 분할된다. 건물 외관 전체를 구성하는 저마다의 아치들은 각기 다른 각도의 부드러운 곡면을 형성하며 연속적인 아치 곡면은 정사각형 및 삼각형 블록 안으로 공간을 통합시키게 된다. 공간을 관통하는 가구들의 전략적 배치 탓에 열람구역은 흐름과 멈춤으로 인식된다. 지상층의 경사는 대지의 기울기에 따른 것으로 이는 건물을 주위 환경에 통합시키고자 함이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건물 내부와 외부의 공간적 연속성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건물 내외부의 공간적 연속성으로 인해 건물은 마치 대지로부터 솟구치는 자연적 에너지를 갖고 변형된 건축적 질서를 통해 더욱 풍부한 도서관으로 변모된다.
건축가_ 이토 도요/ Toyo Ito & Associates, Architects 사진_ Higuro Photographic Institute
콜롬비아 메데인 에스파냐 기술연구도서관(Library Espana Descriptive Memoir), 사회적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위험하고 열악한 구릉지대가 메데인의 도시를 빛내는 관광명소로 거듭나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북서쪽 끝에 있는 콜롬비아는 1595년 에스파냐 이주민이 최초로 정착한 이후 식민지가 되었고 1886년에 이르러 콜롬비아공화국이 된 곳이다. 중남미에서 대표적인 다인종·다문화사회를 구성하는 콜롬비아는 서쪽으로는 태평양, 북쪽으로 카리브해와 면해 있으며, 베네수엘라,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이어 제2의 도시가 바로 메데인이다. 해발 고도 1,500m의 안데스 산맥 고원 지대에 위치하는 메데인은 에스파냐의 식민시기 금의 개발기지로 건설되었고, 이후에 커피 재배 지역의 중심지이자 콜롬비아 최대의 공업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1950년 이후 메데인 마스터플랜이 마련되면서 점차 광역 도시권을 형성하게 되었고 메데인 강의 수로가 건설되었고, 산업 지역의 형성되기에 이른다. 더불어 주요 교통수단으로 도시 철도인 메트로데메데인과 버스인 메트로플루스의 도입으로 메데인은 점차 혁신적인 도시의 모습을 갖춰간다. 메데인의 도시는 아름다운 강과 공원, 근대적인 고층 건물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제 중심지인 메데인의 위상과 걸맞게 광역 도시권 안티오키아는 콜롬비아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메데인의 자랑거리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안티오키아 박물관(1881)과 200㎢의 규모를 자랑하는 아르비 생태공원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라플라야 대로와 메데인 강에서 수천 개의 조명이 빛나는 크리스마스 불빛을 감상할 수 있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의해 세계 10대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메데인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인 마약 거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민들을 위해 메데인시는 1980년대부터 폭력의 영향을 받아온 구릉지역 중 한곳을 대상으로 유례없는 사회적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벌인다. 도서관, 훈련실, 행정실, 강당을 갖춘 세 동의 건물을 대상 구릉지에 계획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에스파냐 기술연구 도서관이다. 각각의 건물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유연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 마치 오래 전부터 언덕 위에 있었던 듯한 건물의 벽돌 매스는 도시의 아이콘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눈길을 끄는 도서관 덕에 에스파냐 기술연구 도서관은 메데인을 찾는 방문객들의 관광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건축가_ Giancario Mazzanti & Arquitectos, 사진_ Sergio Gomez
중국 난다이허의 해변도서관(Seashore Library, Nandaihe), 바다의 풍경, 빛과 소리의 언어를 간결한 나무결 노출콘크리트 매스에 담아내다
중국 허베이성은 베이징시와 톈진시를 둘러싸고 화베이 지방 북부에 있는 성으로 북쪽은 랴오닝성, 네이멍구자치구 서쪽으로 산시성, 남쪽으로 허난성, 산둥성과 접하고 동쪽은 보하이에 접해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연나라와 조나라의 지역이기도 한 허베이는 청나라 때 독립된 성을 이루었다가 1928년에 이르러 현재의 명칭으로 불린다. 19만㎢의 면적에 11개 대도시와 22개 현급 시(市), 108개 현, 6개 자치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족과 만주족, 회족, 몽골족, 조선족 등 54개 민족이 혼재되어 살아간다.
난다이허는 허베이성의 친황다오 도시에 위치한 휴양시설로 바다, 모래사장, 삼림 등 자연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삼림공원이 들어서 있다. 베이다이허와 서로 인접해 있으며 여러 곳의 해수욕장과 해안선을 따라 수십 킬로미터의 자연 병풍림이 조성되어 있다. 난다이허 주변으로는 대규모의 필드스키장, 샌드스키장, 해수욕장, 활공행글라이더, 수상자전거 등의 각종 관광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고,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래프팅, 윈드서핑, 행글라이더 등의 다양한 레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무성한 숲과 해안으로 잘 알려진 중국 난다이허 해안에 들어선 해변도서관은 휴양시설에 들어서 있기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건축가는 바다와 인접한 도서관이 환경에 대응하여 풍화된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게 만들고자 하였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풍경, 빛과 바람소리를 공간에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해변의 공간을 거닐면서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도서관을 바라보면 조금은 느리게 도시생활의 서먹함과 고독한 감정에 젖어들게 된다. 2개 층의 공간은 크게 독서 공간, 명상 공간, 액티비티룸으로 구분되며 바와 휴식 공간, 아웃도어 플랫폼, 북 디스플레이, 리셉션, 오피스 등의 영역이 적절히 열리고 닫힘에 따라 바다와 공간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다. 3개 층이 하나로 보이드된 독서 공간은 해변을 무대삼아 적절한 조망 뷰를 확보하고 있다. 해변을 향해 길게 직방형으로 구획된 프레임 공간은 투명한 유리로 마감되어 해안의 풍경과 수평선을 그대로 끌어들인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와 해변의 흐름은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사뭇 흥미진진한 자연의 드라마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의 외관은 나무 무늬 형태를 차용한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다. 건축가가 모래에 새겨진 발자국, 바람과 바퀴자국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와 같이 나뭇결이 한껏 묻어나는 도서관은 콘크리트의 딱딱함을 부드럽게 만들며 다채롭게 구성된 공간언어는 고요한 해변의 시간 속에 적막하게 아로 새겨진 기억의 표상으로 인식되게 만든다. 해안의 수려한 풍경 속에 덩그러니 놓인 작지만 무게감을 전해주는 해변도서관은 바다를 향해 말없는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흡사 도서관은 고독한 시인이 되어 바다와 빛과 소리를 소재로 자연을 향해 함축적이고 감수성 높은 언어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건축가_ Gong Dong/ Vector Architects 사진_ Su Shengliang, Xia Zhi, He Bin, Sun Dongping
ANN, 기사 출처_ 데일리 에이앤뉴스, ANN TV(ANN NEWS CENTER) 제공
안정원(비비안안 Vivian AN)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IAB자문교수
제공_ 에이앤뉴스그룹(에이앤뉴스_ 건설경제건축디자인문화예술종합미디어뉴스 ‧ ANN TV_ 건축디자인건설뉴스채널 ‧ 에이앤프레스_건설지전문출판사)